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행복하다 답했어
3부. 순도 100%의 사랑
최근에 이렇게까지 아팠던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열이 펄펄 나고 온몸에 힘이 하나도 없었다. 하루 종일 침대에 누워서 반 기절 상태로 있으려니 내가 치앙마이에 호캉스를 온 것도 아닌데 싶어서 헛웃음이 났다.
결국 가지고 있는 약으로는 도저히 버틸 수 없겠다는 확신이 들어 한국어 통역이 있다는 종합병원 RAM병원에 방문했다. 그동안 해외여행을 다니면서 크게 아픈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는데 아이와 둘만 이렇게 기념적인 여행을 왔을 때 아프다는 게 뭔가 억울한 마음이 들었다. 와중에 지금까지 매번 들었던 여행자보험을 이제야 처음 써보게 되었다는 생각에 웃기면서 안심되었다. 독감이었다. 병원에서는 복용시간과 약의 종류를 하나하나 자세히 기록한 지퍼백에 꼼꼼히 넣어주었다. 해외에서 처음으로 와 본 병원이라 내심 걱정이었는데 기우였다.
숙소로 돌아와 다시 침대와 한 몸이 되었다. 나는 뭘 먹을 수 있는 상태도 아니었고, 룸서비스 같은 건 없는 숙소라 아이의 식사가 걱정이었다.
“어쩌지, 엄마 몸이 안 일으켜져.”
“우리 컵라면 있어. 그거 먹을게. 내가 할 수 있어.”
혹시 몰라 챙겨 온 작은 사이즈의 컵라면 4개가 있어 다행이었다. 아이는 그때까지 컵라면을 직접 해 먹어 본 적이 없었기에 조리방법을 신중하게 읽으며 물을 끓이고 용기에 조심스럽게 부었다.
“엄마가 아프니까 내가 직접 컵라면도 하네.”
“엄마가 미안해.”
“아냐. 오랜만에 먹으니 맛있네. 집에 가면 요리도 좀 해봐야겠다.”
평소보다 더 힘을 낸 의젓한 아이의 말에, 이불을 끌어다 어깨 끝까지 덮어주고 이마를 짚어보는 아이의 손에 심장이 시큰했다.
지금까지는 당연히 반대의 상황이 훨씬 많았다. 감기에 한번 걸리면 떨어질 새가 없었고, 정기 행사처럼 일 년에 한 번은 열이 많이 오르는 날이 있었다. 병원에 가서 듣는 이야기는 이러다 만성 질환이 될 수 있다는 무서운 말이거나, 어린이집에 안 보내고 집에서 며칠 돌보라는 쉽지 않은 요구들이었다. 겨우 하루이틀 연차를 내서 아이 옆에 쭈그려 앉아 물수건으로 몸을 닦아주고 동화책을 읽어주고 잠들 때까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할 때면 아이는 빙긋이 웃으며 말했다.
“아프니까 좋다. 엄마랑 계속 같이 있고.”
“나도 너랑 하루 종일 있으니까 좋다. 근데 놀아야 더 좋으니까 빨리 낫자.”
침대로 들어와서 자기 옆에 꼭 붙으라는 아이의 말에 뜨거운 체온을 온전히 느끼며 아이 옆에 눕는다. 열이 나는 게 다 내 책임 같아서 속상하지만, 엄마 몸이 좀 더 시원하다며 파고드는 아이의 피부가 보드라워 쓰다듬고 안게 된다. 아이의 시큰한 땀냄새가 코를 찌른다.
“엄마, 어린이집 선생님이 되어보면 어때? 맨날 같이 붙어있을 수 있잖아.”
“내가 공부해서 선생님이 되면, 넌 어린이집 졸업할 텐데?”
아파서 누워있는 중에도 아이는 엄마랑 더 붙어있을 궁리를 했을 것이다. 어쩌면 너는 내가 회사에서 너를 떠올리는 것보다 나를 더 많이 보고파할지도 모르겠다.
치앙마이에서의 병원 기록은 이것이 끝이 아니다. 여행이 끝날 때까지 아이와 나의 복통으로 두 번 더 병원을 방문했다. 이번에는 장염이었다. 지인 하나 없는 곳에서 둘 다 아프니 정말 대책이 없다.
결론. 여행자 보험은 필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