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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삶의 정확(正確)한 나의 몫

삶을 살아내야 한다는 것은 이런 것이었을까?

by 홍지승 Mar 02. 2025

다친 달팽이를 보게 되거든 도우려 들지 말아라.

그 스스로 궁지에서 벗어날 것이다.

당신의 도움은 그를 화나게 만들거나 성실하게 만들 것이다.


하늘의 여러 시렁 가운데서 제자리를 떠난 별을 보게 되거든

별에게 충고하고 싶더라도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라.


더 빨리 흐르라고 강물의 등을 떠밀지 말아라.

강물은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고 있는 것이다.


강물의 등을 떠밀지 말아라- 장 루슬로의 시(詩)




인생을 살아 본 사람은 안다. 사는 게 얼마나 녹록지 않은지..      


  인생을 살아본 사람만이 아는 여러 가지 감정들이 있다. 나이가 어릴 때는 알지 못하는 부분도 결국 살아보면 살아내 봐야 알게 되는 것은 결국 참고 이겨내고 성장해야 알 수 있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누군가 알려줘서 해결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라는 건 본인도 타인들도 정확히 알고 있기 때문이다.

  누군들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은 잘하고 싶지 않을까? 하지만 그 모두의 마음의 한 발 더 앞서가거나 잘해야 하는 것을 그래서 우리는 ‘노력‘이라고 부르는 것 같다.     

  지난 세월, 대학교 졸업 이후에 우연한 기회에 학부시절 배웠던 한국무용 교수님과 조우할 일이 있었다.  아마도 교수님 댁에 전공자 선배언니와 함께 방문했을 때의 일로 기억하는데 교수님은 선배언니를 내보내고 나만 본인의 서재방으로 오라고 하시더니 갑자기 내 앞길에 대한 조언을 하시면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누구나 다 노력을 해! 너만 노력하고 산다는 생각은 하지 마 “

”심지어 거지도 구걸에 정성을 다한단 말이지... “      


  그 순간, 나는 뭐라고 말을 해야 할지 아무런 생각이 나지 않았다. 저 말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여야 하는 게 맞는 건지...

아니면 말 뒤에 숨은 뜻이 있는 것인지... 한참을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그때 내 나이는 서른 살이 채 되지도 않았기 때문에 저 말 자체를 그냥 순수하게 이해한다는 게 어쩌면 불가능했던 시절이었다. 감정이 앞섰고 그 말의 깊이를 헤아리기엔 너무 세상에 대한 경험치가 적었던 덕분이었을것이다. 그리고 학교도 아닌 교수님 댁, 게다가 책이 빽빽하게 차 있던 교수님의 서재에서 담소하다가 들은 말 치고는 너무 그 말의 세기는 너무 셌기 때문에 그 뒤부터는 무슨 말을 들었는지는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 하지만 말의 진실 여부를 떠나 그냥 기분이 나쁘다는 말로 그날의 감정을 기억하기보다는 교수님의 솔직함은 언제나 저렇게 당당한 것이었나? 싶은 그런 마음이 더 들었던 것이 사실이었다. 그러나 이제 내가 교수님의 나이만큼 살고 보니 저 말의 깊은 뜻은 각자의 해석에 달린 문제이었다.  사실 당시의 놀람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고 또한 성장하는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 중에 생기는 당연한 성장통이기도 했으며 살아보니 나도 가끔 어떤 따끔한 조언이 필요한 나의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할 경우가 생기면 말의 세기가 저절로 높아지는 경험을 하곤 했었다.  

  상황이 답답한걸 누구도 모르지 않았지만 어쩌면 그보다 더 큰 문제는 그것을 달리 어떻게 변하게 할 방법은 없었기 때문에 비가 오면 비를 맞는 게 맞다고 생각했고, 눈이 오면 눈을 맞는 게 정상이라고 생각하던 시절이었기 그때 내가 어떤 요행을 바라고 살아갔다면 나는 지금의 나이에서 내가 누리는 이 모든 평온하고 감사한 감정에 이르지 못했을 것이다. 정당한 삶은 그런 것이었다. 편법을 쓰지 않아야 한다는 그것. 나는 그것의 분명한 힘은 믿어  의심치 않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돌이켜보면 젊은 시절에 내가 직접 겪은 고생에 대해 이제 또 다른 관점으로 많이 생각해 보게 되는 요즘, 원하는 일 하나를 위해 하기 싫은 일 아홉 가지를 해야 하는 일도 당연히 말하면 입이 아픈 일이었다. 하지만 살아보니 살아가는 내내 무언가를 하나 잘 해내기 위한 시간은 너무 짧고 정성을 들여야 하는 시간은 생각보다 훨씬 길었다. 우리는 그것을 인내'라고 부르는 일에 망설임이 없는 이유는 너무나 그 일이 진심 가치가 있기 때문은 아니었을까?



사진출처: 김윤식 사진작가(대문사진)

             2019. 체코 국립발레단. Yoon6pho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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