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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니빈 Jul 11. 2024

세상에 괜찮은 악플은 없다 - 5부

내 개인 정보, 안전할까?

기자가 되면 많이 하는 일 중 하나. 바로 '모르는 사람의 연락처 알아내기'다. 기사를 쓰는 일보다 더 많이 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어떤 날은 동료들과 "우리 흥신소 차려도 되겠다"는 농담을 주고받을 정도로, 기자들은 열심히 누군가의 연락처, SNS 주소 등을 알아낸다. 그 사람들은 범죄의 피해자일 때도 있고, 피의자일 때도 있고, 특정 사건을 가까이서 본 목격자인 경우도 있다. 가끔 어떤 성과는 우리가 만나야만 하는, 결정적인 단서를 쥐고 있는 사람의 연락처를 확보해 그와 얼마나 빨리 만나는가에 따라 달라지기도 한다.

  나는 지금까지 기자 생활을 하면서 타인의 연락처나 카카오톡 ID 등 개인 정보를 알아내는 방법을 (좋든 싫든) 꽤 다양하게 터득했다. 악용의 우려가 있는 만큼 이곳에 공개적으로 그 방법들은 모두 적을 순 없지만, 그중 기자가 아닌 사람들도 바로 떠올릴 수 있을 만큼 쉬운 건 찾고자 하는 사람의 이름 뒤에 '010-' 혹은 '010'을 붙여 구글링하는 것이다. 그가 과거에 쓴 게시글이나, 그가 속한 어떤 단체의 연락망, 혹은 부고 알림 등에 개인 연락처가 그대로 노출되어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언젠가 하루는 문득, 내 연락처도 이렇게 검색하면 나올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해봤더니 아니나 다를까, 가장 첫 게시글에 내 개인 연락처가 너무 대놓고 쓰여 있어서 정말 놀랐던 기억이 있다. 대학 시절 학내 언론사 활동을 했는데, 나는 그때 신입 기자를 모집하는 홍보 부장이었다. 당시에 만들었던 수습기자 모집 공고에 '문의연락'으로 개인 핸드폰 번호를 적어놨던 거다. 놀라기는 했지만 딱히 삭제해야겠다는 생각까지 하지는 못했다. 해당 학내 언론사 페이지를 업데이트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없어졌는지, 지금은 똑같이 검색해도 나오지 않는다. 대학생 때부터 10년 넘게 같은 번호를 쓰고 있기 때문에 자칫 나도 모르는 사이 나의 개인정보를 전시할 뻔했던 거다.


1. 지난 6월 진행된 온라인 모임에선 이렇게 각자 개인정보가 얼마나 노출되어 있는지 확인해 보는 활동을 진행했다. 특별히 이날은 호주 ABC 방송국에서 '소셜미디어 웰빙' 업무 담당 고문인 니콜 화이트가 초청 연사로 함께했다. 그녀는 참가자 모두에게 개인 연락처와 집주소를 구글에 검색해 볼 것을 권했다. 다행히 누구도 개인 정보가 그대로 노출되어 있지는 않았다. (대부분 기자들이 '뜻밖에도 제 연락처 안 나오더라고요. 다행이네요. 허허'라며 허탈하게 웃었다. ㅎㅎㅎ) 생각해 보면 예전에 사회부에서 각종 사건 사고 취재를 하거나, 특정 기사에 필요한 적당한 사례자를 구하기 위해 개인 연락처를 참 많이 뿌렸다. 수많은 온라인 카페에 글을 남겼고, 익명의 이용자들에게 개인적으로 쪽지를 보내기도 했다. 마지막 줄은 항상 이렇게 끝났다.


'쪽지를 확인하시면 제 개인 연락처(010-XXX-XXXX)로 문자 한 통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2018년의 나,,, 개인 인스타그램 계정까지 동원해서 섭외 중이었다 ^^;

그간 못해도 몇백 명에게 내 연락처를 보냈는데, 나쁜 의도를 가진 누군가에게 흘러가 의도치 않은 공간에 노출되지는 않았나 보다 싶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갑자기 과거의 내가 스팸 '쪽지봇'처럼 보낸 메시지를 받은 수많은 익명의 사용자들에게 감사한 마음까지...^^ 아무튼, 니콜은 기자들이 이처럼 자신의 개인 정보를 타인에게 알리는 경우가 많은 만큼 틈날 때마다 구글링을 해서 내 정보가 원치 않은 곳에 유출되지 않았는지 확인해 보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내 개인정보가 원치 않은 곳에 게재되어 있다면?>

나도 모르는 사이 내 개인 정보가 드러나 있는 것을 확인했다면, 구글 고객센터를 통해 삭제 요청을 할 수 있다. 아래 링크로 접속하면 구글 고객센터에 바로 관련 요청을 할 수 있다!


