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업고 다닐만한 계집아이 한 명만 구해주소? 부모가 팔아넘기고 싶어 하는 아이 있잖소. 내 자식으로 호강시켜 키워 줄 테니 아주 내줄 아이가 필요하오.”
은홍은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혀를 찼다.
“이것아, 조원구 마누라가 되겠다고 하는 년이 웬 아이를 구해 달래?”
“모르면 그냥 내가 하는 걸 보고만 계시면 됩니다. 아이가 있어야 해요.”
기성 권번에서 신세 지기 시작한 지 닷새가 지났지만 윤미령은 여전히 땟국이 흐르는 몰골 그대로다. 은홍이 옷을 준대도 받지 않고 얼굴도 제대로 가꿀 생각이 없어 보인다. 행수는 저것이 고생을 너무 많이 해서 머리가 어떻게 된 것은 아닐까 싶었다.
이천에서 감옥까지 들락거린 모양인데 빠져나오느라 별짓을 다 했다는 소리는 대충 들었다. 그 과정에 아무래도 몹쓸 짓을 너무 많이 당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대동강 천막촌에 가면 그런 아이 구하는 것은 어렵지 않으나 그것도 돈이 있어야지. 부모한테 몇 푼은 집어주고 아이를 데려와야 할 텐데 너 돈은 있냐?”
“형님이 꾸어 주셔야지요?”
“내가 왜?”
“나중에 수십 곱절로 받을 수 있을 테니까요.”
은홍이 손사래를 치며 치마를 단단히 여미고 몸을 슬쩍 돌렸다.
“어림없는 소리 마라. 나는 네가 지금 제정신이 아닌 것으로 보이는데 거기다 돈까지 들이밀고 아이를 데려오라고? 잘못하면 그 아이까지 내가 떠맡게 될지도 모르는데. 싫다. 싫어.”
“설령 내가 잘못해서 그 아이만 떠맡게 된다면 뭐 애기 기생으로 키우면 되겠네요. 내가 그 돈 못 갚게 되면 당장 지나가는 남자 누구라도 후려서 그 돈을 만들어 줄 터이니 걱정하지 말고 좀 도와주셔. 형님 사실 내가 기생질 다시 하는 거 싫잖아? 그렇지?”
은홍이 떫은 감이라도 씹은 표정으로 치맛단을 움켜쥐었다.
“계집애, 임 찾아갔으면 동경인지 이천인지 어디서 잘 살고 볼 일이지 왜 여기는 다시 기어들어 와서 성가시게 굴어.”
소나기 맞은 중처럼 중얼거리면서도 은홍은 기성 권번의 잡일을 도맡아 하는 박 서방을 불렀다.
“젖 먹이는 너무 어리고 젖을 뗐지만 아직 말은 하지 못하는 계집아이 한 명이 필요하니 어디서든지 구해오소. 제 자식 팔아 술 사 먹으려는 놈들이 지천인 세상이니 아이 하나 구하는 것은 어렵지 않을 터. 너무 많은 돈 들이지 말고 구해보오.”
“네? 아이를 어디에 쓰시려고?”
“내 어찌 알겠소. 미령이 년이 키우겠다니 그런가 보다 하는 거지. 기성 권번 이름이 나돌지 않게 은밀하게 구해오시오. 혹시라도 소문이 나면 또 미령이 하려는 일에 코 빠트릴 수 있으니.”
포대기에 쌓인 계집아이는 돌이 넘었다고 하는데도 비쩍 마른 것이 제대로 걷지도 못했다. 미령은 아이를 보자마자 덥석 안아 들더니 윤이야 하고 부른다. 겁에 질린 듯 두리번거리던 아이가 미령의 목소리에 반응하며 벙긋 웃는다.
“얘 이름이 윤이야?”
은홍이 박 서방을 보고 묻자 박 서방은 금시초문이라는 듯 고개를 젓는다. 그들이 이상하게 보거나 말거나 미령은 아이를 윤이라 부르며 품에 안고 어른다. 언제 씻었는지 머리는 엉켜 붙어 있고 코딱지가 들러붙은 코는 벌겋게 헐어 있다.
은홍은 어디서 데려오려면 좀 제대로 된 아이를 데려오지 저 꼴이 뭐냐고 박 서방을 타박했다. 하지만 미령은 그들의 말에 개의치 않고 아이를 안고 들었다 놨다 기분 좋은 듯 내가 네 오마니라고 외쳤다.
아이를 씻긴 물이 시궁창 물처럼 더러웠다. 그와 반대로 아이의 얼굴은 훤해졌다. 코가 마늘쪽처럼 반듯하고 눈이 초롱초롱 한 것이 제법 예쁘장하게 생겼다. 아이 옷을 급하게 마련해온 은홍이 이거 흙 속에서 진주를 캔 것 아닌가 싶다며 아이의 뺨을 어루만졌다.
“내 딸인데 그럼 인물이 떨어지겠소?”
“흥, 네가 뭐 인물로 남자들 후리던 기생은 아니지?”
미령이 인정한다는 듯 키득거리며 아이에게 속저고리를 입혔다. 미령은 은홍을 찾아오기 전에 이미 조원구에 대해서 알아 볼 만큼 알아보았다. 그가 아내와 아이들 무덤을 사나흘 걸러 한 번씩 찾아간다는 것, 그의 죽은 여식 이름이 윤이라는 것까지 말이다. 미령은 이제 준비가 다 되었으니 조원구를 만나기만 하면 되겠다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