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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마디 Sep 06. 2022

서울에서 1억으로 투룸을 구할 수 있을까?

구해서 씁니다. <서울 전세 1억 투룸>

회기동 어느 골목길 끝 막다른 길에서 오른쪽으로 꺾어 세 번째 집에 있는 집. 네이버 지도 로드뷰에도 안 나오는 집 2층의 한 원룸. 여기 사는 2년간 다음번엔 ‘방’이 아니라 ‘집’에서 살겠다고 매일 다짐했다. 여길 어떻게 온 건데. 또 도망치는 기분을 용납할 수 없어 내가 여길 떠나야만 하는 이유를 꼽아보고 또 꼽아본다.


떠나는 이유 1. “아가씨 집에선 잠만 잘 건데 큰 방이 뭐 필요 있나요~”

2020년 초. 대학원에 합격하고 입학을 기다릴 때 한국에 코로나가 터졌다. 내가 바로 코로나 학번. 학교가 우왕좌왕하며 대면 수업이 차일피일 늦어져 나도 5월이 되어서야 학교 근처에 집을 구하게 되었다. 학교에서 도보 30분 이내, 전세 5-6천만 원 원룸을 찾다가 정확히 꼬박 30분을 걸어야 하지만 가격이 4500만 원 원룸을 보고 ‘집에서 잠만 잘 건데 뭐’ 하고 계약을 했다. 학교 앞 동네에 고만고만한 원룸이 7-8000인데 비해 좀 작긴 했지만 원체 옷도 가방도 없어서 난 내가 짐이 없는 줄 알았지.


2년 동안 코딱지만 한 원룸에서 지내며 알게 된 것은 집에서는 절대 잠만 자지 않는다는 것이다. 풀옵션 원룸에 채워 넣을 짐이 계속 늘어난다.(?- 어떤 시각적인 지시를 줄 것인가) 아무리 일찍 나가고 늦게 들어와 집에서 잠만 잔대도 취침 전후로 할 일이 많다. 밤에 집 와서 씻고 머리 말리고, 아침엔 맨날 똑같은 옷이어도 꺼내 입고 거울보고 마스크 쓰고 나가는 것까지. 각종 세신 도구, 화장품, 건조대를 구석구석 채워 넣었다. /1년간 인덕션을 킨 적이 없을 정도로 밥을 안 해 먹었지만 전자레인지는 매일 돌려 뭔가를 데워 먹었다. 살려면 먹어야 하니까. 그래서 전자레인지, 에어 프라이어, 각종 조리도구와 조미료를 찬장에 채워 넣었다. / 팬데믹 시대에 발맞춰 재택 알바도 시작했다. 책상과 의자, 노트북, 모니터, 키보드, 각종 전자기기와 그걸 놓을 서랍과 거치대도 들여왔다. / 적게 벌고 많이 쓰는 대학원생에게 틈만 나면 찾아오는 우울증 때문에 헬스장을 등록하고, 등산 캠핑 요가 수영 등 운동용품을 하나 둘 사 모았다. 이런 식으로 짐이 늘어나서 계절이 바뀔 때마다 방구석 테트리스에 하루를 꼬박 썼다. 한마디로 물건을 보관하는 창고에서 간신히 잠만 자는 꼴이 되었다. 아! 최소한 투룸은 되어야 짐 따로 잠 따로 살 수 있는 거구나.  


떠나는 이유 2. 앞집에 외국인 대학생 커플이 이사 왔다.

게다가 이들이 데리고 사는 고양이까지 발정기가 왔다. 본능에 허덕이는 소리가 좁은 복도에 밤낮없이 울려 퍼졌다. 고양이 발정기, 처음엔 중성화 수술해 주겠지, 하고 참았다. (사람을 하고 싶었다) 건물주에게 말하면 저들이 고양이를 내다 버릴까 봐. 그런데 그들은 그 소리가 아무렇지 않은지, 한 달 내내 밤마다 고양이는 괴로움에 커플은 환희에 울부짖고 맞은편의 나도 잠 못 자고 울었다. 주말마다 외국인 친구들이 와서 좁은 방에 5-6명이 구겨들어가 밤새 TV 틀어놓고 술 먹고 노래해서 경찰에 쟤네 마약 한다며 신고도 해봤다. 마침 내가 코로나에 걸려 2주 동안 방에 갇히면서 이것은 상상을 초월하는 사운드 고문이었다. 이러다간 고양이보다 내가 먼저 병원에 가겠다 싶어서 건물주에게 이르고 곧바로 나도 이사 가겠다고 말했다.


떠나는 이유 3. (침대  책장 -그림)

애초에 대학원 등교 하나만 보고  거라 이런 집에서도 꾸역꾸역 참으며   있었다. 그사이 대학원 2년이 끝나고도 4개월째가 되었다. 2 동안  집을 베이스캠프 삼아 나는 무엇을 탐험하였나. 눈을 뜨면 성과보고서가 나를 재촉했다. 대학원이 끝났는데 논문은 아득하고  이상 학생이라는 핑계도 없어져 혼란스럽던 연초. 익숙한  기로에 서있는 나를 보았다. 월급날을 기다리는 내가  아는 세계와 미지의 세계. 아차 하면 관성에 놀아나겠구나.  벌러 취직을  버리고, 그러면  뭉치들은 이삿짐  마다 계륵취급을 당하다가 영영 덮여있겠구나 싶었다.



내가 서울에서 전세로 투룸을 구해야 하는 이유는  이상 도망가지 않고  작업을 해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뭉치들이 보석이라는 것은 나만 안다. 내가 그러모은 세상을   세상에 펼쳐줘야 한다. 나는 학교밖에  나온 미숙아이기 때문에 인큐베이터가 필요하다. 서울의 25 , 426 행정동에 있는 각종 주민센터, 청년센터, 커뮤니티센터, 예술지원센터, 일자리 센터 등 각종 센터에서 1 내내 주관하 문화예술 지원사업에 기대야겠다고 결정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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