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마인드가드너 Oct 24. 2021

튼튼한 마음 뿌리 만들기 - 동물의 온도 채우기

난로보다 네가 더 따닷해.

난로보다 네가 더 따닷해

난로보다 네가 더 따닷해

입 안에 거미줄 치던 날 녹아든 동물의 온기

유난히 사람과 동물이 반가운 날들이 있다. 사실 대학생, 취준생 때도 그렇고, 직장생활을 하면서 느끼는 것은 생각보다 하루 종일 나 혼자서 아무런 내 생각도 없이 홀로 지낼 때가 많다는 것이다. 말없이 지내다 보면 입 안에 거미줄 치는 느낌도 나고, 내가 하루 안에 전화하는 사람은 업무 관계자뿐인 날이 유난히 도드라질 때, 새삼 너무 온정 없는 차가운 일상이잖아! 하고 스스로 느끼게 되는 순간이 있었다. 그런 날은 일로 바빴던 하루 끝 퇴근 후 친구한테 전화가 왔는데 유난히 반갑기도 한다. 역시, 친구가 최고야! 감사히 느끼게 되는 순간들이다.


팀 업무가 너무 많아서 몰리는 오전 업무에 매번 점심을 예정 시간보다 1시간가량 늦게 먹고, 야근도 밥 먹듯 익숙하게 할 기간이 있었다. 그렇게 일을 하다가 몇 달 만에 몰린 일이 어느 정도 해소돼서 오랜만에 멀리 맛있는 점심을 먹으러 간 날, 돌아오는 길에 강아지 카페를 봤다. 평소라면 얼른 서둘러 들어가야 하는 업무 일정이라 건너편 횡단보도에서 마냥 유리창 사이로 마주치는 강아지들을 아련하게 보고만 있어야 했는데, 그날은 과감히 들어갔다. 


들어가자마자 보였던 강아지들에 정신을 못 차리고, 아무런 경계심 없이 내 곁으로 온 강아지를 쭈그려서 무릎에 앉힌 후 안았는데, 진짜 따듯했다. 아니, 강아지가 사람보다 체온이 높다고는 하지만 어떻게 이렇게 따듯하고 세상 무해하며 귀여운 생명체가 있단 말이야. 추운 겨울날 품 안에 강아지가 들어오니 너무 따듯하고 너무 행복했다. 아니 진짜 온도가 따듯한 거야 아니면 얘네 마음이 따듯한 거야 뭐야, 둘다겠지. 너무 소중해. 말로 형용하기 힘든 위로를 받았는데, 강아지를 품에 안은 그 15분의 시간 동안 일상의 행복이라는 게 별거 아니구나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경계를 돌아보게 만든, 경계 무법자 동물들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생각보다 모든 것을 경계하게 되는 것 같다. 여러 일들을 겪은 상처 받은 마음들에는 각자의 기준들이 생기기도 하고, 자신을 지키는 바운더리를 만들기도 한다. 짧은 사회생활 기간이었지만 거듭되는 평가에서 머릿속은 아니라는 걸 알아도 내가 진짜 쓸모없는 것 같기도 하면서 끊임없이 흔들리기도 했다. 뿌리가 흔들리는 그런 생각들이 들 때마다 더 잘 해내자, 잘 버텨왔잖아, 약해지면 안 된다고 스스로 다짐하는 순간들도 많았다.


짧은 순간이었지만 작디작은 동물을 품 안에 안고 형용할 없는 엄청난 행복을 느낀다는 게 어떻게 보면 내가 얼마나 그만큼 경계태세를 갖추며 생활을 했으며, 동시에 경계 없이 다가온 순수한 생명이 얼마나 경이롭게 느껴지는지 말해주는 것 같았다. 나보다도 약한 존재인 동물들이 경계심 없이 사람에게 나가오는 것을 보면 항상 너무 소중한 생명체라는 생각이 들며 지켜주고 싶다.



나의 손길이 필요한 동물들은 내가 챙겨주면서 행복을 느끼게 한다. 내가 있으면 밥 한 끼 더 잘 챙겨 먹게 되고, 따듯한 옷 한 벌 더 입게 된다는 것이 때로는 동물들을 더 안쓰럽게 느끼기도 하지만, 자신의 선택권 없이 선천적으로 환경이 더 잔인하게 적용되는 동물의 세계에서 내가 따듯함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이 위로가 될 때가 있다.


\

예전에 '어떤 버스'라는 봉사와 봉사처를 연결해주는 봉사활동 관련 프로그램에서 홍보팀으로 참여한 적이 있었다. 돈을 지급해주는 활동도 아니었는데 그 활동에는 좋은 봉사 활동과 사람들과의 접점을 늘려주고 싶은 좋은 의도를 가진 사람들로 가득했다. 


그때 내가 직접 봉사자들을 인솔하면서 간 '화성쉼터'라는 유기견 보호소가 유난히 기억난다. 어떤 동물들은 상처를 받아도 다시금 마음을 여는 것을 보기도 했고, 강아지들을 놀아주면서 오히려 내가 위로를 받았다.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는 동물들을 자세히 들여다보거나, 동물들이 사람과 똑같은 계절을 경험한다는 사실을 생각하다 보면 너무 신기하기도 하면서 동물들이 주는 따듯한 의미가 더욱 소중하게 다가온다.


삭막한 일상에 힘이 들 때, 동물의 온도를 가만히 꼭 느껴보는 것은 꽤나 큰 도움이 되지 않을까. 반려동물을 키우지 않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강아지 카페나 유기견 봉사를 가서 강아지를 꼭 안아볼 수도 있고, 길 고양이들에게 밥을 줄 수도 있겠다. 세상 모든 동물들이 행복한 일이 많았으면 좋겠다.




이전 10화 튼튼한 마음 뿌리 만들기 - 미니멀리즘 가이드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