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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ris Oct 01. 2019

나의 독서 모임 이야기.

6. 새로운 형태의 독서 모임을 만들다.

Photo by �� Claudio Schwarz | @purzlbaum on Unsplash


※  독서 모임의 진정한 가치는 모임 안에서 어떠한 가치 있는 생각들이 오고 갔느냐일 것입니다. 그러나 곡식이 잘 자라기 위해서는 그에 맞는 토양을 만들고 성장에 필요한 환경을 조성해주는 것이 필요하듯, 독서 모임 그 자체도 바로 그러한 지적 성장을 위하여 필요한 중요한 토양입니다.


  이번 이야기는 2011년부터 2019년까지 독서 모임을 만들어 가면서 경험했던 것들을 정리한 글입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는 「나의 독서 모임 가이드」에서 언급한 여러 형태의 독서 모임을 만들어 가면서 느꼈던 생각이나 경험들을 중심으로 적은 글입니다. 이러한 글을 쓴 까닭은 독서 모임을 새롭게 만드는 분에게는 여러 모임의 형태를 좀 더 잘 이해하고 시행착오를 줄이도록 함에 있으며, 독서 모임 진행하거나 참여하고 계신 분은 자신과 같은 성공과 실패의 경험을 한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들여다봄으로써 공감을 하고 저처럼 자신의 독서 모임에 가치와 의미를 부여해주길 바라기 때문입니다. 또 하나의 의도는 이러한 몇 년간의 과정을 들여다봄으로써 「가치 있는 사고를 위한 독서 모임」을 만들기 위한 부단한 사고 활동에 관한 인상이나 느낌을 어떻게든 전달하고 싶은 마음 때문이기도 합니다.

  이 글을 통해, 한 가지 바라는 점은 좋은 독서 모임을 만드는 방법보다도 좋은 독서 모임이 되기 위해 어떤 사고를 했는지를 들여다보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나아가 독서뿐 아니라 좋은 공동체를 만들기 위해서 각자의 위치에서 노력을 해주셨으면 하는 게 제 작은 소망입니다. 그럼 이야기를 시작하겠습니다.


(참고로 이야기는 연재 중에 계속 수정되며 추가될 수 있습니다.)


1부 이야기 -「독서 모임을 접하다.」https://brunch.co.kr/@wringkle/115

2부 이야기 - 「독서 모임을 만들다.」https://brunch.co.kr/@wringkle/122

3부 이야기 - 「3. 발췌와 발제의 기준을 세우다.」https://brunch.co.kr/@wringkle/131

4부 이야기 - 「4. 안정적인 장소를 얻다.」https://brunch.co.kr/@wringkle/135

5부 이야기 - 「5. 양적으로 성장하다.」 https://brunch.co.kr/@wringkle/138




모임은 격주 일요일 2시에 모여 대략 4시간 정도를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일반화되었다. 생활 도서관에서 편안하게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니, 3시간 이야기를 나누는 것조차 부족해 더 이야기를 나누게 된 것이다. 이처럼 모임이 안정화되면서 점차 다른 실험적인 형태의 독서 모임에도 도전을 할 수 있었다. 가령, 「진중권의 서양 미술사」로 모임을 할 때는 해당 책에서 설명하는 이야기나 개요를 바탕으로 해서 관련된 자유 주제로 발표를 하거나 함께 체험해 볼 수 있는 자료를 만들었다. 당시 우리는 플라톤의 철학이나, 예술과 현실의 구분, 칼레이도치클루스, 시학의 관점에서 본 힙합의 랩 문화, 미에 대한 관점, 대이론과 취미론에 이은 미적 태도론으로서의 미(美)를 보는 법을 각자 준비했는데, 미학이라는 주제를 바탕으로 이렇게 많은 참신한 생각들을 발표할 수 있다는 사실이 자못 놀라웠고 보다 적극적인 독서 모임에 관한 가능성을 발견한 것 같았다. 또한, 「윤동주 정본 시」 모임에서는 그의 뜻을 기리고 시를 읽고 와서 이야기 나누는 것을 넘어 관련된 영상을 시청하거나, 좋아하는 시나 자작시를 준비하여 발표해보는 시간을 갖는 등의 활동을 함께 했다. 

