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책 완판, 만쉐이’를 글로 쓰자면
제목 그대로입니다.
<나의 작은 아기 사자>가 완판되었습니다.
이 사실을 알고 나서 근래 들어 가장 기뻤습니다.
평생 이날이 안 올 줄 알았거든요.
많은 부수를 제작한 건 아닙니다. 지인들 나눠주면 끝날 정도로 적은 권수의 책을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제게는 첫 책입니다. 상업적으로 판매해 보려고 작심하고 만든 첫 번째 책이었습니다.
처음인지라 시작 전에는 마음도 많이 졸였고, 아무도 봐주지 않을까 걱정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거짓말같이 완판이 되는 날이 오네요.
2쇄를 찍을 수도 있지만, 더 이상 제작하지는 않을 예정입니다. 재입고 요청에도 정중하게 거절 의사를 표했습니다. 이제야 고백하지만, <나의 작은 아기 사자>는 제 첫 책임과 동시에 절반쯤은 실험용 책이었습니다. 책을 쓰기만 해 봤지, 직접 제작하고 출판하는 것에는 전혀 문외한인 제가 도전 정신을 발휘한 첫 시도였거든요. 눈 꽉 감고서 ‘에라 모르겠다, 될 대로 되라.’ 하고 냅다 만든 책이었지요. 그래서 ‘절반쯤 실험용’이라는 별명을 붙었습니다. 앞날을 전혀 알 수 없는 시도였으니까요. 그만큼 애정도 있었지만, 매 순간 망설여졌던 것도 사실입니다. 출간과 제작, 판매의 모든 순간, 모든 단계를 긴가민가한 채로 지냈거든요. 그래서 완판 소식을 들은 순간, 여기까지가 딱 좋겠다라고 생각했습니다.
너무 큰 욕심은 화를 부를 테니까요.
그리고 무엇보다 지금 새 책을 만들고 있습니다.
이번 책은 첫 책인 <나의 작은 아기 사자>보다 조금 더 나아지고, 조금 더 멋져졌습니다. 조금이지만 그래도 나아졌다는 데 큰 의미를 두어 봅니다. 남들보다는 못할지 몰라도 어제보다 나은 내가 되는 게 더 중요하니까요. 그래도 한 번의 경험이 있으니, 앞으로 나올 새 책은 조금 덜 망설이고, 덜 주춤거리며 나아가지 않을까요. 먼 훗날의 바람이지만, 전문가처럼 휙휙 손을 날래게 놀리는 사람이 되고 싶기도 합니다. :)
책이 세상에 나오고 전 정말 많이 성장했습니다.
<나의 작은 아기 사자>는 2023년 1월 말, 그러니까 올 초에 발간된 책입니다.
지금은 2023년 8월 초순. 고작 반년 정도밖에 안 지났는데 참 많은 시간이 흐른 것 같습니다. 그 사이 제 일상이 많이 바뀌어서 그런 듯합니다. 그리고 그 변화의 중심에는 이 책이 있었습니다. <나의 작은 아기 사자>에서 카메라 감독이 아기 사자 덕분에 숨통이 트인 것처럼, 이 작은 책 덕분에 저는 짓눌렸던 일상에서 숨통이 트인 느낌이었습니다. 더불어 전혀 모르던 세상에 눈을 떴고, 출간과 책을 판매하는 게 무엇이라는 걸 마침내 알게 되었지요.
새로운 세상이 안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만으로도 2023년은 제게 많은 의미를 남길 듯합니다. 한 해를 <나의 작은 아기 사자>, 그리고 그 책을 비롯한 많은 부가적인 만남에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앞으로도 책을 내고, 이야기를 매개로 세상과 소통하며 즐겁게 살고 싶습니다.
많이 부족하고 어설펐던 첫 책.
그 책에 담긴 이야기를 사랑해 주셔 감사합니다.
더 좋은 이야기로 돌아올게요.
감사합니다.
2023.08.
혜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