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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주 작가 Aug 08. 2022

8월 8일 강윤우의 하루

월요일의 감정 일기

월요일 아침. 일어나자 드는 생각은 ‘불쾌하다’였다. 주말을 맞이한 지 얼마나 됐다고 아무런 준비 없이 월요일이 찾아온 게 너무나 ‘불쾌’했다. 준비되지 않은 출발선이 매주 설치되고 여기에 모든 사람을 세워 “뛰어”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각자 달리는 속도는 다르고 각자 보는 풍경도 다른 그런 이상한 레이스 말이다.

그래서 나는 월요일이 참으로 불쾌하다. 


하지만 출근은 해야 하기 때문에 서둘러 씻고 나갈 준비를 한다. 그런데 너무 덥다. 정말 ‘짜증 난다’.  이 더위에 꼭 출근을 해야 하는 이유가 있을까 싶다. 예전처럼 재택이나 하면 에어컨을 틀고 안에서 시원하게 일할 텐데 꼭 출근을 해서 체력을 다 빼놓고 있어야 할까?


출근을 하는 길, 지하철에는 사람이 너무 많다. 의도치 않지만 다른 사람의 살이 닿는 느낌이 너무 ‘소름 끼친다.’ 나는 최대한 몸을 꾸겨서 다른 사람과 부딪힌 않으려고 했지만 역부족이다. 그리고 덥기까지 하다. 지금이라도 내리고 싶은 기분이다. 


지하철에서 내려 회사로 가는 길. 회사로 걸어가는데 지금이라고 ‘휴가를 쓰고 싶은 기분’이었다. 갑자기 아프다고 할까? 대출 때문에 은행에 급히 볼일이 생겼다고 할까? 이런 쓸데없는 생각을 하다 보면 어느샌가 회사에 도착한다. 나는 깊게 한숨을 쉬고 ‘체념’ 한 체 회사로 힘없이 들어간다.


“안녕하세요.”


별로 인사를 하고 싶지는 않지만 회사에서는 착하고 친절한 척을 해야 한다. 이때 내 감정을 다스릴 필요가 있다. 회사에서 나는 마음을 ‘평온’하게 하는 것이 좋다. 더위와 실적 때문에 다들 예민해져 있는 지금 같은 때에는 그렇게 하는 것이 내 정신 건강에도 좋다. 


하지만 힘들 때가 있다. 내가 싫어하는 사람과 대화를 해야 할 때이다. 이때 나는 최대한 포커페이스로 일관한다. 어떻게든 내 감정을 그에게 들키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노련한 상대방은 그런 나의 의도를 파악했는지 내 속을 살살 긁는다. 나는 이내 ‘분노’하게 되지만 절대 표출해서는 안 된다. 그건 하수들이나 하는 짓이다. 나는 겨우 겨우 마음을 진정시키며 ‘분노’를 다른 감정으로 바꾸려고 노력한다. 나는 억지로 웃는다. 하지만 기뻐서 하는 것은 아니다. 그냥 안면근육을 움직여 입꼬리를 들어 올리는 신체적인 행위에 불과하다. 어떠한 감정도 들어있지 않다. 


일을 할 때는 모든 것이 ‘지루하다’. 몇 년째 하는 일은 정해져 있고 특별한 일은 생기지 않는다. 월요일은 일주일 중 가장 바쁘기는 하지만 그래도 어려운 것은 없다. 


점심시간이 되면 ‘기쁘다’. 점심 메뉴를 고르는 순간은 회사에서 유일하게 가장 고민되는 때이고 점심 식사를 할 때는 회사에서 유일하게 자유를 누리는 순간이다. 주말 내내 먹고 싶었던 메뉴를 골라 같이 먹을 사람을 모집한다. 우리 회사의 좋은 점은 꼭 같은 팀끼리 먹을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마음이 맞는 사람들과 즐거운 식사를 하면 정말 기분이 좋다. 


