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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ris Sep 22. 2019

나의 독서 모임 이야기.

5. 양적으로 성장하다.

사진: Photo by �� Claudio Schwarz | @purzlbaum on Unsplash


※  독서 모임의 진정한 가치는 모임 안에서 어떠한 가치 있는 생각들이 오고 갔느냐일 것입니다. 그러나 곡식이 잘 자라기 위해서는 그에 맞는 토양을 만들고 성장에 필요한 환경을 조성해주는 것이 필요하듯, 독서 모임 그 자체도 바로 그러한 지적 성장을 위하여 필요한 중요한 토양입니다.


  이번 이야기는 2011년부터 2019년까지 독서 모임을 만들어 가면서 경험했던 것들을 정리한 글입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는 「나의 독서 모임 가이드」에서 언급한 여러 형태의 독서 모임을 만들어 가면서 느꼈던 생각이나 경험들을 중심으로 적은 글입니다. 이러한 글을 쓴 까닭은 독서 모임을 새롭게 만드는 분에게는 여러 모임의 형태를 좀 더 잘 이해하고 시행착오를 줄이도록 함에 있으며, 독서 모임 진행하거나 참여하고 계신 분은 자신과 같은 성공과 실패의 경험을 한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들여다봄으로써 공감을 하고 저처럼 자신의 독서 모임에 가치와 의미를 부여해주길 바라기 때문입니다. 또 하나의 의도는 이러한 몇 년간의 과정을 들여다봄으로써 「가치 있는 사고를 위한 독서 모임」을 만들기 위한 부단한 사고 활동에 관한 인상이나 느낌을 어떻게든 전달하고 싶은 마음 때문이기도 합니다.

  이 글을 통해, 한 가지 바라는 점은 좋은 독서 모임을 만드는 방법보다도 좋은 독서 모임이 되기 위해 어떤 사고를 했는지를 들여다보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나아가 독서뿐 아니라 좋은 공동체를 만들기 위해서 각자의 위치에서 노력을 해주셨으면 하는 게 제 작은 소망입니다. 그럼 이야기를 시작하겠습니다.


(참고로 이야기는 연재 중에 계속 수정되며 추가될 수 있습니다.)


1부 이야기 -「독서 모임을 접하다.」https://brunch.co.kr/@wringkle/115

2부 이야기 - 「독서 모임을 만들다.」https://brunch.co.kr/@wringkle/122

3부 이야기 - 「3. 발췌와 발제의 기준을 세우다.」https://brunch.co.kr/@wringkle/131

4부 이야기 - 「4. 안정적인 장소를 얻다.」https://brunch.co.kr/@wringkle/135




《독서 모임에서 선정했던 책들 中》


모임을 위한 고정적인 장소를 얻게 되면서 모임 자체가 안정화는 되었지만, 아직 충성도가 높은 참여 인원이 그리 많지 않았다. 그래서 시험 기간이 오거나 혹은 어려운 책을 선정할 때면, 참여자들의 수가 급격하게 줄어들곤 했다. 그럼에도 모임을 계속 진행하면서 점차 열심히 참여하는 사람들이 생겨났다. 심지어 주말 모임에 참여하기 위하여 한 시간 이상 거리를 대중교통으로 오는 사람들도 있었다. 독서 모임 자체가 많은 인원을 필요로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러한 충성 인원의 존재는 모임을 몇 년간 유지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처음부터 모임의 질적 크기보다 양적 크기를 고려했다면 참여자들의 욕구에 맞춰 쉬운 책을 읽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애당초 모임의 목표는 「어떤 책은 그 맛을 음미해 보고 어떤 책은 삼켜 보고 어떤 소수의 책은 잘 씹어서 소화해야 한다.」라는 프랜시스 베이컨의 말처럼 잘 씹어서 소화해야 할 책들을 고르는 것이었다. 다시 말하면, 한정된 시간에 모인 만큼 읽기에 가치가 있다고 여기는 책들을 선택하고 싶었다. 적어도 이 부분만큼은 타협하고 싶지 않았다. 물론 그렇다고 어려운 책만을 선택한 것은 아니었다. 음식에도 메인 요리가 부족하면 사이드 메뉴로 보완할 수 있듯, 만약 어쩌다가 조금은 가벼운 책을 선정하게 될 때는 그 책과 함께 엮을 다른 책들의 발췌를 좀 더 신경 써서 했다.