이러한 활동이 단편적인 독서 모임에서 벗어나 변화와 발전의 계기를 만드는 요인이었다면, 온라인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회원들이 함께 작성해 나가는 온라인 독서록을 만든다거나 자체 선정 도서 100선을 만들어 대외적으로 배포하고 추천 이유를 다는 등 내부적으로 결속력을 다시고 대외적으로는 인지도를 높이는 활동을 계속해 나갔다.


구글 독스를 활용한 온라인 독서록


그러던 와중에 또다시 한 해가 지나고 찬 겨울바람이 서서히 저물어들 때쯤에 학교 도서관으로부터 메일이 한 통 왔다. 독서 동아리 양성을 위한 예산이 책정되어 지원해줄 수 있게 되었다는 연락이었다. 도서관은 과거 나의 제안에 대하여 다음에 다시 연락하겠다는 약속을 잊지 않고 이듬해 예산 책정에 반영한 것이다. 그들은 우리가 모임에서 필요로 하는 책과 권수를 알려주면 예산 범위에서 구매해주겠다고 했다. 예산 지원에 따라 예산을 어떻게 쓸지 알리는 예산 계획과 우리는 어떤 모임을 했는지를 간단히 증명할 수 있는 회의록을 만들어 주기만 하면 되었다.  


xxxx 독서토론 회의록 (양식)


  ◯ 모임 명 : 

  ◯ 일 시 : 

  ◯ 장 소 : 

  ◯ 참 석 자 

 - 


  ◯ 도 서 명 : 1984 – 조지 오웰


  ◯ 토 론 내 용


o 1984에서 나오는 세계는 빅브라더에 의하여 감시와 통제가 이루어지는 사회임. 우리 사회는 어떤 형태로 감시와 통제가 이루어지고 있는지, 우리 세계에서 빅브라더라고 할 수 있는 게 있다면 무엇인지 토론함.

o 많은 이들이 현대 및 미래사회에서 1984에 나오는 텔레스크린과 비슷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 바로 CCTV라는 전제하에 공공장소에 CCTV를 설치하는 것과 그것에 의한 감시에 대해서 긍정적으로 생각하는지 혹은 부정적으로 생각하는지 토론함. 더불어 우리사회에 실질적으로 위협이 되는 감시에는 무엇이 있을지 토론함.

o 언어를 단순화시키면 하면 정말 인간의 정신도 단순화 되는지, 더불어 역사를 통해 그러한 사례가 있는지 이야기 나눔.

o 민주주의의 실현이라는 관점에서 주인공이 말하는 “그건 그냥 소극적인 것보다는 적극적인 걸 좋아하기 때문이야. 지금 하는 이 시합에서 우린 이길 수 없어. 실패를 하더라도 좀 덜한 실패를 하자는 거지. 그뿐이야.”라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 토론함.


    작성일자 :               년        월          일                                                       작성자 :                 (인)



<모임이 끝나면 이런 식으로 간단한 독서 토론 회의록을 도서관에 제출했다.>


도서관의 경제적 지원은 비용 문제 때문에 못하고 있던 다른 독서 프로그램에 관한 계획들을 실행에 옮길 수 있는 절호의 찬스였다. 그뿐 아니라 격주마다 진행하고 있던 독서 모임에 사람들을 보다 공격적으로 영입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도 했다. 그리하여 나는 단순히 소모임이 아닌 보다 가치 있는 생각의 공유라는 커다란 가치 아래에서 다양한 프로그램이 운영될 수 있는 큰 그룹형 독서 모임으로 성장할 수 있는 계획을 짰다. 그리고 이를 위하여 지금 얻게 된 예산의 일부는 진행하는 독서 모임의 참여자들에게 도서를 제공하여 모임의 결속력을 높여 이들을 주축으로 새로운 모임의 리더로 양성해 나가자는 계획을 수립하고 새로운 모임에 대하여 모집을 하기 시작했다.





《독서 동아리 운영 청사진 계획안》



독서 모임의 성장을 위한 실행 계획, 1 페이지 초안.


새로운 형태의 모임은 격주로 진행하는 현재 모임에 속한 별도의 프로그램이라기보다는 아예 새로운 토대 위에서 진행하는 사업이었다. 그중에 하나는 아침 독서 모임으로서 매일 아침 8시에 나와 대학생들이 수업에 참여하는 9시 이전까지 모임을 진행하는 것이었다. 격주로 진행하는 모임이 책을 집에서 읽고 와서 토론하는 모임이라면 이 모임은 책을 그 자리에서 돌아가며 함께 읽고 떠오르는 것을 바탕으로 자유롭게 토론을 하는 개념이었다.

