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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성범 Oct 09. 2021

알아두면 쓸데있는 간편한 승수법

부동산 가격의 원리

알아두면 쓸데있는 간편한 승수법

몇 년 전부터 신림동의 학원에서 감정평가사 수험생들을 대상으로 강의를 하고 있다. 감정평가사 2차 논술시험의 한 과목인 감정평가이론을 맡고 있는데, 부동산을 비롯해서 기업가치, 주식, 영업권, 산업재산권에 대한 다양한 감정평가방법을 비롯해서 타당성 분석방법 같은 걸 가르치는 과목이다. 감정평가방법에 대단한 수학이나 공학이 등장하지는 않고, 대부분은 산수 수준의 간단한 산식이다. 


가장 간단한 평가방법으로 승수법(multiplier method)을 들 수 있다. 특정 값에 승수를 곱해 손쉽게 가격을 결정하는 방법이다. 3 × 2 = 6, 참 쉽다. 너무 간단한 평가방법은 수험생들도 시시해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 때 가장 자주 하게되는 설명이 "간편하다는 장점을 무시하지 말라."는 것이다. 몇 천 억 규모의 사업이나 부동산도 승수법과 같은 간편법으로 의사결정이 이루어지는 경우는 얼마든지 있다. 승수(multiplier)와 그 역수인 비율(rate), 이 두 가지로 거의 모든 판단이 가능하다.


환원법과 승수법


캡레이트 얼마 나와? 캡 얼마 썼어?

부동산 시장에서 가장 대중적으로 통용되는 간편법으로 환원율(capitalization rate)이 있다. 줄여서 '캡레이트', 그냥 '캡'이라고도 하는데, 임대수익과 가격의 비율을 말한다. 일종의 수익률이다. 10억 원에 산 부동산에서 연간 임대수익이 500만원 나온다면, 환원율은 5%가 된다. 그리고 5%라는 비율의 역수인 승수는 20배가 된다. 반대로 말하자면, 500만원의 임대수익이 나오는 부동산은 20배인 10억의 가치가 있다는 의미이다. 부동산을 살 때는 20배라는 승수가 사전수익률이나 기대수익률이 되고, 이미 산 뒤에는 5%라는 비율이 사후수익률이나 실현수익률이 된다.


승수법은 아파트나 토지처럼 매각차익 중심의 시장에서는 활용되기 어렵지만, 오피스텔, 꼬마빌딩, 오피스, 호텔, 물류센터, 골프장 등 임대수익이 발생하는 모든 종류의 부동산에서 활용도가 높다. 임대시장은 실수요자 중심이라 매매시장보다 경기탄력성이 낮고 안정적이기 때문에, 임대수익만 파악할 수 있다면 승수법을 활용해 어느 정도가 적정한 가격인지 간편하게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리서치 회사에서 발표하는 서울 오피스 시장 Cap. rate @젠스타메이트


이자율은 높을수록 좋지만, 환원율은 아니다

실제 한국 부동산의 캡은 어느 정도일까. 서울 오피스텔의 환원율은 4.5%, 매매가격은 2.4억 수준이라고 한다. 오피스텔의 월임대료가 90만 원(= 2.4억 × 4.5% ÷ 12개월)이라는 것을 바로 알 수 있다. 오피스텔을 사려는 사람이라면, 매매 시세가 아닌 임대 시세를 파악해야 한다. 만약, 2억 원에 매물로 나온 오피스텔이 있는데, 월임대료가 70만 원이라면? 오피스텔의 적정 가격은 연간 임대수익인 840만원에 승수 22.2배(= 1 ÷ 4.5%)를 곱한 1.9억 원이니 2억 원은 조금 비싼게 된다. 


서울 오피스의 환원율은 4.1%, 상가는 2.8% 수준이라는데, 환원율이 가장 높은 오피스텔이 가장 좋은 자산인 걸까? 만약 적금에 가입한다면 이자율이 높은 곳을 선호하겠지만, 부동산에 투자할 때는 환원율이 높다고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니다. 이자수익과 원금의 비율인 적금의 이자율은 원금이 영구히 보존되지만, 임대수익과 원금의 비율인 부동산의 환원율은 원금이 보존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자율과 환원율을 대등하게 비교하려면 은행 예치금처럼 부동산 가격이 고정되거나 안정적이어야 하지만, 우리가 경험했듯이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는다. 



기본적으로 건물은 시간의 경과에 따라 가치가 감소하는 상각자산이다. 이는 휴대폰, 자동차, 모든 유형자산이 공유하는 속성으로, 생산 직후에 가장 가치가 높고, 누군가가 취득함과 동시에 신품과 중고품의 가격 격차가 발생하며, 일정 기간이 경과하면 물리적 기능과 무관하게 경제적 가치가 하한선에 수렴한다. 부동산 시장에서도 20년 가까이 경과한 건물은 별도로 가격을 책정하지 않는 것이 거래 관행이다. 

물론, 건물이 상각자산이라고 해서 부동산 전체의 가치도 시간에 따라 하락하는 것은 아니다. 하락은 커녕 오히려 상승하는 이유는 건물과 달리 비상각자산인 토지의 비중이 높기 때문이다. 토지가치는 은행에 넣어둔 원금과 달리 꾸준히 상승해왔고, 임대수익 외에 매각차익이라는 추가적인 수익을 만들어냈다.


정리하자면, 부동산의 환원율을 일반적인 수익률과 대등하게 비교하기 위해서는, 건물의 감가상각과 부동산의 가치상승, 두 가지 요소를 추가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건물의 감가상각을 생각하면 환원율이 더 높아야 할 것이고, 부동산 가치의 상승을 생각하면 환원율은 좀 낮아도 될 것이다. 서울 부동산의 환원율은 상가 2.8% < 오피스 4.1% < 오피스텔 4.5%의 순위였지만, 당장의 임대수익은 낮아도 향후의 가격 상승이 높은 상가를 매입할 수도 있다. 낮은 환원율은 임대수익이 낮다는 기본적인 의미 외에도, 미래가치가 높다는 중의적 의미를 가지기 때문이다. 실제 부동산 환원율은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지만, 그에 반비례해 부동산 가격 상승률은 오히려 높아지고 있다.




복잡하다고 해서 정확한 것은 아니다 

감정평가에서는 환원율 외에도 다양한 승수법이 활용되고 있다. 토지가치를 평가할 때는 공시지가 대비 시세의 비율을, 주식가치를 평가할 때는 영업이익 대비 주식가치의 비율을 활용하고, 권리금이나 영업권을 평가할 때는 현금흐름 대비 영업권의 비율을 활용한다. 특허권이나 상표권 같은 산업재산권을 평가할 때도 영업권 대비 산업재산권의 비율이 활용되고 있다. 

사람들이 승수법을 선호하는 이유는 적용이 간편하고, 직관적인 상대평가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가치투자, 즉 가치평가(valuation)를 활용해 가격이 가치보다 낮을 때 주식을 매입해야 한다던 투자자 워런 버핏은 이렇게 말했다. "정확하게 맞추려다 빗나가는 것보다 대충이라도 맞히는 것이 낫다." <끝>


워런 버핏 @중앙일보


※ 참고문헌

1. <오피스텔가격동향조사> (한국부동산원, 2021년 6월)

2. <상업용 부동산 임대동향조사> (한국부동산원, 2021년 2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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