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상시선 1
짧게 글을 읽다 멈추는 이유는 내 속에서도 어떤 말들이 흐트러지며 일기 시작해서야
개울에 발을 담그고 걸으면 그 속에서 아른아른 이는 고운 흙먼지를 알아?
나는 걷다 말고 물속을 들여다보며 그 흙의 느닷없는 헤엄을 봐
쟤들은 내내 물이 흐르도록 바닥에 달라붙어 있다 내가 일으킨 진동에 바르르 피어오르지
굵은 빗줄기가 내리치는 날에는 물의 색을 온통 바꿔버릴 수도 있으면서
개인 날은 그저 물길을 따라 조금씩만 움직이고 사는 모양이야
그래서 발을 담근 날이면 원래는 짓지 않을 좁고 센 보폭으로 슬슬 밀어 올리기도 하고
자꾸 바닥으로 돌아가려는 것을 그러지 못하게 공연히 휘저어 보기도 해
글에 눈을 담그고 걸으면 그 속에서 너울너울 이는 거센 말먼지가, 나는 이렇게 좋아
Seine
한참 재미있게 책을 읽다가 내 속에서 이는 ‘말먼지’에 읽기를 멈추고 쓰고 싶어지는 마음을 아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