이러한 나의 성향 탓으로 초반부터 한동안 발췌와 발제는 거의 전적으로 도맡아서 했다. 그 까닭은 앞의 다른 장이나 ‘나의 독서 모임 가이드’에서도 말한 적이 있듯, 모임에 우선하여 나 자신의 지적 성장을 위한 노력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다른 이유로는 의무 참여 모임이 아니었기 때문에 혹시나 참여자들이 발제를 만드는 부담마저 느낀다면 이탈할 가능성도 높았기 때문이었다. 물론 모임에서는 참여자들에게 함께 읽기를 원하는 책이 있다면 가져오고 발제도 만들어 달라고 부탁을 하기도 했다.

모임은 몇 가지 면에서 초반부터 깐깐하고 주도 면밀했다. 책의 선정이나 발제의 충실도, 절대 가입 회원을 따로 두지 않고 누구나 참여 가능토록 한 점 등이 그러했다. 모임의 초기부터 이런 면을 강조했는데, 진행한 기간이 점차 길어짐에 따라 선정 도서들이 우리 모임이 꽤 좋은 독서 모임이라는 인식을 높여주었지만, 동시에 고상한 취미로서 접근 가능한 쉬운 모임은 아니라는 인식을 주었다. 그리고 이탈이 자유롭다는 측면은 강제력이 없기 때문에 개인 스케줄에 따라 선택적으로 참여하거나 참여 신청을 해 놓고서 시작 직전에 취소하는 일도 빈번했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한동안 꿋꿋하게 버텨 나갈 수 있던 것은 계속된 홍보 활동으로 양적으로 성장하고 있었기 때문이며, 비록 초기에는 서너 명뿐이었지만, 모임에 매우 높은 충성도를 가진 참여자들이 존재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나 자신도 다른 인원이 참여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원칙으로 인하여 폭넓고 깊이 있는 독서를 할 수 있었기에, 이 방식을 고수하는 게 무책임한 참여자들로 인하여 생기는 약간의 허탈감만을 제외하면 즐거운 일이었다. 이러한 허탈감을 극복하고 꾸준히 가치 있는 모임으로 만들기 위해 몇 가지 원칙을 세웠는데,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다.



가치 있는 모임을 만들기 위한 나만의 원칙

① 일단 시작하되, 바뀌지 않을 몇 가지 기준을 세운다. 

― 이러한 기준은 건물의 뼈대와 같다. 뼈대가 튼튼하면 좋은 건물을 지을 수 있다. 초기 조건 내지는 원칙은 대단히 중요하다. 집단이 어느 정도 성장한 이후나 창립자가 떠난 이후에 내부 구성원끼리 원칙을 만드는 것은 이해관계가 결부될 수 있기 때문에 만들기 쉽지 않다. 그래서 모임 초기나 이전에 만들어 놓는 것이 좋다. 이러한 원칙은 모임의 모습이 변질될 때에도 마치 건물의 리모델링처럼 다시 초심으로 돌아갈 수 있는 기준이 된다. ex) 고전이나 가치 있는 책을 선정한다, 남녀노소 누구나 참여하도록 한다.


② 이러한 원칙으로 모임을 운영할 때 나에게 질적인 성장을 기대할 수 있는지, 내가 재밌는지를 생각한다.

