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에 속수무책인 우리. 어떠한 사랑은 진행 중인 내내 불타오르는 법이 있는 반면 또 어떠한 사랑은 이미 다 끝나버린 후에야 뒤늦게 사랑이었음을 깨닫는 경우도 있어요. 어느 쪽이든 간에 관계가 한창이라면 좋을 테지만 종결 난 이야기라 하면은, 꽤나 가슴이 아릴 테지요.
하지만 그럼에도 세상은 굴러갑니다. 참 신기한 게 내 마음은 지진 나고 부서지고 난장판이며 슬퍼죽겠는데도 불구하고 세상은 하루아침 사이 뒤바뀌는 일 없이, 여전히 덥고 여전히 얼추 시간 맞춰 버스가 도착하고 비슷한 사람들과 한 공간 안에서 부대끼게 됩니다. 인생은 그저 얼렁뚱땅 그 안에 속하기만 하면 덩달아 계속되기 마련인 거 아닐까, 생각이 들 정도로요.
사랑이 끝났거나, 사랑을 놓쳤거나 나의 일부였던 한 사람이 빠져나갔음에도, 피부처럼 가까이하던 사람과 멀어졌음에도, 뼈아픈 이별을 겪었음에도 말이에요. 당장은 괜찮지 않을 수도 있어요. 아니, 분명 그럴 테지요. 다만 이 악물고서라도 늘 보내던 보통의 하루를 한 밤, 두 밤, 마무리하고 견디다 보면 점차 좋아질 거예요. 어느새 나도 모르게 불현듯 ‘어? 이제 괜찮다’ 깨닫게 되는 날이 올 거예요.
만일 그날이 더디게 오더라도 마냥 주저앉지 않고, 이 사람과는 끝났지만 내 마음에서의 이별하기까지의 시간을 충분히 주도록 해요. 결국에는 다 지나갈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