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알람 소리에 늦장을 부리다가 겨우 일어나 밥을 챙겨 먹고 헐레벌떡 뛰어나왔더니 정신이 없었어. 여전히 비몽사몽인 상태로 만끽한 아침은 사뭇 추워진 터라 옷장 깊숙한 곳에서 꺼내 입은 맨투맨이 멋쩍게 움츠러드는 거 있지. 어젯밤엔 다급하게 긴팔, 긴 바지로 잠옷을 갈아입었다. 아마 겨울이 가을의 뒤를 바짝 따라붙은 모양이야.
겨울, 할 경우 보편적으로 떠올리는 기념일이 ‘크리스마스’일 텐데. 난 원래 그다지 그런 날에 대한 설렘, 기대, 이런 게 없는 쪽이었거든. 근데 희한하리만치 이번 크리스마스는 기다려져. 그날엔 붕어빵을 만드는 기계를 사서 도전해 볼까 봐. 내가 또 붕어빵이라면 환장하던 거 알잖아.
올겨울엔 또 얼마나 추우려나. 발목까지 오는 패딩을 입고서 펭귄처럼 뒤뚱뒤뚱 걸어 다녀야지. 감기 걸리지 않도록 조심하고. 아프면 약도 잘 챙겨 먹고. 버틴다고 병원 안 가지 말고.
내일은 더 괜찮아진다고 믿을래. 매일 미래를 불안해하느라 허비한 시간들이 굉장히 아깝단 걸 알게 되었어. 하루하루를 좋아하는 사람들과 좋은 시간을 보낼 수 있음에 감사하며 살아갈래. 이렇다 보니 요즘엔 인간관계에 그리 연연하지 않고 딱히 누군가로부터 상처를 입는 일이 없어. 소중한 사람들 외엔 관심이 없을뿐더러 누구도 함부로 나한테 상처를 줄 순 없다고, 문득 그런 생각을 했다.
구태여 무언가를 하려 하지 않고 또 하지 않으려 하지 않는 현재가 제법 만족스러운듯해. 나는 항상 어느 곳에서든 무엇이 되기 위해 아등바등하며 지내왔던 것 같은데 이젠 그러지 않아.
말하고 나니 별로 나쁘지 않은 삶을 이어가고 있는 식이네. 그래, 나쁘지 않아. 좋다고 할 순 없다만 나쁘지 않으면 된 거 아니겠어? 그렇다고 해주길 바라. 그리고 너 역시 그렇다고 할 수 있다면 좋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