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만난 어둠
낯선 곳
생경한 길
시나브로 내리는 어둠
사물의 윤곽이 흐릿해지면
주변 풍광은 자취를 감추고
빛 이면의 낯선 세계가 드러나
한 발 앞으로 내딛다 뒤돌아보면
내가 어디서 왔는지 알 수가 없어
검푸른 심연만 남아
아득한 어둠에 대한 두려움은
맞잡은 손에 힘을 싣고
네 곁에 더 가까이
어둠은 빛보다
한걸음 더, 네게 다가갈 수 있는 방법
돌아오는 길,
희미하게 보이는 불빛
이유없는 안도감
사물이 또렷해지기 시작하면
익숙한 풍경이 다시 눈앞에
머물던 그 자리로
흘깃 뒤돌아보니
어둠은 긴 꼬리를 감추며
내게서 멀어지고
그때, 칠흙같은 어둠을 타고
네게 깊이 다가간 건
진정, 나였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