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하게도 주변 분들이 내가 떠나는 국내외 요가 여행에 관심을 가져주고, 같이 떠나자고 제안을 하거나, 함께 매트 하나 들고 떠나거나, 혹은 알려주는 요가원 이야기를 재밌어하며 기록을 한다. (아마도 내가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덜 정제된 채로 이야기를 전달할 수 있기 때문이지 않을까?)
생각해보니 뉴욕의 지바묵티 센터 방문을 시작으로, 우붓, 길리섬, 치앙마이, 방콕, 블라디보스토크, 홍콩, 그리고 국내의 포항, 제주, 대전, 대구, 부산 등 짧게라도 시간을 내어 여기저기 요가 여행을 다녔고, 강남, 분당, 인천, 홍대, 부천 등등 근거리를 돌아다니며 TTC (티쳐 트레이닝 코스) 혹은 워크샵을 들었다.
덕분에 많은 요가원, 다양한 수업, 감사한 스승님들을 만날 수 있었고, 이 경험을 좀 기록해두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하노만 스트리트 중심에 위치. 매일 아침 9시, 그리고 오후 5시. 이렇게 2차례 약 90분간의 쿤달리니 수업이 진행되며, 수요일 오전 클래스만 mastet 선생님이 진행하시고, 나머지 클래스는 master의 제자 선생님들이 진행하신다. master 선생님 수업은 현지인들 그리고 여행객들에게 인기가 점점 많아져서 예약을 미리 하지 않으면 들을 수 없을 때도 있다. 수련장이 크지 않다. 한 15명 정도 들어가는 사이즈고, 예약은 센터 현장에서 하면 된다.
하노만 스트리트 중반에 위치하는 ubudbodyworks
쿤달리니 요가 경험이 많지 않기 때문에 이 요가의 의도/장점/매력을 또렷하게 설명하긴 어렵지만, 내가 이해하고 있는 쿤달리니 요가는 동작, 호흡, 그리고 만트라를 통해 '프라나'라고 불리는 생명의 에너지를 더욱 깨워내기 위한 수련이다. 그 각성된 상태가 되면 과거의 부정적인 감정에 매달리기보다는 인식이 확장되어 더 많은 것들을 받아들이고,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게 되는 것.
내가 경험해 본 수련은 호흡과 특정 동작을 반복하는데 (예를 들면 코브라 동작을 반복하거나, 두 다리를 넓게 벌려 서서 상체를 위아래로 폈다 접었다 하는 동작을 지속하며 호흡) 그러다 보면, 별거 한 건 없는 것 같은데, 땀이 엄청나고, 이상하게 웃음이 나거나, 울음이 나는 경우가 있었다.
재밌던 기억은 나와 마주 보고 서있던 어떤 호주 언니도 나처럼 울다가 웃다가를 반복하며 수련을 하고 있었다는 거 (글로 쓰니 왠지 미친 것 같....)
그냥 왠지 부러진 마음이 좀 녹아내리는 감정이었다.
작은 수련장, 유쾌한 master
수련을 마치고 1층으로 내려와 생강꿀차와 파파야를 간식으로 먹는다
2년 전, 마지막으로 master의 수업을 듣던 날. 한국으로 돌아간다는 아쉬움보다 이 선생님의 수업을 한동안 들을 수 없다는 사실이 너무나 아쉬웠다.
"쿤달리니 요가는 이런 거야!"라고 자신 있게 설명할 수 있을 만큼, 이곳에서 배우고 싶었는데...
아쉬워서 엄청 울었더랬다. (with. 나의 우붓 시스터즈 '송희언니')
그렇기에 지난 7월, 2년 만에 돌아온 우붓에서 가장 먼저 한 일은 master의 수업을 예약하는 것이었는데, 무슨 행사가 있어서 마스터 선생님의 수업은 7월 한 달간 없다는 것이었다! 그걸 알았더라면 8월에 왔을 텐데!!! 처음에는 내가 잘못 알아들은 줄 알고, 몇 번을 다시 물었다. 2년 만에 다시 왔는데, 선생님 수업을 들을 수 없다니...
언젠가 수요일에 또 와서 수련할 수 있을까? 집에도 이미 많은 시간표만 괜히 한장 더 얻어왔다.
우붓 왕궁 기준으로도 꽤 걸어가야 하는 곳이다. 심카드를 구매했다면 고젝 앱을 이용해서 바이크를 타도 좋고, 걷는 것을 좋아한다면 왕궁부터 약 30분 이상 걸어가도 좋은 길.
힘들게 걸어 올라가 요가원에 도착하면 이러한 광경을 만날 수 있다. 가만히 눈을 감고 앉아 명상을 하고, 눈을 뜨면 '아, 내가 지금 이곳에 있구나' 하는 감사함이 밀려온다.
이곳에서도 Sandi를 만날 수 있다. Sandi는 Intuive, Ubud yoga house, Taksu 등 우붓의 다양한 센터에서 수업을 하고 있고, 그의 수업을 들은 세계 각국의 사람들은 Sandi의 팬이 되어, 자기네 나라로 모셔가고 싶어 한다. (한국에도 작년 추석에 방문하여, 광주에서 요가 수업을 진행한 적이 있다.) 시퀀스, 핸즈온, 목소리 톤, 무엇보다 그의 에너지 등 수업 전반의 모든 것이 너무나 좋은 선생님이다. 젠틀하며 파워풀하다.