― 우선은 나에게 이득이 되고 재미가 있어야 한다. 물론 이것은 경제적 이득과 말초 신경을 자극하는 재미가 아닐지도 모른다. 근력 운동과 같이 할 때는 고통스러울 수 있으나 근육이 성장하고 하기를 잘했다는 즐거움이 남는 그러한 재미에 가깝다. ex) 발제와 발췌를 충실히 만드는 것이 모임의 참여자들이 없더라도 나의 지적 성장에 분명히 기여를 한다. 2주에 한번 모임을 한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게으름을 피하고 책을 읽게 만드는 힘이 된다. 토론을 통해 내가 못한 생각을 나눌 수 있다.


③ 이것이 집단과 사회에 가치 있는 일인지를 생각한다.

― 나의 이득과 재미만을 생각하면, 모임에 따른 기회비용을 고려하여 모임을 포기하고 혼자 일을 도모할 수도 있다. 이것이 사회나 어떠한 집단에 어떤 가치 있는 의미를 남기는가를 생각하면 도움이 된다. 그리고 그것을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모임의 모토로 정하는 게 좋다. ex) 가치 있는 생각을 공유함으로써 참여자들이 함께 성장할 수 있다, 독서 문화에 기여하고 건강한 토론을 통해 학교와 사회에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④ 해야만 하는 당위성을 만든다.

― 때로는 모임이 잘 안될 때 도망치거나 그만두고 싶은 생각이 생긴다. 모임을 하는 게 여러모로 이득이 된다고 하더라도 게으름이나 귀찮음으로 인해 포기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해야만 하는 이유를 만드는 게 좋다. 이를 위해서는 자신이 모임에 어떤 책임을 지고 있는 게 좋다. 가령 적극적으로 발제를 만들거나 모임의 진행을 하는 것은 자신이 모임에 빠져서는 안 된다는 당위성이 된다. 감투를 쓸 수 있으면 써라. ex) 발췌와 발제를 만들고 진행을 한다, 분명 모임을 안하는 것보다 하는 것이 독서를 하도록 한다.


⑤ 꾸준히 한다.

― 이러한 원칙과 기준을 세웠다면 꾸준히 해야 한다. 처음에는 자신의 기대만큼 사람이 모이지 않을 수도 있고 포기하고 싶은 생각이 들 수도 있다. 그러나 원칙과 기준을 가지고 뚝심 있게 나아가면 자신의 뜻에 공감은 할 사람이 분명히 나타난다. 물론 이는 꾸준한 홍보가 병행되어야 한다. 아무런 홍보조차 없는 신장개업한 식당에 손님이 우연히 들어오기란 쉬운 일은 아니다. 자신만의 홍보 채널을 개발하고 꾸준히 가치 있는 모임이 있음을 알려야 한다. 당신의 모임이 맛집과 같다면, 분명 어느 시간이 지나면 모임을 찾는 사람은 늘어날 것이다. 그때까지 가치 있는 모임이 되기 위하여 꾸준히 개선하고 노력해야 한다. ex) 한명이 오든, 아예 오지 않든 내게 이득이 되니 나는 꾸준히 할 것이다! 누군가가 많이 참여하면 좋고 그렇지 않더라도 내게 분명히 도움이 된다.




이렇듯 모임의 질을 비롯하여 나의 지적 성장을 위하여 만들었던 A4로 약 10~20페이지가량 되는 발췌와 발제는 책을 읽고 오지 않아도 충분히 모임에서 책에 대한 설명과 발췌를 보고 모임에 참여할 수 있다는 장점이 되었다. 그러나 반면, 행여 발제를 만들어볼까 생각하는 다른 참여자로서는, 처음부터 이러한 방대한 발췌와 발제를 보아왔기 때문에, 발제 만들기에 두려움이 있지 않았나 싶다. 그래서 책을 선정하고 발제 만들기를 자원한 사람에게 발제를 굳이 나처럼 만들 필요가 없으며 자신만의 스타일로 만들거나 다른 독서 모임들처럼 질문으로만 구성해도 된다고 말했으나 쉽게 바뀌진 않았다. 또 어떤 사람들은 발제 만들기는 자신이 있으나 모임의 진행을 두려워하기도 했다. 이럴 때는 발제만 만들고 진행을 내가 하거나 두 명의 발제자가 협력하여 발제와 진행을 같이 하기도 했다.

