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른쪽 네 번째 손가락

몸의 변화를 알린 신호탄

by 효문

시작은 오른쪽 네 번째 손가락이었다. 알람소리를 울리는 스마트폰을 찾아 더듬는 순간, 오른쪽 네 번째 손가락이 묘하게 뻣뻣했다. 심한 통증은 아니었지만 지금까지 한 번도 경험해보지 않았던 낯선 느낌이었다. '뭐지?' 주먹을 쥐었다 폈다 하는 동작을 몇 번 반복하자 이내 그 느낌은 사라졌다. 그리고 잊어버렸다. 찰나의 감각이었고, 바쁜 하루가 기다리는 시간이었니까.


다음 날 아침, 뻣뻣한 증상은 또 찾아왔다. '왜 이러지?' 그전까지 한 번도 주의를 기울여본 적 없었던 오른쪽 네 번째 손가락은 그렇게 자신의 존재감을 나타내고 있었다. 물론 거기에 주의를 기울이기에 할 일은 너무 많았고 일상은 바빴다. 또 잊어버렸다.


며칠 후, 다섯 번째 손가락도 뻣뻣해지기 시작했다. 그때서야 덜컥 걱정이 됐다. '병원에 가 봐야 하나?' 뻣뻣해진 손가락을 풀어주며 잠깐 걱정을 했지만, 인간의 마음이란 얼마나 얄팍한지 뻣뻣함이 사라질 때쯤 걱정도 사라졌다. 주인의 무신경함에 화가 났던 것일까? 뻣뻣해지는 범위는 빠르게 확대되기 시작했고, 뻣뻣함의 정도도 강해졌다. 오른손 엄지손가락을 제외한 네 손가락이 모두 뻣뻣해지는가 싶더니 왼손에도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두세 번 주먹을 쥐었다 폈다 하면 충분했던 처음과는 달리 뻣뻣함은 쉽게 풀어지지 않았다. 그때서야 걱정과 불안을 안고 폭풍검색을 시작했다. 비슷한 증상은 '류머티즘 관절염'이었다.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지 말자! 나름 조기진압한다는 마음으로 병원을 찾았다. 검사를 받고 결과를 기다리는 일주일 동안 '생각의 눈덩이'를 수도 없이 굴렸다. 물론 부정적인 방향으로. 다행히 눈덩이가 굴러 떨어져 폭발을 일으키기 전에 일주일이 지났고 결과가 나왔다. 류머티즘 관절염은 아니라고.


'그러면 왜 이런 증상이 나타난 거지?' 의사도 정확한 이유를 설명해주지는 못했다. 손가락을 많이 사용해서 그럴 수도 있고, 나이가 들어서 그럴 수도 있다나 뭐라나... 그렇게 원인을 찾지 못한 증상은 계속 됐고 나날이 걱정도 커져가던 어느 날, 예상치 못한 곳에서 불쑥 답이 튀어나왔다.


"그거 갱년기 증상이야. 나도 그랬어"


먼저 갱년기를 겪은 선배 언니의 말이었다. 후끈 열이 오르거나 쉽게 짜증이 나는 것만 갱년기 증상인 줄 알았다. '이런 증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는 걸 왜 아무도 말해주지 않았을까?' 원망스러웠다. 그래서 내가 말해주기로 결심했다. 갱년기 증상은 성격이나 식성만큼 다양하다는 것을. 완경 이후 나타나는 모든 몸의 변화를 갱년기 증상이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당신이 경험하는 그 낯선 증상이 어쩌면 갱년기 증상일 수도 있다는 것을. 말해주기 위해서 몸의 변화를 세심하게 살피기 시작했다. 처음 몇 달 동안은 뻣뻣해지는 범위가 확대되고 강도가 높아지기 시작하더니, 어느 순간 줄어들기 시작했다. 1년이 지난 지금도 그 증상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지만, 몸에서 일어나는 변화에 주의를 기울이며 기꺼운 마음으로 몸과 친해지고 있고 내 몸을 알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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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문 가족 분야 크리에이터 직업 방송작가 프로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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