쉽게 말하면, 집에서 혼자 읽기 어려운 책을 같은 공간에 모여 함께 읽고 의미를 학습하는 진보된 형태의 독서 모임이었는데, 모임의 성과를 위해서는 여러모로 제도적 개선이 필요했다. 가령, 참여자들의 지적 성장을 위해서는 인터넷 강의처럼 모임에서 논의한 것들을 반복해서 들어 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했다. 이는 참여자들에게는 반복해서 들어보고 사정이 있어서 참여하지 못한 이들에게는 집에서 녹음을 들으면서 혼자서 학습할 기회를 제공하기 위함이었다. 그뿐만 아니라 모임 자체의 성장을 위해서도 필요했는데, 그 자체가 기록물로서 모임의 성과나 역사를 기록하는 것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다른 하나는 스스로 학습할 수 있고 피드백을 할 수 있는 공간의 필요성이었다. 독서에 있어서도 자기 주도 학습은 대단히 중요한데, 단순히 책을 읽는 것이 통찰을 이끄는 것은 아니라는 확신 때문이었다. 즉 책을 읽고 자신의 언어로 소화를 시켜야만 했는데,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독서에 따른 자신의 생각을 기록하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다는 사실을 경험적으로 알고 있었다. 기존의 열린 모임에서는 모든 것들을 자율적으로 하도록 요청해서 이러한 생각을 남기는 일을 강제하기가 어려웠으나 사람을 모집하여 진행할 이 모임에서는 이 방식을 요구할 수 있었다. 그래서 제도적으로는 매일 읽은 부분에 따른 생각을 몇 줄이라도 좋으니 자정 전까지 읽거나 토론했던 부분에 대한 생각을 자유롭게 기록할 것을 의무화하고 못한 이들에게는 벌금을 매기는 제도를 만들었다. 

이를 위하여 모임의 녹음 자료를 매일 올릴 수 있는 팟캐스트를 개설하고 도서관에 연락하여 도서관 홈페이지 아래에 우리가 활용할 수 있는 별도의 게시판을 만들어달라고 요구했다. 작성 방법은 각자의 스타일에 따라 자유롭게 할 수 있도록 했다.

그렇게 하여 만들어진 첫 번째 모임은 그토록 바랐던 제레드 다이아몬드의「총 균 쇠」 책으로 진행할 모임이었다. 격주로 진행하는 모임에서도 이미 이 책을 진행한 바 있지만, 방대한 책의 분량에 비하여 2~3시간 남짓의 토론 시간은 너무나도 적은 시간이었고 2주 만에 이 책을 다 읽고 이해한 뒤 토론까지 하는 것은 정말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 때문에 두 번으로 나눠 총 4주 동안 모임을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의 두께로 인하여 모임을 참여한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큰 일이었다. 그래서 모임을 하고도 뭔가 아쉬움이 컸는데, 도서를 지원받을 수 있게 됨에 따라 충분한 사고와 토론이 가능한 모임을 개최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개별 프로그램 中「고전 독회」 프로그램에 관한 모집 계획서

           

□□□□□ 고전 독회 
가치 있는 삶의 향유를 위한 독회 모임     
목적 :
혼자서 보기 어려운 책을 함께 읽고 생각을 나눔으로써 가치 있는 삶을 도모한다.     

목표 :
1. 규칙적으로 모여 함께 선정 도서를 정해진 시간 동안 읽는다.
2.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대화와 토론을 통해 생각을 공유한다.
3. 자발적으로 관련 정보를 찾아 분석해보며 자신의 생각이 담긴 글을 써보면서 나만의 것으로 소화한다.     

진행 :
1. 매일 아침 8시에 생활도서관에서 모여 8시 50분까지 단락별로 책을 돌아가며 낭독.(주말 제외)
2. 한 단락이 끝날 때마다 자유롭게 토론을 함.
3. 책을 읽고 난 뒤 자유롭게 글을 남기거나 자료를 조사해 다음날에 함께 공유.
4. 내용에 대해 상기할 수 있도록 간단하게 후기를 남긴다.(익명으로 남길 수 있는 공간 만들 예정)     

운영 :
선정 도서 – 총 균 쇠 (제레드 다이아몬드)
기간 - 2014년 4~5월 아침 8시 ~ 8시 50분 예정이나 모임 후 회의를 통해 변경 가능.

