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상시선 6
이 모든 것. 나를 둘러싼 모든 것과 내가 아는 모든 사람. 좁게는 한 번에서 수억 번 눈을 마주쳤을 그 많은 관계들과 넓게는 같은 시각 한 번 나눈 적 없는 지구 저편의 누군가까지.
잠에서 깬 순간부터 다시 누워 잠드는 사이 단 1초도 이 모든 것의 사이클에 아무런 의심의 기운이 들지 않는 어느 평범한 날에는 나와 사람들이 밟고 선 지면이 하나, 똑같이 단단하고 평평한 하나.
뭔지 모를 인식의 축이 잠깐 뒤틀리는, 아니면 내가 또 발을 헛디뎠을 0.1초. 갑자기 이 모든 것에 격렬하게 깃드는 의심을 막을 길이 없어지고 내 발이 섰던 바닥은 별안간 출렁이는 수면.
나는 저 사람들이 어떻게 다들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물 위를 걷는 건지 그럴 수 있는지 궁금하고 절박해져 멀미할 지경이 되고. 좀 전까지는 나도 걸을 줄 알았다고 되뇌다 쥐가 날 지경이 되는데.
이 모든 것 중 한 개. 어느 노래. 어느 문장. 어느 웃음. 어느 눈빛 같은 것이 불쑥 뒤틀린 틈에 들어오는 때에는 언제 그랬냐는 듯. 나는 제 발로 다시 최면에 걸려 출렁이던 깊은 시간을 잊고 마는.
그 반복.
Sei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