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들이 갱년기를 알아?
살아온 날이 반백 년을 넘어선 어느 평범한 날 낯선 방문객이 찾아왔다. 갱년기였다. 사전 약속도 없이 불쑥 찾아든 갱년기는 때로는 난폭하게, 때로는 롤러코스트처럼 요란하게 몸과 마음을 뒤흔들었다. 몸속 깊은 곳 어딘가에서부터 지각변동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진도와 규모를 짐작할 수 없는 지진을 수시로 겪으면서 나는 비로소 갱년기를 알아가기 시작했고, 나보다 앞서 갱년기를 격은 이들의 마음을 이해하기 시작했다.
"산고를 겪는 것과 갱년기를 겪는 것, 어느 쪽이 더 힘든가요?"
만약 누군가 이렇게 묻는다면 나는 갱년기에 한 표다. 산통처럼 강렬하지는 않지만 실체가 잡히지 않는 듯한 진득한 통증, 무력감, 불안, 우울감이 끝도 없이 이어지기 때문이다. 산고는 길어야 하루지만, 갱년기는 짧게는 1~2년 길게는 10년도 갈 수 있기 때문이다. (어쩌면 아이를 낳은 건 오래전 과거의 일이고, 갱년기의 현재의 일이기 때문에 이렇게 생각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시간이 지나면 고통의 기억은 퇴색하는 법이니까.)
게다가 아이를 낳을 때는 몸이라도 젊고 건강했지만, 반백년을 사용한 몸에 호르몬 불균형이 일어나니 몸은 수시로 낯선 반응을 보였다. 생전 처음 겪어보는 증상 앞에서 때로는 당혹스러웠고, 때로는 두려웠고, 때로는 예민해졌다. 그 당혹스러움과 두려움은 병원순례로 이어지기도 했고 무력감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나이가 들어도 문제가 생기면 '엄마부터 찾으라'라고 DNA에 기록이라도 돼 있는 것일까? 엄마는 갱년기를 어떻게 이겨냈는지 궁금해 전화를 걸었다.
"엄마, 엄마는 갱년기를 어떻게 이겨냈어?"
따순 밥 먹고, 뭔 쉰소리를 하냐는 듯한 목소리로 엄마는 딱 한마디 했다.
"먹고살기 바쁜데 갱년기 겪을 새가 어딨어. "
아, 정녕 갱년기는 세상이 좋아져서 오는 것일까? 나도 먹고살기 바쁜데... 많은 것이 닮은 엄마와 딸인데도 불구하고 서로에게 찾아온 갱년기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case by case. 사람마다 제각각의 모습으로 찾아오기에 갱년기를 온전히 이해하는 것이 더 어려운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온몸으로 갱년기를 겪으며 '갱년기를 겪는 동안 유서를 써서 가슴에 품고 다녔다'던 누군가의 이야기가 비로소 이해되기 시작했고, '갱년기에 대처하는 방법'을 하나 둘 터득해 가기 시작했다. 지금 갱년기를 겪고 있는 사람들, 또 앞으로 겪게 될 사람들과 나의 경험을 나누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