Google에서 정보 삭제 - Google 검색 고객센터

이렇게 요청서를 제출하면 구글 고객센터에서 바로 검토한다고 한다. 네이버에서도 비슷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니 모두 참고!

https://help.naver.com/service/30041/contents/22778?lang=ko




2. 니콜 화이트는 이렇게 개인 정보 유출 현황을 스스로 모니터링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온라인상에서 드러날 수밖에 없는 일부 정보들은 애초에 보안에 취약하지 않게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녀에 따르면 인터넷 이용자들은 평균적으로 240개가 넘는 온라인 계정을 생성한다고 한다. 우리나라 젊은 층은 그보다 더 많을 거라고 확신할 수 있다. 대다수 온라인 홈페이지에서는 회원 가입을 하면 받을 수 있는 쿠폰이나 적립금 등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돌이켜보면 이런 자잘한 혜택을 받으려고 매번 생각 없이 아무 쇼핑몰에나 가입했었다. 그리고 그 이후 접속하지 않는 사이트에서 따로 탈퇴를 하지도 않았다. 더욱이 최근엔 '네이버로 로그인', '카카오로 로그인' 등 간편 로그인 서비스가 일반화되고 있다. 기하급수적으로 많은 온라인 계정이 만들어질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이메일 주소, 어떻게 정하는 게 좋을까?>

사실 우리나라의 경우 일부 사이트는 계정 주인조차 헷갈릴 정도로 ID와 비밀번호 생성에 다양한 조건들을 요구하고 있지만, 그래도 업무상 가장 많이 찾게 되는 이메일을 사용할 땐 다음과 같은 내용을 참고하는 것이 좋다. 가능하면 업무상 사용하는 이메일과 개인 계정을 분리하고, 개인 SNS 계정에 업무상으로 사용하는 이메일 계정을 적어두지 않아야 한다. 또한 업무상 사용하는 이메일 주소에 개인 신상을 유추할 수 있는 정보 - 예컨대 나의 생년월일이나 전화번호 등 - 는 넣지 않는다. 그래도 나의 사생활 노출이 우려된다면, 니콜은 종단 간 암호화 서비스를 지원하는 '프로톤메일' 등을 사용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했다.


https://proton.me/mail

이미 대다수가 카카오톡을 사용하지만, 특히 보안에 유의해야 하는 자료를 주고받는 경우엔 텔레그램 등 애플리케이션이 많이 사용화되어 있다. '프로톤메일'은 텔레그램과 유사한 방식으로 개인 정보를 보호할 수 있다. 니콜은 또 요즘은 소셜미디어를 활용해 개인 작업물이나 포트폴리오, 기자들의 경우엔 작성한 기사를 불특정 다수에게 알리기 위해 사용하는 경우가 많은 만큼,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개인 홍보를 위한 공개 계정을 운영하더라도 위에 언급한 것처럼 개인 정보가 연동되지 않도록 주의하고, 사적인 용도로 사용하는 SNS 계정은 되도록 비공개하는 것이 좋다고 했다.


P.S. 지난 5월의 모임에선 각자 참가자들이 지금까지 논의하고 배운 내용을 바탕으로 '팁시트' 초안을 만들어 보내는 과제가 있었다. 나는 되도록 한국의 언론 환경에서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지에 대해 열심히 고민해서 다트 센터 측에 과제물을 제출했다. 현재 다트 센터는 각국 기자들이 보낸 내용을 바탕으로 한 최종 버전을 작성 중에 있다. 거의 완성 단계인데, 조만간 영어 원문을 한국어로 번역하는 작업을 시작할 예정. 완성된 결과물은 이 시리즈의 마지막인 다음 편에서 공개할 예정. 최종본에 담기지 않았지만 내가 다트 센터에 적어 보낸 내용도 일부 공유하려고 한다.


이상 지난달에 글을 올리지 못한 것에 대한 변명 아닌 변명을... (읍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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