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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onna Dec 11. 2021

#96. 힘듦을 공유하는 일에 대하여

나에게 다정해지되 불행해지지 않도록.

서로의 짐을 비교하며 참거나 새삼 우울해졌던 날에 비해
나의 짐에 집중하는 날은 더 나아진 걸까.

힘듦을 시인하는 일이 나약함이 아니라 자기긍정으로 이해되는 분위기가 되면서부터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아픔을 중요하게 인식하게 된 것 같다.

고통은 다른 이와 비교할 게 아니고 누구나 자신의 아픔이 가장 절실하다고 말해주어서.

나의 하찮은 아픔도 아픔으로 인정해주어서.

어떤 지점에서는 위로를 받았고, 한편으로는 불행해도 되는 자격을 얻은 기분이 되었다.


내가 나약한 게 아니라, 힘들었던 거구나.


아파도 된다고 허락받은 멍은 전보다 더 아프게 느껴졌고 스스로가 불쌍해졌다. 불쌍한 나는 어쩐지 전보다 더 불행한 사람 같았다.


그런 기분이 싫었다.

나는 내가 안쓰럽지만, 불쌍하진 않았는데.

좋은 순간에도, 힘든 순간에도,

우리는 모두 삶을 버텨내고 있는 거 아닐까.


힘듦을 인식하는 것은 중요한 일이 맞다.

우리는 아픔을 인정하고 휴식을 가질 수 있다.

회복할 시간을 확보하고 도움을 청할 수 있다.

위로를 나누고 보다 건강한 상태로 살아갈 수 있다.


나에게 다정한 사람이 되어주되

스스로를 너무 불쌍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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