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쪽지로 날아온 질문에서 화두를 찾게 되어, 왜 제가 광물을 좋아하게 됐는지 스스로를 좀 돌아보았습니다.
사실 인연을 만나는 데에는 이유가 필요하지 않지요. 때가 되어 만날 사람을 만나듯이, 문득 깨달아보니 광물을 좋아하게 됐다고 생각합니다.
다양한 모양의 플루오라이트 결정 군집
사실 뚜렷한 계기는 잘 모르겠어요. 분명한 건 작년(2020년)에 트위터에 원석 계정을 개설하기 전에는 돌멩이를 구입하거나 모은다는 개념 자체가 저에게 없었다는 거예요.
그 전에는 몇 년 동안 수반에 연꽃이랑 옥잠을 키웠어요. 그런데 유난히 뜨겁던 한여름 불볕에 익어서 모두 죽어버렸죠... 평생 그런 일이 한 번도 없었기 때문에 예상치 못했고 너무나 상심했어요. 수반은 지금도 쳐다보기도 싫어서 창고에 넣어둬 버렸지요.
그러다가 우연히 돌멩이를 애지중지하는 취미가 있는 걸 알게 됐고, 처음으로 구입한 게 래브라도라이트 팜스톤(손바닥 크기로 둥글게 연마한 손 노리개 돌. 힐링스톤) 한 쌍이었어요. 그걸 처음 샀을 무렵엔 너무 예쁘고 신기하고 좋아서 머리맡에 두고 자곤 할 정도였지요. 지금은 둘 중 하나는 새 주인을 찾아 떠나보내고 하나만 남겨뒀지만.
돌멩이라면 꽃처럼 죽거나 시들지 않을 테니까요. 인간처럼 배신하거나 애먹이는 일도 없겠죠. 언제까지나 애정을 쏟아도 괜찮을 것 같아서 좋아요. 저는 공간을 배치하고 꾸미는 걸 좋아하니까 그런 면도 잘 맞아요. 한동안 이 취미에 머물러 있을 것 같습니다.
동글동글 에티오피안 초콜릿 오팔. 물을 먹으면 색이 변하고 보글보글 거품이 일어납니다. 살아있는 것 같아요!
제가 올봄부터 돌에 흥미를 갖고서 둘러보니 돌 취미에도 장르가 다양합니다. 가장 대중적인 것은 '보석'입니다. 깎고 다듬어 금에 세팅한 보석을 마다할 사람은 없을 거예요.
그다음으로 많이 알려진 것이 '수석'이라는 장르입니다. 제 생각에 수석은 돌 그 자체보다는 돌을 재료로 하여 잠재된 형상을 드러나게 하는 예술품에 가까운 것 같습니다. 수석과 분재는 좋은 벗이지요.
그리고 우주를 넘어온 돌, '운석'도 하나의 큰 장르를 이루고 있고, 세월을 넘어온 돌인 '화석' 또한 주요한 장르입니다. 마지막으로 제가 사랑하는 '광물' 이 있습니다.
광물의 정의는 다음과 같습니다.
광물(鑛物; mineral)은 암석의 구성단위로서, 1. 자연산 무기물이며 2. 규칙적인 결정구조와 3. 한 종류의 원소 또는 화합물로 이루어진 명확한 화학조성을 가지며 4. 지표온도에서 고체입니다.
광물은 일반적인 지표온도에서 고체이어야 하므로 빙하는 광물이지만 물은 광물이 아닙니다. 예외적인 경우도 있어서, 상온에서 액체인 수은은 광물입니다. 수은은 영하 39도에서 고체로 변합니다. 그밖에 오팔은 결정구조가 없어도 광물로 취급하며, 상온에서 액체상태인 남극석, 유기화합물인 산호나 진주도 예외일 수 있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