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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라a Oct 16. 2021

꽃과 같은 당신은 아름답습니다.

엄마에게 건네는 위로

 어떤 이에게 꽃은 피어나기 시작하는 꽃망울일 수 있고 꽃집에서 치장을 마친 화사함의 극에 있는 모습이기도 하다. 꽃잎이 너풀거리며 떨어지는 모습일 수도 있고 또는 그 꽃잎이 지고 줄기만 남은 앙상한 모습이기도 하겠다.

 나에게 꽃은 대체 불가한 화려함의 극치이자 모든 것이 용서가 되는 존재이며 한 송이 한 송이, 한 잎 한 잎의 아름다움이 각기 다르고 존중받아야 할 여리지만 강한 특별한 존재였다. 그건 어렸을 때부터 그랬다. 그래서 내가 말한 꽃은, 그 화려함이 극에 달해 빛나다 못해 아름다움이 너울지는 한송이의 꽃을 말한다.

 꽃을 좋아한 엄마는 꽃 같은 딸을 낳고 봄이 오면 봄의 꽃이 피는 것을, 책을 보면 책 속의 꽃이 피는 것을 겨울이 오면 겨울의 눈 꽃이 피는 것을 아이에게 알려주었다. 그런데 그 꽃들이 흩날리는 모습에 매일이 행복한 엄마는 아니었다.

 엄마가 되고서 행복은 갑절 이상이 되고 기쁨의 깊이도 훨씬 깊어졌으나 엄마로서의 책임이나 고뇌 그리고 가끔의 권태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었다. 엄마의 사랑과 보살핌 속에 자라나는 아이들과 운영되는 가정에서 그 역할은 두말할 나위 없이 중요하다. 그런데 이런 역할은 준비할 겨를도 없이, 연습할 겨를도 없이 ‘자연스럽게’라는 말이 야속할 정도로 갑자기 찾아온다. 할 수 있는 것이라곤, 마음의 준비뿐인데, 이미지 트레이닝도 안된다.

 힘든 것들을 나열하여야 무얼 하나. 한마디로 쉽지 않다. 마음에서 누르는 묵직한 책임감 때문에 어렵다 하지 않는다. 힘들다 하지 않는다. 아래만 보던 고개를 들고 하늘을 보며 눈을 감을 때도 있었으며 마음이 아파 눈물이 날 때도 있었다. 엄마는 꽃 같은 아이의 마음에 눈물이 고일까 하늘을 보며 울고 땅을 보며 웃었다. 그렇게 행복도 알고 슬픔도 알고 혼란도 알았다.


 그런 엄마의 마음과 몸이 힘듦의 구렁텅이로 향해있을 때 아이들에게 할 수 있는 말과 행동은 그 바탕이 다르다. 고스란히 아이들에게 흡수되고 전달된다. 그것이 싫고 무서워 다시 하늘을 보며 몸을 추켜세우지만 쉽지 않다. 그렇게 매일을 스스로를 싸잡으며 단단해지길 노력한다. 보드라운 손결이, 매끈했던 다리가 가칠가칠 해지고 퉁퉁 붓지만 시선은 나의 거울이 아닌 이 어린 꽃 덩이다. 그게 억울하고 속상한 날이 있다. 다시 하늘을 본다. 눈물을 훔친다.

 그러던 어느 날, 꽃 같은 아이는 엄마에게 자장가를 불러주었다.

 꽃이 피다
꽃이 피다

눈물이 핑 돌았다. 자장가의 음으로 막 입을 띤 아이의 입에서 처음 불려진 노래, 꽃이 핀다는 말을 하는 이 아이. 그 꽃이 엄마라는 이 아이. 웃는 얼굴에 뜨끈한 눈물이 흐른다. 엄마 꽃이 활짝 핀다는 이 아이의 자장가와 웅얼거리는 설명 속에 엄마의 눈물은 씨앗이 되었고 싹이 나고 꽃이 피기 시작했다. 그리고 꽃의 중심을 잘 잡으면서 엄마의 길을 가족과 함께 걷고 있다.


아이들은 엄마의 혼란기를 기다려주지 않는다. 그대로 흡수하고 그대로 받아들인다. 흩날리는 꽃잎처럼 엄마의 마음이 날리면 아이들은 그대로 보고 느끼고 마음에 담는다. 그래서 엄마의 혼란기가 더 괴롭기도 하다. 그러다 아이의 노래를 들으며 뜨끈한 눈물이 흘렀고 엄마의 맘 속엔 꽃이 폈다. 그리고 엄마는 꽃이 되었다.

 

 엄마는 꽃이다. 엄마는 자신 스스로가 꽃임을 알고 스스로가 가치 있고 아름다운 것을 알 필요가 있다. 아이를 품으면서부터 변하는 몸과 생활, 그리고 앞으로의 삶에 대한 두려움 등등 마음이 출렁인다. 그런데 말해주고 싶다. 그 모습 그대로 아름다운 거라고.

 내가 그랬을 때는 다른 사람 말을 듣기보다 홀로 괴로워했고 슬퍼했고 남편과 붙잡고 울었다. 그런데 그때의 나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다. 그 모습 그대로 아름다운 거라고. 유모차를 밀고 가는 엄마의 모습 그대로 아름다운 거라고. 아이를 양 손에 잡고 어쩔 줄 몰라하며 가는 모습 그대로 아름다운 거라고. 그런 모습 자체로 당신은 꽃이라고.

 같은 화단에 핀 꽃이어도 그 모습 하나하나 꽃잎 하나하나가 다른 것처럼, 각기 다른 엄마들의 모습도 꽃처럼 다른 것이라고. 그 자체가 아름다운 것이라고 말해주고 싶다. 그래서 감히, 나의 꽃을, 엄마라는 이름 옆에 두었다.

 쑥스러워도 인정하고 인지하자. 내가 꽃임을 항상 인지하며 그 모습 그대로 자랑스럽고 아름다운 모습임을 대견스럽게 생각하자. 엄마의 꽃이 활짝 피고 그 중심을 잘 잡으면, 그 아래의 아이들에게서는 향기가 나고 아이들의 싹이 난다. 그리고 아이들의 꽃이 핀다. 자기 자신을 꽃이라 소중히 여기고 아름답게 생각하면 나의 아이들은 그 꽃의 향과 그 꽃의 아름다움을 느끼며 자연스레 아름다움의 향기가 날 것이다.


 엄마의 꽃이 핀다. 오늘도 같은 자리 같은 모습 같아도 오늘의 엄마에게선 엄마의 꽃이 피고 엄마의 향이 난다. 아직 그 꽃을 발견하지 못했다면 가만히 가만히 마음에서 느껴보길 바란다. 당신의 얼굴에 핀 당신의 꽃을 발견할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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