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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의 주문

마음의 평화

by 조융한삶 Feb 28. 2025



화를 내본 지 꽤 오래 됐다.


일단 화 날 일이 없고,

딱히 화 낼 것도 없다.


만약 화가 나더라도

금방 풀려버린다.


그럴 수도 있지.

오히려 좋아.

아님 말고.


살면서 배운

마법의 주문이자 비결이다.






어제 찌개를 먹으며 티비를 보다가 숟가락을 쳐서 

찌개 국물이 바닥과 옷과 맨살에 튀었다.


예전 같았으면 바로 짜증이라는 반응이 나왔을텐데

지금은 그저 일어난 상황을 그대로 본다.


국물이 바닥과 옷에 튀었지만,

바닥은 닦으면 되고,

옷은 세탁하면 된다.


하지만 아끼는 옷을 입고 있었다면 어땠을까.


이미 일어난 일은 일어난 것이기 때문에

그저 옷을 벗고 세탁기에 넣으면 된다.


이미 일어난 상황에 대해 푸념해봤자 

달라지는 건 아무것도 없으니까.


그리고 맨살에 튀었지만

화상을 입지 않아서 다행이었다.


만약 화상을 입었다면

1도 화상에서 끝나 다행이라고 생각했을 것이고,


더 심한 화상을 입었다면

치료 받을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을 테다.






나는 절대 선천적으로 긍정적인 사람이 아니다.

오히려 비관적이고 회의적인 인간이었다.



내 시가 우울하고 암담한 걸 알고 있다.


그런데 사실 그 시들은 요즘 쓰는 게 아니라

과거에 마음이 답답하고 힘들 때 썼던 글들이다.


#심연 이라는 해시태그가 붙은 글들은 모두 그때 썼다.


나는 그런 세계에 살았었다.






사람은 누구나 각자의 세계에 산다.

국가나 생활 공간이 아니라 각자의 내적 세계 속에.


따라서 같은 상황에서도 

각자의 경험, 가치관에 따라 다르게 반응한다.


같은 강아지를 보고서

누구는 귀여워하고 누구는 무서워하는 것처럼.






그 사람의 세계에서 그 사람은 옳다.

내 세계의 기준으로 타인의 세계를 판단할 수 없다.


내 세계의 기준으로 타인의 세계를 판단하는 것이

세상의 모든 갈등, 싸움, 전쟁의 시작이 아닐까 생각한다.


나는 원래 이런 세계에 살던 사람이 아니었듯이

자기가 사는 세계는 자기가 만들어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상황은 어쩔 수 없다고 해도 

반응은 스스로 선택하는 것이고,


사람은 자신이 선택한 반응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날이 덥고 습하다고 짜증을 낼 필요가 없다.

여름에는 덥고 습한 게 당연하다.


사흘 내내 비가 온다고 짜증을 낼 필요가 없다.

장마철에는 비가 많이 오는 게 당연하다.


차가 난폭운전 한다고 분노할 필요가 없다.

급히 가야 하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가려고 했던 음식점이 문을 닫았다고 분노할 필요가 없다.

그냥 다른 음식점을 찾고 다음부터는 미리 연락해보면 될 것이다.






물론 아직 나도 많이 부족하다.


앞서 걸으며 담배를 피우는 사람을 몰상식하다고 비난하기도 하며

비 오는 날 쌩쌩 달리며 물을 튀기는 차들을 기본이 안됐다고 욕하기도 한다.


그러나 내게 당연한 기준, 기본, 상식적인 것들이

타인에게는 당연한 기준, 기본, 상식이 아닐 수 있다는 것 또한 인정해야만 한다.


사람이 공동으로 살아가면서 지켜야 할 규범, 규칙이라는 선이 있지만,

그 선 또한 각자의 세계 안에서 자의적으로 해석될 여지가 충분하다는 것도.






그럴 수도 있지.

오히려 좋아.

아님 말고.


이 주문들이 있다면 언젠가

온전한 마음의 평화를 찾을 수 있을까.


그 어떠한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완전한 마음의 평온을 얻을 수 있기를 소망한다.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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