하지만 불청객은 어디에나 있기 마련이다. 내가 싫어하는 사람이 식사 자리에 합류하게 되면 다시 ‘짜증 난다.’ 유일한 내 자유시간이 망쳐지는 기분이다. 밥을 먹을 때 업무 이야기를 하는 사람을 누가 좋아할까? 점심시간에는 업무 이야기는 가급적 하지 않는 것이 회사의 암묵적인 룰이다. 그렇지만 내 앞에 있는 사람은 그런 불문율을 가볍게 어기는 사람이다. 그는 자리에 앉자마자 지금 하고 있는 일에 대해서 묻기 시작한다. 다들 똥 씹은 표정이지만 그래도 사회생활은 해야 하기에 대답을 해준다. 아무래도 오늘은 편하게 점심을 먹기는 틀린 것 같다. 


오후 업무 시간이 되자마자 내 상사는 나를 갈군다. 내가 올린 보고서에 무슨 잘못이 있던 것이었다. 내 실수다. 변명의 여지가 없는 바보 같은 실수다. 나는 금방 ‘의기소침’해진다. 왜 이런 실수를 한 것일까? 아니 실수라는 것도 내 변명일 것이다. 실수가 아니라 내 실력이다. 같은 일을 반복해서 쉬운 일이라 생각했는데 내가 너무 자만한 탓이다. 그렇게 나는 ‘반성’하게 된다. 


퇴근 시간, 나는 ‘찝찝’한 기분으로 집에 간다. 오늘 일은 뭔가 내가 원하는 데로 되지 않은 것 같다. 평범하고 짜증 나는 월요일이라고만 생각했지만 나로 인해서 생긴 일들이 조금 있었던 것 같다. 


퇴근길, 지하철에서 나는 내가 좋아하는 노래를 듣는다. 지금은 뭔가 ‘울적하다’. 내 기분을 풀어줄 수 있는 노래들을 선곡한다. 계속 들으니 조금은 ‘기분이 좋아진다.’


집에 도착하면 단백질 셰이크를 만들어서 먹는다. 바로 운동을 가야 하기 때문이다. 셰이크를 들이켜고 집에서 조금 몸을 불태운 후 헬스장으로 간다.


헬스장에서 오늘은 상체에 집중하기로 한다. 운동을 할 때는 ‘행복하다’. 아무 생각 없이 체력과 근육 단련에만 신경을 쓰면 되기 때문이다. 물론 힘들기는 하지만 힘든 것을 넘어서 기분이 좋아지는 그 순간을 위해 나는 운동을 한다. 너무 더워서 땀으로 얼굴과 몸이 범벅이 되지만 별로 신경 쓰이지 않는다. 운동을 하고 강해진 내 몸을 보면 그저 ‘행복’할 뿐이다. 


운동을 마친 후에 집으로 돌아가 미리 준비해둔 달걀과 닭가슴살을 먹는다. 가끔은 너무 힘들어서 먹지 않고 바로 잠들 때도 있지만 오늘은 배가 고파서 이렇게라도 해야 살 것 같다. 당연하지만 별로 맛은 없다. 지금은 그저 ‘힘들다’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음식을 먹고 잠시 쉬다가 샤워를 한다. 몸을 씻으니 ‘개운하다’. 그리고 오늘의 안 좋은 기억들이 사라지는 것 같다. 몸은 안정을 되찾고 마음도 ‘편안’해진다.


몸을 닦고 머리를 말린다. 이제는 잘 준비를 할 시간이다. 옷을 갈아입고 침대에 누워 어제 보던 책을 본다. 10분이라도 독서를 하는 것이 올해의 목표이기에 책이 눈에 안 들어와도 어떻게든 책을 보려고 한다. 하지만 책을 피자마자 졸음이 쏟아진다. ‘졸리다’. 


더 이상 버틸 수 없다는 것을 깨달은 나는 책을 덮고 불을 끈다. 이제 내게 감정이 들어올 구석은 없다. 꿈같은 수많은 상상이 머릿속으로 들어오면 나는 잠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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