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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해

by 백승권

별에 대해 생각해.

지구의 파도가 움직이는 건

멀리 달이 있어서 그렇대.

달이 밝은 건 해의 빛이 날아가

반사되어 지구에 보이는 거래.

별이 우리 눈에 보일 때

별이 너무 멀리 있어서

우리 눈에 닿기까지 아주 오랜 시간이 걸려서

우린 이미 별의 과거를 보고 있는 거고

어쩌면 우린 이미 죽은 별과

마주하고 있을지도 모른대.

해와 지구와 달이 서로를 당기는 힘을 포기하는 순간

그 사이에 우리의 생명도 사라져.

보이지 않는 힘과 힘 사이에 우리는

아무것도 모른 채 웃고 울고 책을 읽고 잠들고 있지.

저 멀리 죽은 별과 죽은 별들 사이에서

어떤 생명과 사랑이 있었을까.

우리가 모르는 이야기들이 지금 이 순간에도

얼마나 많은 밤하늘을 빛나게 채우고 있을까.

마음의 빛을 잃은 사람들이 홀로 서서

밤하늘 밑에서 떨리는 뺨을 감싸고 있을까.

우리가 언젠가 길을 잃더라도

서로를 당기고 있었다는 사실은 기억하자.

언젠가 우리의 빛이 사라지는 날이 오더라도

우리는 그때까지 서로의

파도를 움직여주고 있었다는 것을.

서로의 주위를 매일 돌며

지키고 있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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