Sandi 의 수업은 정말 최고거든요!
홈페이지에서 시간표를 체크하고, 그의 수업을 들어보는 것을 추천한다.
그리고 Sandi는 한국의 7080 음악을 좋아한다. LP 디깅이 취미이며, 한국에 방문해서 김완선, 김현철, 윤상 등의 LP를 디깅해갔고, 발리에서 매주 토요일마다 디제잉을 하기도 한다. 한국을 좋아하고, 한국의 친구들이 많아 왓츠앱이 아닌 카카오톡을 사용하기도 하는 선생님. 재미있는 친구다.
2년 전, 매일 같은 길만 걷는 게 지루해져서, 왕궁 근처로 숙소를 옮겼다. 에어비앤비였고, 당시 호스트였던 Dian은 숙소 근처에 요가원 오픈을 준비하고 있었다. 정식 오픈은 2017년 7월. 나는 6월 30일 비행기를 타고 한국으로 돌아와야 했기에, 정식 클래스는 듣지 못했고, 오픈 전 체험 클래스만 들고 떠나왔다.
그리고 올해 다시 우붓에 가니, 2년 그 길이 궁금해졌다. Dian도 센터도 잘 있을까?
내가 머물던 숙소, 호스트 Dian
No rush를 하고자, 요가 팬츠도 안 입고, 매트도 안 들고, 동네 마실을 하던 날이 있었다. 그러다 우연히 만난 Dian.
“은~진~~~” 하고 불러주는 디안의 목소리가 너무나 반가웠다. 안부를 나누고 동네를 걷다 보니, 2년 전처럼 Saraswati에서 수련을 하고 싶어 졌다. 복장도 불편하고 내 매트도 없는데도 말이다.
센터에 들어가니, 수강권 선물이 도착해 있었다. 내가 올지 안 올지도 몰랐을 텐데, 디안이 혹시 몰라 체크해준 것. 그래서 나도 방금 산 향을 하나 꺼내 선물로 전달해달라고 했다.
thanks Dian
Saraswati의 강점 중 하나는 모두 로컬 선생님이라는 것. 발리에 왔으니 발리 현지 선생님에게 배워보는 것도 추천한다. 2년 전에도 뵈었던 로컬 선생님에게 yinyang 수업을 듣고 나와, 다시 동네를 걸었다.시간이 꽤 지났는데도 동네 돌다 아는 사람 만나 안부를 물을 수 있는, 따듯하게 포옹할 수 있는, 길 구석구석 다 기억나는, 그래서 아직도 내가 살고 있는 동네 같은 우붓이 참 좋다.
5. 화려한 요가센터Ubud Yoga Centre
http://ubudyogacentre.com/ 우붓 시내에서 가장 멀리 위치한 요가원. 도심 기준 약 1시간 이상 걸어가야 한다. 쨍한 날에 그렇게 걷고 도착하자마자 90 동안 Power Hot Vinyasa라는 수업을 들었고, 수련을 마치자마자 1층 카페에 있는 침대에 30분은 누워있었다... (.. )
상대적으로 최근에 생긴 센터이기에 매우 화려하고 이쁘다. 비크람 요가 베이스의 수업이 많은 것 같다. 그래서 땀이 엄청나고, 꽤나 빡세다.
바이크를 타지 않고, 걷는 것을 좋아해서, 70일간 1번밖에 못 가본 요가원인데... 다시 방문한다면, 바이크를 타고 한 번 더 가보고 싶은 곳이다.
6. 한국인은 거의 없는 곳에서도 요가를 경험해보고 싶다면 Sang Spa and Yoga Centre 또는 Taksu 또는 Paradiso
래디언틀리 어라이브 요가원이 있는 길에 위치하고 있는 지점으로 가야 한다. 다른 Sang spa 지점에는 (아마도 우붓 시내에 총 3곳 정도 있는 것 같다.) 요가 수업이 없다. 또한 이 지점에도 시간표와는 다르게 수업이 가끔 없을 때도 있다. 미리 방문하여 확인하고 예약해야 안전하다.
Paradiso는 Taksu 인근, 즉 하노만 스트리트 중반 즈음에 위치한 극장이다. 이곳에서는 댄스 클래스, 그리고 빈야사 요가 수업이 가끔씩 열린다. 아쉽게 요가 수업은 들어보지 못했고, Ecstatic Dance 만 경험했는데 술 한잔 안 마시고 맨 정신에 자유로움을 표현하는, 요가 피플들이 가득한 우붓의 매력을 또 한 번 느낄 수 있었다.
길을 걸으면 향냄새를 맞을 수 있고 곳, 어느 요가원을 가도 좋은 선생님들과 재미있는 수업을 만날 수 있는 곳. 전 세계 백수들모두 모여 함께 요가하고 호흡하는 곳. 내가 울면 같이 울어주거나, 울지 말라고 안아주는 그런 곳.
우붓에 백수로 머물던 당시에는 그 상황이 그리도 싫었는데, 그때의 시간이 지금은 너무 소중하고 그립다.
그때가 있어 ‘우붓의 한국 요기 친구들’을 만났고, 길가다 인사 나눌 우부디안 친구도 생겼고, 언제까지 있냐며 너 다시 돌아온 거냐며 반겨주는 우붓의 요가 선생님들도 있으며, 다시 왔냐고 반겨주는 숙소 직원인 친구들도 있다. 참 감사한 인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