도서 선정과 발제 구성, 의무를 요구하지 않는 점 등이 아마 우리 모임을 남다르게 만든 장점이라고도 할 수 있었으나, 참여를 희망하거나 발제를 만들고 진행을 하는 사람으로서는 진입 장벽이 되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이러한 선정 도서는 분명 2주 안에 다 읽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다. 그리고 발제를 만들어보라고 참여자를 독려하더라도 이들은 과거의 발제와 모임을 비교하고 민폐가 될까 봐 두려워했다. 그리고 참여자들에게 참여 의무를 지우지 않았기 때문에 다른 발제자가 진행할 날짜에 열심히 발제 준비를 했는데도 아무도 오지 않을 위험성이 언제나 있었다. 물론 시간이 흐르면서 어느 정도의 양적 성장 이후에는 이러한 두려움도 사라지고, 발제 만드는 것도 익숙해졌으며 그에 따라 이들 또한 지적 성장을 할 수 있었으나, 그러한 성실하고 경험 있는 참여자를 기다리기까지는 제법 오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었다.

나로서는 발제와 발췌를 만드는 데에도 프로페셔널함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고 그러한 자세로 언제나 모임에 임했다. 그때는 이것이 타협하지 않는 장인 정신과 같은 것이라 여겼으며 모임에 단 사람이 오더라도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한 번 타협을 하면 두 번은 쉽다고 생각해 매번 성심성의껏 준비했다. 앞서도 말했지만, 이렇게 한 까닭은 비단 모임의 참여자들을 위해서라기보다 일차적으로는 준비하면서 느끼는 지적인 재미 때문이었고 그것이 또한 모임 자체에 기여하는 바가 크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비록 돈과는 관련이 없지만, 나는 실로 가치 있는 일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이렇게 많은 시간과 노력을 쏟아야만 하는 발제 만들기 방식을 모두에게 요구할 수는 없었다. 특히 대부분은 그저 취미 활동의 일환으로 오는 것이었고 대부분이 학생으로 학업과 병행해야 했기 때문에 독서 이외에 A4 10~20장 분량의 발제를 매번 만드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 그래서 소모임에서 벗어나 동아리가 된 이후에는 이러한 정신을 유지하되 다수의 사람이 모여 한 권의 선정 도서에서 협업을 통해 발제문을 만들어 가도록 안내했다. 그리고 이를 위해 홈페이지를 개설하고 발제 게시판을 별도로 만들어, 선정 도서를 읽고 게시판에 자유롭게 발제를 남겨 한 사람이 아닌 여러 사람이 발제 만들기를 협업할 수 있도록 했다.


홈페이지 게시판 기능을 활용하여 다수의 참여자가 협업하여 만든 발제들


모임이 계속 유지가 되려면 사람들이 더욱 많이 관심을 가지고 참여를 해야만 했다. 또한, 모임을 하게 됨에 따라 지금 형태의 토론 모임을 넘어서 여러 형태의 모임을 만들고 싶었다. 우선은 여러 사람이 독서 모임에 글을 볼 수 있도록 글을 올리되, 단순히 모임이 있음을 알리는 글을 쓰기보다는 책에 관한 이야기나 모임에서 어떤 이야기가 오고 갈 것인지 간단하게 기록했다. 또는 간단한 서평이나 줄거리를 올린다든지, 혹은 모임의 이름을 걸고 다양한 분야에서 읽어볼 만한 책 100선이라든가, 주제별 선정 도서 등에 관한 글을 올리는 등 사람들이 흥미를 느낄만한 내용을 담아 다양한 형태로 학생들이 자주 드나드는 학교의 자유 게시판과 페이스 북에 올렸다. 그뿐만 아니라 독서나 모임에 관한 팁들을 올리거나 진행했던 도서들에 대한 간단한 정보를 올린다든지 식의 홍보를 했다. 가입해야 볼 수 있는 페이스북 게시판도 점점 인원이 늘어 200여 명이 넘어섰기 때문에 페이스북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그때에는 모임에 관한 일체를 다 운영해야 했기 때문에, 오프라인 홍보까지는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만약 그때 학교 화장실이나 사람들이 많이 보는 오프라인 게시판을 중심으로 홍보를 했다면 좀 더 빠르게 양적인 성장을 할 수도 있지 않았을까 싶었다. 이러한 생각은 동아리가 된 이후 얼마간 그곳을 떠나고 다시 돌아왔을 때, 오프라인 홍보 담당을 만들고 적극적으로 홍보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

