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상시선 3
서서히 손가락을 찔러 오다가
급기야 벌겋게 물들이고 마는 십이월 공기
언 손을 어쩌지 못하고 섰는데
고양이만한 까마귀가 날아와 난간에 앉았다
하늘길에서는 네가 그 역할인가 보구나
어제 읽은 에드거 앨런 포의 검은 고양이가 떠올라
나도 모르게 굳은 몸으로 뒷걸음질쳐
시리게 퍼렇던 하늘을 등지고 성급히 계단을 내려온다
나는 네가 무섭지 않았는데
나의 무엇은 어느새 너의 부리가 나의 눈을 파먹는 감각을 한다
나는 아무것도 죽일 수 없었는데
나의 무엇은 어느새 그 까만색이 나를 죽음에 다다르게 하는 상상을 한다
Sei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