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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취의 시대

피로사회

by 조융한삶 Feb 28. 2025



찍 일어나려고 알람을 맞춰놨지만

알람 소리에 화들짝 놀라 호다닥 꺼버리고 다시 잠에 들었다



목표했던 시간보다 한 시간을 늦게 일어났는데도 몸이 무거웠다



어제 구두를 신고 걸어서 그런가

숙면 뇌파 상태에서 잠을 깨서 그런가



늦잠의 원인을 생각하다가 문득

'근데 왜 나는 굳이 일찍 일어나야 하나' 생각이 들었다



1. 착한 사람은 아침에 일찍 일어나니까

2. 남들은 이미 출근해서 일을 할 시간이니까

3. 해가 중천에 떴고 남들은 다 열심히 사니까



다른 사람과의 비교는 차치하고서라도



1. 시간은 소중하니까, 낭비하면 안되니까

2. 공부든 독서든 뭔가 생산적인 일을 해야 하니까

3. 지금 내가 아무 생각없이 보내는 오늘은 어제 죽은 이가 그토록 바라던 내일이니까



정도의 이유가 생각났다



하지만 이내 '왜 시간은 낭비하면 안되지', '그러면 나는 어제 죽은 이를 위해 열심히 살아야 하는건가' 따위의 반항심이 들었다
 


모두 사회적 관습, 타인의 기준, 통념 등이었고 납득할만 한 답은 아니었다






그러다 문득 전에 읽었던 '피로 사회'가 생각났다



현대 사회는 유형의 계급과 외부의 착취자가 사라진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무형의 계급과 보이지 않는 착취자로 대체되었고, 

현대인들은 그 점을 인식하지 못한 채 살아간다는 내용이었다.



그리고 대체된 착취자는 과거처럼 외부에 존재하는 게 아니라

개인의 내부에 존재하며 끝없이 스스로를 감시한다.



문제는 이 감시에 할당량도 없고, 만족도 없고, 퇴근도 없다는 것이다.

착취자와 피착취자가 하나된 상태, 

이 착취에 끝이란 없다.



누구나 내면에 판옵티콘을 갖고 살아간다.






따라서 나는 나의 늦잠에 대해 죄책감을 가지지 않기로 했다

이 불안의 원인은 내 잘못이 아니라, 사회가 구조적으로 주입한 불안이니까 


이런저런 생각으로 열심히 합리화를 하며



'그렇다면 내면의 착취차에게 반항하기 위해서 오늘은 저녁을 먹을 때까지 누워 있겠다'고 생각 하다가

결국 허리가 아파 침대에서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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