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상시선 4
아이는 이제 막 타이즈를 신고 베란다 빨랫줄에 널린 반바지를 보았는데
아이만큼 작은 의자를 가져와 올라서도 손이 닿지 않았다
아이를 본 어른은 이제 막 나갈 시간이고 아이가 옷을 채 입지 않아서
내려줄 테니 얼른 입으라는 말 대신 손으로 아이를 밀어냈다
반바지가 무사히 어른의 손에 낚여 낮은 곳으로 내려오는 동안
아이는 아이만큼 작은 의자에서 떨어져 문지방에 무릎을 찧었고
옷을 입은 아이는 어른의 차 뒷자리에서 있는 힘껏 울지 않았다
아이가 무사히 어른의 차에 실려 낯선 곳으로 옮겨지는 동안
아이는 아이만큼 작은 타이즈 무릎 언저리에 스며 나온 피를 보았고
자라지 않는 핏방울은 그 자리에서 짙게 점점 짙게 굳었다
Sei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