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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마디 Sep 09. 2022

집장사집

베란다

(+집장사집, 다가구주택 그림/ 원룸 그림은 안 그려도 된다. 처음 회기동 설명 때 그렸으니.)


네이버 부동산 어플에서 ‘1억 이하+방 2개+지상’을 필터링하고 손가락 두 개로 Zoom In 해서 나오는 집은 서울 동서남북 어디 동이든 모두 똑같이 생겼다. 골목에 다닥다닥 붙은, 90년대 초에 지어진 3층정도 빨간 벽돌의 주택이나 빌라. 크기는 10평 남짓.


이것은 전두환의 500만 호 건설에 이어 노태우의 200만 호 건설 방안의 하나로 추진된 ‘다가구주택’이라는 집의 형태이다. 1960년대 서울 변두리에 수없이 건축된 이른바 ‘집장사집’은 원래가 혼잡하고 밀집된 주거집단이었는데, 그것이 ‘다가구주택’이라는 이름으로 확장되고 3층~5층으로 고층화된것이다. (<서울 도시계획 이야기 3권>) 이 주택 한 채에는 보통 한 층에 2가구씩 차지하고 많게는 3~4 가구로 쪼개서 출입구가 미로같기도 하다. 어느새 나이를 먹은 ‘다가구주택’을 허문 자리에 이제는 4~7평으로 더 잘게 쪼개진 원룸 건물이 들어선다. 10층 20층으로.


창문만 있으면요,

빨간 벽돌 삼층집들이 빼곡한 상봉 골목.  똑같다고 생각했는데, 아까 찍은 사진 속에 나온  집을 가만히 들여다보니 마음이 조금 따뜻해졌다. 2층이 아마 주인집 일려나? 자기 살 집으로 지었나? 1,3층보다 공을 들였다. 밖을   있게 공중에 작게 테라스를 내고 육각형 볼록 창문도 붙였다. 비 오는 날에는 창가에 자리하던 화분을 죄다 꺼내 흠뻑 젹셔주고,  좋은 날에는  손바닥만  테라스 건조대를 펼쳐 이불을 널고, 손주들이 놀러 온 밤에는 부르스타를 꺼내와 삼겹살 굽는 모습이 상상된다.


내가 태어나던  언저리 90년대에 지은  똑같은 마감재 빨간 벽돌집이지만 가끔 이렇게 집주인이 집에서  하고 싶은지 고려한 구조가 인다. 집안에서    나와 밖에 걸쳐 을 수 있는 공간은 햇빛과 바람을 내 집안으로 불러들여오고, 우리는 햇빛과 바람을 새로운 집안일 재료로 삼을 수 있다.


나는 그 햇살을 내 작업에 담고 싶다. 작업이란 엉덩이로 하는 것이고 원룸에서 그랬듯이 자칫하면 셀프 감금이 되어버린다. 그럴 때 내 세상에 오래 갇혀있지 않도록. 창문 앞 화초처럼 수시로 바깥세상을 내다보며 비가 오는 날엔 지금이야말로 내 작업을 들고 세상 속으로 들어가야지 마음먹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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