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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주 작가 Jun 02. 2022

6월 2일 정한수의 하루

전화

지친 하루를 마치고 집에 가는데 전화가 왔다. 확인해 보니 친구인 성민의 연락이었다. 중학교 시절 동창이었고 그 이후 어른이 되어서도 몇 번 만나기는 했는데 용건이 있어서 메신저로만 이야기하던 터라 전화가 온 것이 의아했다. 전화를 받아보니 성민은 잠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냐고 했다. 나는 지하철이라고 큰 소리로 통화는 못 한다고 말했다. 그러자 성민은 집에 도착하면 말해달라고 했다. 그러면 그가 다시 전화를 하겠다는 것이었다. 원래 통화를 하지도 않던 친구가 다시 전화까지 한다고 하니 나는 보통 일은 아니라고 생각하고 내가 집에 도착해서 전화하겠다고 했다. 도대체 무슨 일일까?


집에 돌아와서 성민에게 전화를 걸었다. 성민은 바로 전화를 받았다. 무슨 일이 있냐고 묻자 성민은 그냥 답답해서 전화했다고 했다. 그의 말은 이랬다.


성민은 결혼을 전제로 만나고 있는 여성이 있었다. 바로는 아니더라도 2년 안에 결혼할 예정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2가지 문제가 있었다. 하나는 부모님의 반대. 특히 아버지의 반대가 심하다고 한다. 내가 들었을 때 성민의 여자 친구는 별 문제가 없는 것 같았지만 아버지의 기준에는 맞지 않았던 것 같다. 그냥 반대도 아니고 결사반대를 하는 중이라 원래 골치가 아팠다고 한다.

두 번째 문제는 성민이 갑자기 해외 발령을 받았다는 것이었다. 적어도 3년은 나가 있어야 했는데 아예 여자 친구와 그전에 결혼하거나 다녀와서 결혼하는 방안이 있는데 이를 두고 여자 친구와 갈등이 좀 생겼다는 이야기였다.

성민의 이야기 속에서 내가 해결해줄 수 있는 방안은 없었다. 아버지를 내가 설득시킬 수도 없고 해외 발령을 두고 무엇을 선택해줄 수 없었다. 나는 그냥 그런 일이 있었구나라고 간단한 리액션만 해줬다. 성민도 무슨 해결을 바라고 나에게 전화한 것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저 이야기를 들어달라는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성민의 말을 듣고 이번에는 내가 내 이야기를 했다.


“내 이야기는 별거 없어. 회사에서 승진하고 싶어서 관련된 준비를 하고 있어. 매일 아침 일찍 일어나 밤에 잠이 드는데 회사 일이 아닌 적이 없어. 그래서 솔직히 짜증 나기도 해.”


뭐 이런 이야기 말이다.


그렇게 나는 성민과 1시간 넘게 통화했다. 오랜 친구끼리. 그것도 남자끼리 전화를 이리 오래 하는 것은 익숙지 않았지만 서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서 좋았다. 평소처럼 만났다면 몸에도 안 좋은 술이나 마시고 진지한 이야기 대신 다른 이야기하고 그런 식으로 서로 할 이야기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끝났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이렇게 잠시 대화를 나눌 수 있어서 좋았다.


이야기의 끝은 결국 다음에 만나서 밥을 먹자였지만 나는 상민에게 종종 통화하자고 이야기 말했다. 해외에 가면 어차피 만나지도 못하니 그전에 이야기나 나누자는 것이었다. 그렇게 우리는 다음을 기약하며 전화를 끊었다. 오늘은 평범하게 하루가 흘러갈 것 같았는데 친구의 우연한 전화가 나에게 조금 특별한 하루로 기억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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