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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철호 Aug 01. 2017

저물녘

기다림

저물녘



재 너머로 노을이 찾아오면 
집으로 향하는 늙은 우체부 같은 버스 하나
사람, 하나 둘 내려주고

힘겨운 팔자걸음으로 읍내로 향한다

어둠이 신작로를 따라
마을마다 집집마다 등을 밝히고
강둑을 따라 바다로 향하면

나는 집 앞 가로등에 나와 오지 않을 사람을 기다린다
그러다 안부가 묻고 싶어 진다
아무런 약속 없이 만날 수 있는 사람이 부러워진다




해 질 녘 하루의 일과가 마무리되면 사람이 그리워지는 시간이 찾아온다.

어숨푸레 손전등 같은 희미한 불빛을 흔들며 막차가 재를 넘어오면

누굴 딱히 기다린 것도 아닌데 길가던 늙은 우체부를 보채 

있지도 않은 편지를 찾게 만들었던 그리움이

버스에서 내린 사람들의 표정을 살펴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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