'잡채'야~물놀이 가자!

by 도시락 한방현숙

연일 폭염 속 힘들었다. 어느 날은 저녁인데도 정말 바람 한 점 불지 않았다. 이 더위에 여행도, 카페 출입도 함께 하지 못한 ‘잡채’는 마루 바닥에 전신을 밀착한 채 널브려져 있기를 자주 했다. 여러모로 아직 서툰 반려견인 나는 ‘잡채’와 맞이하는 두 번째 무더위 속에서 ‘시원한 개 여름’을 검색하며 ‘잡채’와 같이 헥헥거리고 있었다.

헉헉! 너무 더워요!

출발하자! 자동차로 50여 분 걸리는 곳에 ‘개 전용 수영장’이 있었다. 어서 가서 시원한 물속에서 유유히 수영하는 ‘잡채’를 보고 싶었다. 조금이라도 목줄에서 풀려나와 자유롭게 잔디 위를 뛰어다니는 ‘잡채’를 안고 싶었다. 첫 경험은 늘 설레기에 우리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움직였다.

차 안의 '잡채' 뒷모습도 어찌 귀여운지...
차를 거의 타 본 적 없는 ‘잡채’는 또 긴장하며 침을 질질 흘리리라. 아파트 밖으로 나가는 1층이 아니라, 왠지 어두운 지하 주차장 입구에서 또 엉덩이에 힘을 준 채 나가기를 거부하리라.

새롭기는 개나 우리나 마찬가지였다. 이쪽은 사람 수영장, 저쪽은 개 수영장! 개로, 사람으로, 자동차로, 번잡한 통로와 입구와 절차를 지나 드디어 풀장에 도착했다. 겨우 벤치(대여료 2만 원)에 자리 잡고 주변을 돌아보니 정말 개 세상이었다. 우리는 중ㆍ대형견 풀장으로 입장했는데 20Kg 이상인 대형견들 사이에서 14Kg인 ‘잡채’ 그저 귀여운 수준이었다.

♡ 1인 입장료는 15,000원이다.
♡ 예약제로 운영한다.
♡ 벤치에서 고기를 구워 먹을 수 있다.
♡ 떡볶이, 어묵 같은 분식과 맥주를 주문할 수 있다.
♡ 곳곳에 훈련사들이 있어 질서를 유지해 주었다.
♡ 수영장 옆에 따로 운동장도 있어 개들이 뛰어놀 수 있다.
♡ 소형견 수영장이 따로 있다.
♡ 물은 비교적 깨끗하다.
♡ 샤워장과 드라이 공간이 조금 부족하여 한참 기다려야 했다.
♡ 개 샴푸를 챙기면 좋다.(물론 현장 구매 가능)
미안하다! 잡채, 생존 수영
누나! 무서워요. 날 놓지 마요!

역시나 쫄보 ‘잡채’는 우리의 기대(우려)를 저버리지 않은 채 온갖 두려움에 떨며 물 밖으로 탈출하려고만 하였다. 유유히 물살을 즐기는 다른 강아지와는 달리 그저 생존 수영을 하느라 팔다리를 허우적거릴 뿐이었다. 하긴 어느 골든 레트리버는 입수조차 못 한 채 엄마 아빠의 애간장을 녹이고 있었으니 그나마 ‘잡채’는 괜찮다고 해야 할까?

이 아이는 결국 입수하지 못 했다. ㅋㅋ
'잡채'도 결국 업혀 다녔다. ㅋㅋ
이곳에 머문 3시간 여 동안 나는 개들이 사람으로 보이는 착각에 빠지고 말았다.

유치원 풀장에 와 있기라도 한 듯 강아지들은 그저 인간들의 애정 어린 관심과 시선을 한 몸에 받는 귀염둥이들이었다. 그 와 중에 하나씩 드러나는 견성들……. 남의 집에 아무렇지 않게 가서 남의 밥그릇을 제 것인 양 먹는 강아지들, 둔중한 몸으로 뛰어다니며 사방에 물방울 튀기기를 일부러 즐기는 강아지들, 자기 장난감은 내버려 둔 채 다른 아이 장난감에만 집착하는 강아지들. 너무 부끄럽고 소심해 그 덩치에 견주 옆에만 껌 딱지처럼 붙어 있는 강아지들, 주인이 어디에 있든 그저 여유롭게 수영을 즐기며 남을 따라다니는 강아지들, 수영장도, 운동장도 관심 없다. 오로지 울타리 밖으로 탈출만 시도하는 강아지들…….

개와 행복한 사람들

그 와 중에 우리 '잡채'만 믹스 견이었다. 보더콜리, 닥스훈트, 웰시코기, 사모예드, 불도그, 시바견……. 모두 멋진 개들 중에 동네 누렁이인 우리 '잡채'! 왠지 더 예뻐해 주고 안아주고 싶었다.

젖은 털 삼푸하러 갑니다.
뽀송뽀송! 오늘 수영장은 정말 무서웠어요.

그리고 정말 마음이 편해짐을 느꼈다. 알게 모르게 ‘잡채’와 아파트를 산책할 때마다 심적 부담을 많이 느꼈었나 보다. 개를 싫어하는 사람, 개를 무서워하는 사람 등등의 다양한 사람 속에서 살짝 눈치도 보고, 덩치 큰 ‘잡채’를 관리하느라 힘에 부치기도 했나 보다. 그런데 이 공간에는 최소한 개를 싫어하는 사람은 없을 테니…….
아직도 아파트 산책길에는 개똥들이 흔하다. 무슨 마음으로 처리를 안 하고, 무슨 마음으로 목줄을 안 하는지 도통 이해할 수 없기에 같이 개 키우는 입장에서 창피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제발 개똥 좀 치웁시다!’ 피켓이라도 들고 싶었는데, 그것 또한 이곳에서는 자성의 목소리로 당당하게 행동할 수 있으리라!

개 세상~♡
우리 '잡채' 보이나요? 모델료 주세요!

갑자기 어리둥절한 경험을 한 ‘잡채’는 차 안에서 곯아떨어졌다. 풀어진 목줄의 자유로움을 느낀 날 행복하기는 했을까? 우리들의 기쁨을 위해 ‘잡채’를 물속에서 강제 수영을 하게 한 것은 아닐까? 내년에는 그 어떤 강아지처럼 여유롭게 수영을 하며 나에게 다가올까?

아마 말을 할지도 모르겠다.ㅎㅎ

누나! 이대로만 쭉 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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