점차 시스템화 된 홍보 방식으로 계속 모임에 대해 홍보를 하여 인지도가 높아질 무렵 동시에 계획하고 있던 여러 독서 프로그램을 외부로부터 여러 지원을 받아 운영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모임에 관한 인지도가 어느 정도는 높아졌으며, 홍보 채널이 있는 상태였던지라 이를 활용하면 모임에 따른 인원을 모집하는 데는 어려움이 없을 것 같았다. 그뿐만 아니라 지금의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열린 모임의 형태보다 소수의 참여자만 받고 참여자들에게 의무 조건을 거는 닫힌 모임의 형태가 되면 꾸준한 독서 훈련을 통해 참여자들의 지적 성장에도 이바지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모임으로부터 받을 수 있는 유대감이나 혹은 추후 우리에게 필요한 인적 자원으로서도 큰 역할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이를 위하여 우선은 하고 싶은 모임에 관한 구체적인 기획서를 작성하여 학교의 도서관이나 교수회에 측에 전달했다. 처음에 계획했던 모임은 독서 문화 활성화를 위한 기획으로써 전문가 집단인 교수가 멘토 역할을 하고 도서관은 행정적 지원을, 모임의 학생들은 참여자인 동시에 서포터가 되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여러 독서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이었다. 며칠 후 메일이 왔지만, 생각은 좋지만 이러한 일에 할당할 예산이 없어서 다음 기회에 함께 하자는 말이었다. 살짝 아쉬움도 컸지만, 시도에 의의를 두고 지금 하고 있는 독서 모임을 더 열심히 해보자고 다짐했다.

다음 장에 관한 예고일 수 있겠으나, 이렇게 서신 교환이 인연이 되어 우리는 훗날 도서관으로부터 재정 지원을 받게 된다. 그리고 이 제안서대로는 아니지만, 여러 독서 프로그램을 만들거나 계획서에 적힌 여러 계획의 일부를 여러 프로그램에 적용해 보게 된다. 그리고 그렇게 하여 만들어진 여러 독서 프로그램이 인연이 되어 동아리를 만드는 단계에 이르게 된다.




