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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또 Oct 02. 2024

나쁘지 않은 삶을 살고 있다면 그걸로 됐다

오늘도 알람 소리에 늦장을 부리다가 겨우 일어나 밥을 챙겨 먹고 헐레벌떡 뛰어나왔더니 정신이 없었어. 여전히 비몽사몽인 상태로 만끽한 아침은 사뭇 추워진 터라 옷장 깊숙한 곳에서 꺼내 입은 맨투맨이 멋쩍게 움츠러드는 거 있지. 어젯밤엔 다급하게 긴팔, 긴 바지로 잠옷을 갈아입었다. 아마 겨울이 가을의 뒤를 바짝 따라붙은 모양이야.


겨울, 할 경우 보편적으로 떠올리는 기념일이 ‘크리스마스’일 텐데. 난 원래 그다지 그런 날에 대한 설렘, 기대, 이런 게 없는 쪽이었거든. 근데 희한하리만치 이번 크리스마스는 기다려져. 그날엔 붕어빵을 만드는 기계를 사서 도전해 볼까 봐. 내가 또 붕어빵이라면 환장하던 거 알잖아.


올겨울엔 또 얼마나 추우려나. 발목까지 오는 패딩을 입고서 펭귄처럼 뒤뚱뒤뚱 걸어 다녀야지. 감기 걸리지 않도록 조심하고. 아프면 약도 잘 챙겨 먹고. 버틴다고 병원 안 가지 말고.


내일은 더 괜찮아진다고 믿을래. 매일 미래를 불안해하느라 허비한 시간들이 굉장히 아깝단 걸 알게 되었어. 하루하루를 좋아하는 사람들과 좋은 시간을 보낼 수 있음에 감사하며 살아갈래. 이렇다 보니 요즘엔 인간관계에 그리 연연하지 않고 딱히 누군가로부터 상처를 입는 일이 없어. 소중한 사람들 외엔 관심이 없을뿐더러 누구도 함부로 나한테 상처를 줄 순 없다고, 문득 그런 생각을 했다.


구태여 무언가를 하려 하지 않고 또 하지 않으려 하지 않는 현재가 제법 만족스러운듯해. 나는 항상 어느 곳에서든 무엇이 되기 위해 아등바등하며 지내왔던 것 같은데 이젠 그러지 않아.


말하고 나니 별로 나쁘지 않은 삶을 이어가고 있는 식이네. 그래, 나쁘지 않아. 좋다고 할 순 없다만 나쁘지 않으면 된 거 아니겠어? 그렇다고 해주길 바라. 그리고 너 역시 그렇다고 할 수 있다면 좋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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