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7월 어느 날 쌍둥이 형이 저에게 200쪽은 넘어 보이는 서류 뭉치를 읽어보라며 건네주었습니다. 박사논문이 마무리 되어가면서 본인이 하고 싶었던 사업계획을 3개월간 정리한 것이라고 하였습니다.
그 사업계획서에는 모바일 메신저 시장 분석, 새로운 메신저 개발 및 마케팅 계획 등이 매우 상세하게 정리되어 있었습니다. 형이 지적한 기존 메신저들의 문제점이 평소 제가 불편해했던 부분들이고, 이에 대한 해결책이 명확하였습니다.
<천홍석대표 초기 사업계획의 일부 : 잘 정리되지 않았지만, 구체적인 내용으로 저를 설득해주었습니다>
그러나 삼성의 챗온, 다음의 마이피플도 넘지 못한 카카오톡과 라인은 정말 난공불락으로 느껴졌습니다. 이에 대해 형의 개발과 마케팅 계획에 대한 설명이 이어졌습니다. 한참 동안의 대화가 마무리될 즈음 형은 나에게 같이 해보는 게 어떠냐고 제안을 하였고, 저는 그 자리에서 그 제안을 받아들였습니다.
나의 결심에는 형의 창업 준비 자세 및 아이템에 대한 평가도 영향을 미쳤지만, 언제나 비상한 머리로 나를 놀라게 했던 형에 대한 믿음이 더 컸습니다. 그리고 창업을 정말 해보고 싶었습니다.
8년간 근무한 중소기업진흥공단은 정말 좋은 회사입니다. 여전히 공공기관은 취업준비생들에게 인기가 좋습니다. 중진공은 경영분야, 기술분야의 전문가들로 구성된 최고의 중소기업 지원기관이라는 자부심도 있었고, 특히 선후배 간의 친밀한 관계도 회사생활의 즐거움 중 하나였습니다. 그리고 공공기관은 사회경제 발전에 도움이 되는 뚜렷한 목적이 있기 때문에 일에 대한 보람도 있습니다.
그런데 저에게는 맞지 않는 옷 같았습니다. 공공기관 특유의 조직문화가 저에게는 맞지 않았고, 입사 5년이 지나면서 스스로 정체되어 있다는 생각에 변화를 주고 싶은 생각이 자주 들었습니다.
2015년초 청년창업사관학교에 발령받아서 일하면서 창업자들을 보면서 창업에 대한 두려움을 줄인 것은 제가 창업을 할 수 있게 된 원동력 중 하나였습니다. 사관학교 졸업자 인터뷰를 하면서 취업이 안 돼서 창업한 경우, 시장조사나 사전 준비 없이 아이디어 하나만으로 무작정 창업한 경우는 실패 확률은 높았으나, 철저한 준비를 통한 창업은 성공확률이 높다는 확신을 가졌습니다.
창업을 한 가장 큰 이유는 기업을 경영하고 싶었고, 만들고 싶은 회사에 대한 그림을 오래전부터 그려왔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형의 제안은 제가 기다리던 기회였습니다.
제가 만들고 싶은 회사는 사람을 존중하고, 즐겁게 일할 수 있는 직장입니다. 일요일 저녁만 되면 가슴이 답답해지고, 퇴근시간 이후에 할 일이 없어도 퇴근할 엄두도 내기 힘든 직장인들이 구글과 페이스북 같은 기업을 동경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직장인들의 일하는 시간 대비 능률이 떨어지는 것은 기업의 조직문화 때문이고 그로 인해 직원들뿐만 아니라 기업의 발전도 저해합니다.
사람 중심의 회사를 만들기 위해서는 사람에 대한 믿음이 중요합니다. 자율 출퇴근 시간, 휴가, 휴직, 재택근무 등과 관련하여 자유로운 근무환경을 제공하고, 믿음을 주면 더 나은 성과가 나타나는 것입니다. 물론 이러한 환경을 이용만 하고 업무는 등한시하는 사람도 분명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채용과 성과평가 및 보상이 중요한 것입니다. 뭐든 숫자로 설명하기를 좋아하는 천홍석 대표는 다음과 같은 말을 자주 하며 우리 조직문화의 방향성과 필요성을 강조합니다.
보수적이고 수동적인 기업은 모든 사람으로부터 ‘1’만큼을 결과물을 얻어낸다. 그런 기업은 창조적인 혁신이 일어날 수 없다. 사람은 기계가 아니기 때문에 한계를 예측할 수 없는데, 그것을 간과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는 몇몇 직원은 0.1의 결과물을 만들지라도 1 이상의 성과를 내는 직원들이 훨씬 많을 것이고, 창의적인 분위기 속에서는 10배 이상의 성과를 내는 직원도 많이 나올 것이다. 이러한 조직문화를 정착하기 위해서는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겠지만, 결국 직원들과 회사 모두가 만족스러운 결과가 나올 것이라 확신한다. 이러한 조직문화를 만들기 위해서는 직원이 눈치를 보기 시작하는 순간 끝이며, 회사와 함께 가족 및 사생활의 소중함에 대한 인식을 같이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