장소 - 생활도서관

인원 - 7명가량

지원 - 도서관 도서 지원 (이후 신청자에 한해서 도서관에 기증)     

연락처 : ***-****     

벌금제 : 
예치금 - 1만 원 / 2. 벌금 - 무단결석 - 2,000원 - 지각 - 500원 / 30분 이후 1,000원 - 요약정리 미제출 시 100원

※ 보다 적극적인 참여를 위해서 벌금 제도를 도입했습니다. 그러나 개인적 사정으로 사전 협의 시 벌금이 없습니다. (당일 독회 시작 1시간 전까지 협의 가능)          


모임의 모집 글을 올리면서도 '아침 일찍 진행하는데 지원자가 많을까?'라는 고민이 들었다. 그러나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연락을 줬고 예상 인원이었던 7명을 넘어 9명가량이 모임에 참여를 희망했다. 그뿐만 아니라, 교비를 집행하여 책을 구매하는 것이라 재학생만이 혜택을 받을 수 있음에도 졸업자나 혹은 휴학생이 직접 구매하여 오는 조건으로 모임에 참여하고 싶다고 요청을 받았다. 

초기에는「총 균 쇠」를 위와 같은 아침모임보다는 연구 모임으로 만들고 싶었다. 가령, 해당 책을 보면서 뒤의 논문을 조사한다든지, 혹은 해당 챕터를 보고 관련되는 다양한 자료를 조사해온다든지 등을 생각해봤지만, 아침 모임으로는 적절치 않을뿐더러 그것을 지도할 능력이 또한 내게는 없었다. 그래서 가장 기본적인 형태인 독회 형태를 기반으로 하되 자유롭게 생각을 논할 수 있는 자리로 마련한 것이었다. 매일 1시간이며 소리를 내어 읽다가 즉흥적으로 혹은 미리 준비한 질문을 바탕으로 토론을 하기 때문에 하루에 읽을 수 있는 양은 고작 약 20 쪽 정도일 것이었지만, 한 학기 독서를 목표로 하면 충분히 다 읽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모임을 하면서 어떻게 하면 참여율을 계속 높일 수 있을 것인가가 관건이었다. 고정 참여자가 있다고 하더라도 아침 8시까지 학교에 와서 모임을 빠지지 않고 참여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수업처럼 학점 이수가 되며 지각자나 결석자에게는 페널티를 주는 방식이라면 모르겠지만, 그러한 것은 아니었기 때문에 학생들의 의지가 대단히 중요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지각과 결석, 그리고 게시판에 글 게시에 관한 벌금제를 마련했고 총무를 뽑아 관리토록 했다. 장소의 경우에는 마찬가지로 생활 도서관에 문의하여 아침 시간에 활용할 수 있는지를 물었고, 다행히도 허락이 떨어져서 그곳에서 매일 아침에 모여 모임을 진행할 수 있었다. 만약 장소 협조가 안 되었다면, 매번 아침에 해야 할 장소를 물색하거나 다른 시간대로 변경을 해야만 했을 것이다.

그렇게 진행한 첫 번째 모임은 회원제로 모집한 닫힌 모임이었음에도 참여율은 매일 평균 60% 정도였다. 아무래도 학생들이다보니까 저녁 술자리라든가, 밤새 리포트를 써야 한다든가, 시험 기간이 오면 매번 참여할 수 없었다. 물론 그중에서는 모든 것을 다 잘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아침 기상에 취약했으며 모임을 뒷순위로 밀어두곤 했다.

사실 그 이후에도 비슷한 모임을 할 경우 벌금제를 달리한다고 하더라도 평균 참여율은 50~60%가량이었다. 사실 10명을 기준으로 할 때 10명 모두가 오면 진득한 토론을 하기 어려운 면이 있고 6명 전후가 적당했기에 이 정도 참여율은 오히려 모임의 질을 높여준 부분도 있었다. 이점은 향후 다른 모임을 진행할 때 실제 참여 인원에 대한 판단 기준이 되었는데, 그 까닭은 이 정도의 제도 아래에서 8~10명을 기준으로 한 모임을 할 경우 그 이후에도 평균 참여 인원은 대체로 60%가량이었기 때문이었다.