당시 도서관에 건넨 메일과 제안서 中

안녕하세요? 
작년 11월부터 지금까지 2주에 한 번씩 "** 100선"의 선정도서 및 고전을 토대로 [** ***]이라는 독서 토론 모임을 진행하고 있는 최현이라고 합니다. 졸업생이지만 개인적인 뜻이 있어 아직 학교에 남아 있습니다.
이 글을 쓰는 까닭은 독서 모임을 진행하면서 학생들이 고전을 너무도 안 읽는다는 것을 절실하게 느꼈기 때문입니다. 학생들이 책을 멀리하는 이유 가운데는 분명 각박한 사회와 학교의 책임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때문에 어떻게 하면 학생들에게 고전을 알릴 수 있을까 고민을 하다가 One Page Proposal 방식을 통해 다음의 제안을 하게 되었습니다.(첨부파일 참조)
일류대학교의 배경에는 교수님들의 연구 업적도 중요하지만 그 보다도 그 구성원인 학생들의 인문학적 소양이 큰 밑거름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러한 소양은 고전 읽기를 통해 이루어진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입니다. 
이러한 고전을 어떻게 하면 학생들이 읽을 수 있게 할까 고민을 하던 찰나에 도서관에 북돋음, 마일리지 제도 등 훌륭한 프로그램들이 있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러한 좋은 프로그램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학생들에게 크게 어필을 하지 못하는 것 같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러한 **의 좋은 책들과 여러 프로그램들을 잘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이 무엇일까 생각을 해보다가 다음과 같은 "** 독서 프로그램"이라는 것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 독서 프로그램' 은 정석(학교) - 전문가(교수) - 멤버(학생) 상호 간의 교류와 협력을 통한 적극적인 고전 읽기 방법으로 1. 보다 체계화된 독서 프로그램을 통해 학생들의 적극적인 책 읽기를 고취시키고 나아가 초일류 대학으로 나아가기 위한 토양을 만들고 2. 기존의 북 돋움 프로그램을 비롯한 정석 학술 정보관의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홍보하는 데 그 목적이 있습니다.
제가 해당 업계나 실무에 있는 게 아니라 얼마나 현실성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최대한 기존의 ** 도서관의 프로그램과 융합하고자 노력했기에 비용 측면에서는 크게 부담이 없을 것으로 판단됩니다. 긍정적인 답변을 해주시리라는 보장은 없지만 그래도 읽어보시고 모쪼록 학교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정보관 ***입니다. 
보내주신 메일 잘 받았으며, 저희 도서관의 북돋움 프로젝트에 관심을 가져주셔서 감사합니다.
북돋움 프로젝트는 지난해 처음 시작한 프로그램으로 책을 통한 leader를 만들자는 큰 목표를 향해 출발하였지만, 아직 보완해야 할 점이 많습니다. 그러나 본 프로젝트는 한정된 예산으로 최대한 노력하여 운영되고 있으며, 올해는 아직 예산이 확정이 되지 않아 진행에 여러 어려운 점이 있습니다.
독서 모임을 진행한다고 하셨는데 예산이 확정되고 최현 님이 제안하신 프로그램도 적극 검토하겠습니다. 추가 문의사항이 있으시면 ***-****으로 연락 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당시에는 제안이 이루어지지는 않았지만, 이후 이와 관련된 다각적인 프로그램이 생겨났다.


모임에 관한 관심이 늘고 인지도가 높아지자, 여기저기에서 독서 모임에 관한 인터뷰를 요청하는 이들이 생겨났다. 지금은 흔하디 흔한 게 독서 모임이나 당시에는 그리 많지 않았고, 학교에서도 몇몇만 참가하는 소모임이 아닌,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모임으로 만든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기 때문인 점도 있었던 듯싶다. 여하튼 이러한 과정을 통해 조금씩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모임과 나를 알게 되었다.

모임의 인지도가 증가하고 좋았던 점 중 하나는 모임의 좌우명인 「가치 있는 생각의 공유」나, 학생뿐 아니라「누구나 참여 가능한 모임」이라는 방침에 공감하여 외부에서도 많은 사람이 참여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그중에 한 명은 모 예술 관련 대학을 다니고 있는 학생으로서, 연기 수업을 받는 학생이었다. 그는 영화 엑스트라 촬영 차 우리 학교로 왔다가 곳곳에 비치된 교지의 독서 모임에 관한 내 인터뷰를 보고서 모임에 참여를 위해 연락을 줬다고 했다. 그는 모임이 있는 날이면 약 두 시간 거리의 길을 마다하고 지하철과 버스를 타고 모임 장소로 왔다. 그뿐만 아니라 경찰대를 나와 인근 경찰서에서 2년간 대체 복무를 하던 친구가 연락이 와서 함께 모임을 한 적도 있었다. 그 역시 주말 당직이 없을 때마다 나와서 모임을 함께 했다. 이 모든 게 꾸준함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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