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우주 작가 Sep 09. 2022

9월 9일 조규빈과 정유나의 하루

연휴의 시작 

추석 연휴가 시작되었지만 규빈과 유나는 딱히 할 일은 없었다. 둘은 연휴 동안 자신들의 부모님 집을 찾아가지 않아도 되는 이른바 축복받은 가정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들의 부모님은 명절이 굳이 찾아오는 것보다 평소에 자주 연락하고 널널 할 때 찾아오는 것을 좋아했다. 규빈과 유나는 서로의 부모님이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신기하게 생각했다. 결혼 후 처음 1~2년 간은 눈치가 보여서 명절마다 부모님을 찾아갔지만 2년이 지나고 나서는 더 이상 서로의 부모님을 찾아가지 않아도 되었다. 그 대신 이를 위해서는 평소에 자주 연락해야 한다는 전제조건이 있었지만 규빈과 유나에게는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규빈과 유나의 연휴는 그래서 특별할 것이 없었다. 부부는 오늘 하루 무엇을 할까 고민하다가 동네의 단골 브런치 집을 찾아가기로 했다. 맛도 인테리어도 모든 것이 평범한 아주 흔한 메뉴를 파는 브런치 집이었다. 규빈과 유나는 현재 동네로 이사 온 2년 전부터 이곳을 계속해서 이용하고 있다. 특별하지는 않지만 규빈과 유나 부부가 조용하게 식사를 할 수 있기에는 최적의 장소였다.


“안녕하세요. 사장님은 내일부터 쉬시나요?”


규빈은 가게에 들어가서 익숙한 듯 사장에게 인사를 건넸다. 


“안녕하세요. 네 맞아요. 내일부터 월요일까지 쉬기로 했어요. 이번에도 어디 안 가시는 것이죠?”


사장도 익숙한 듯 규빈과 유나에게 인사하며 말을 했다. 


“네 어쩌면 여기 오는 게 이번 명절의 유일한 일정일지도 몰라요.”


유나가 웃으면서 대답했다. 


“그러면 제가 더 잘 만들어드려야겠네요. 그럼 항상 드시던 걸로 준비할게요!”


사장은 규빈과 유나 부부와 간단한 이야기를 나누고 음식 준비를 시작했다. 


규빈과 유나가 먹는 것은 간단한 프렌치토스트와 커피였다. 여기에 규빈이 좋아하는 스크램블 에그와 소시지가 곁들여지는 전형적인 형식의 브런치였다. 이름 그대로의 맛이었지만 규빈과 유나는 이곳의 브러치를 즐겼다. 


브런치 집에서 가벼운 식사를 마친 후 규빈과 유나는 소화도 시킬 겸 산책을 했다. 동네에 새로 생긴 공원이 있어 부부는 천천히 둘러보며 명절 첫날의 가을을 즐겼다. 


산책을 마치고 부부는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규빈은 자신의 부모님에게 전화를 걸어 정말 자신들이 가지 않아도 되는지를 물었다. 규빈의 부모님은 명절에 자신들을 찾지 않아도 된다고 했지만 그렇다고 아무 말없이 안 오면 아들 부부에게 섭섭한 티를 내는 사람이었다. 그런 부모님의 성격을 알고 있는 규빈은 전화를 해서 혹시 있을 화를 잠재우려고 했다. 

간단한 인사 차 드린 전화였지만 통화는 1시간이 넘도록 이어졌다. 규빈은 이럴 거면 그냥 부모님 댁에 가는 것이 좋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남편의 스피커폰 통화를 같이 들으면서 대답하는 유나는 차라리 이런 식으로 넘어가는 게 더 괜찮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한편 유나의 부모님은 계속해서 유나에게 메시지를 보내고 있었다. 유나의 부모님은 명절이 되면 여행을 다니는 타입이었다. 젊은 시절 유나네 3남매를 키우느라 청춘을 제대로 보내지 못했다고 한탄하던 유나의 부모님은 막내인 유나까지 시집을 가고 나서야 둘 만의 온전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유나의 부모님은 명절마다 괜히 자식들의 짐이 되기 싫다며 여행을 다니면서 자식들이 찾아오는 것을 피했다. 유나의 형제들은 그래도 부모님과 함께 있고 싶어 했지만 유나의 부모님은 나중에 움직일 수 없을 정도로 늙었을 때나 효도하라면서 자식들에게 명절의 자유를 줬다. 다만 메시지의 자유는 주지 않아서 유나는 가족 단톡방에서 계속해서 부모님이 보낸 사진을 보고 반응해야 했다.


“내일은 뭐할까?”


부모님과의 통화를 마친 규빈이 유나에게 물었다.


“글쎄? 오랜만에 영화 보자. 쇼핑도 좀 하고.”


유나가 핸드폰으로 부모님과 메시지를 주고받으며 대답했다. 


간단하게 내일 일정을 정한 부부는 다시 각자 할 일을 했다. 그렇게 부부의 아주 평범한 명절의 첫날이 지나고 있었다. 

이전 13화 9월 8일 유채정의 하루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