회원제 중심의 닫힌 모임을 진행하면서 중요하다고 느낀 부분은 바로 총무의 역할이었다. 총무가 역할을 잘해주거나 사교성이 좋으면 모임이 전반적으로 잘 운영이 된 듯했다. 그 까닭을 생각해보면 당시에는 모임의 전반적인 운영과 진행, 그리고 홍보 및 행정 업무를 모조리 혼자 맡았던 시기라 회원 간 친목을 다질 수 있는 것까지 생각하기에는 부족함이 있었기도 하거니와 학생들과의 나이 차이로 인해 주도해서 친한 관계를 맺기는 쉽지 않았다. 더군다나 모임에서 토론은 모두 존댓말로 이루어지고 모임이 끝나고도 대다수 사람에게 존댓말로 대하는 내 성격상, 사람들은 아무래도 거리감을 느꼈을 것이다. 그러한 와중에 총무는 다른 이들과의 관계에서 때로는 누나로서, 친구로서 관계를 잘 맺었고 정이 많아 사소한 선물을 하는 등 좋은 관계를 맺어갔다. 

사실, 내가 볼 때는 그녀는 민감한 성격이었음에도 총무라는 역할을 맡아 좋은 모임이 되도록 부단히 노력하는 것처럼 보였는데, 그 덕에 언제나 모임의 분위기는 좋았고 사람들은 언제나 그녀를 잘 따랐다. 그래서 「총 균 쇠」뿐 아니라 이후 몇 차례 진행한 모임이 잘 된 까닭은 돌이켜 볼 때, 그녀의 덕이 크다. 

이 모임은 회비와 벌금 제도가 있던 모임인지라 간혹 회식을 하거나 혹은 뒤풀이 등을 즐길 수도 있었다. 특히 약 3개월이라는 긴 기간 동안 진행이 되면서 벌금이 점점 많이 쌓여감에 따라 이 돈으로 회식을 위한 친목을 다질 수도 있었다. 깊어지는 관계로 인하여 사소한 트러블도 있었지만, 이러한 관계가 점점 탄탄해져 감에 따라 이들이 독서 모임을 이끌어갈 수 있는 리더로서 능력을 갖추게 되고 뿐만 아니라 향후 동아리를 구성하는 데 있어서 점차 핵심 인력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모임의 운영은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전반적으로 혼자 운영을 했으나 점차 모임이 익숙해져 감에 따라 여러 사람이 진행을 하도록 하고 옆에서 중간중간 질문을 던진다든가 해서 운영을 도왔다. 질문은 미리 생각해본 질문이나 혹은 책을 읽으며 떠오른 질문을 중심으로 던지고 때로는 누군가를 지명하여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물었다. 그리고 항상 문단이나 장이 끝날 때마다 물어보고 싶은 것이나 궁금한 게 있는지를 물었다.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물어보고 싶은 것이나 궁금한 게 있는지를 꽤 집요할 정도로 요구했는데, 그 까닭은 참여자들이 생각 없이 문장을 읽지 말도록 환기를 하는 것과 동시에 부끄러워서 물어보지 못하거나 그냥 지나쳐버릴 것들도 손을 들어 물어봐 주기를 바랐기 때문이기도 하다. 아마 우리는 학창 시절에 누구나 경험해 보았을 텐데, 책을 읽다가 궁금한 점이 있더라도 부끄럽거나 학급의 눈치를 보다가 물어보지 못하는 경우가 있었을 것이다. 그러한 것을 방지하기 위함이며, 바보 같은 질문이라고 생각해도 그 안에 발견할 수 있는 전혀 새로운 가치가 있을 수 있으므로, 그러한 질문이라도 옹호를 했다. 그 덕분에 이들은 질문하는 데 있어서 거리낌이 없었고, 문장을 읽다가도 궁금한 게 있으면 손을 들어 물어보았다. 나 역시 글을 읽다가 생각이 나면 지체 없이 사람들에게 물었다. 이러한 질문 방식은 피곤한 아침임에도 학생들이 질문할 것을 찾아가며 책을 읽도록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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