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백일의 썸머 Jun 23. 2020

퇴사 후, 새로운 언어를 배웁니다

또 다른 시작점에 서다

중국 어학연수 떠나기전에 공부했던 책들


또 다른 시작점에 서다


퇴사를 하고, 나의 또 다른 시작점이 되어준 것은 틈틈히 배우고 있었던 중국어였다. 중국어가 퇴사를 하기로 마음먹었던 시점에 예상하지 못한 돌파구가 되어줄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중국어에 관심을 가지게 되고, 그래서 중국어 공부를 하겠다고 마음먹게 된 것은, 새로운 외국어를 배움으로써 나의 역량을 키워보자는 자기계발적 의미는 아니였다. 지금도 많은 이들이 영어와 병행하여 중국어를 배우고는 있지만, 한창 중국어배우기 붐이 일어났을 때에도 전혀 중국어 배우는 것에는 관심이 없었다.


중학교 때부터 필수교과목으로 배우게 되는 영어도, 그렇게 오랜시간을 두고 열정을 투입했지만 막상 외국인을 만나면 쭈뼛거리기 일쑤였으니, 또 다른 언어를 배운다는 것은 생각할 엄두를 하지 못했던 것이다.


하지만 몇명의 중국, 대만인 친구들을 한국에서 사귈 기회를 가지게 되면서, 그들과 중국어로 소통하게 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모국어가 아닌 외국어를 배우려고 했던 이유가 인간의 기본적 욕구인 타인과의 소통이였으니, 그렇게 시작한 중국어는 전혀 지루하지도 않았고, 오히려 재미있었다. 영어에서는 절대 느낄 수 없었던 재미가 있었다. 배움의 시작의 이유가 서로 달랐던 것이 영어와 중국어 공부의 흥미의 차이를 낳았던 것이다.


어려운 한자를 외우고, 전혀 낯선 성조를 익히는 것과 같은 난관이 있었지만, 나와 전혀 다른 곳에서 태어난 이들과 그들의 언어로 대화를 한다는 것이 더 큰 기쁨으로 다가왔으니, 한자와 성조를 공부하는 것은 큰 장애물로 느껴지지 않았다.


지친 몸과 마음을 추스리는 것이 퇴사할 당시에 내가 풀어야할 시급한 문제였기 때문에, 퇴사를 하고 난 후에 무엇을 해야겠다는 뚜렷한 계획은 없었다. 그렇게 나는 중국 상하이로 떠나기로 했다. 무계획으로 퇴사 한 나에게, 그동안 배우고 있었던 중국어는 떠날 이유를 만들어주었다. 새로운 세상에 던저져 보고 싶은 마음이 컸었고, 그리고 한국이라는 세상에서도 벗어나보고 싶었다. 이유가 어찌되었든, 그 당시 사회생활을 하면서 찌들었던 마음에서 생겨 난 화와 분노가 애꿎은 '한국사회'로 돌려져있었으니, 더욱더 난 새로운 세상을 경험해보고 싶었다.




새로운 언어를 배우다


오랜시간의 회사생활 후에 퇴사를 하고 선택한 것이 중국에서의 어학연수였다. 내 나이 서른후반에, 무계획의 퇴사를 했으며, 그렇게 떠난 곳이 바로 중국이라니. 그것도 새로운 언어를 배우는 도전을 해보는 것으로 말이다.  지금 생각해봐도 그 때의 선택에는 추호의 후회는 없지만, 어학연수를 떠나기 전에 걱정이 되었던 것은 이미 나에게 익숙해져있던 사회적 관념과, 사고방식이 어떤 낯선환경에서 적응하기 힘든 요인으로 작용하지 않을 까하는 점이였다.


어떻게 생각해보면, 그 당시의 나는 두 가지의 새로운 언어를 배워야만 했다. 어학연수를 떠나보기로 마음먹었으니, 낯선 곳에서 중국어라는 새로운 언어를 배워야만 했던 것이고, 퇴사를 하겠다고 결정을 했으니 이제는 회사생활을 벗어난 곳의 생태계에서 살아가야만 하는 새로운 사회적 언어를 배워야만 했던 것이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중국어를 배우는 것은 여전히 재미있고, 그래서 영어가 아닌 제 2의 외국어를 중국어로 선택한 것에는 지금도 잘한 결정이였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회사생활 밖에서 살아갈 때 필요한 사회적 언어를 배우는 것은, 중국어를 지금도 꾸준히 공부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여전히 공부중이다. 퇴사를 하고, 제법 많은 시간이 흘렀지만 오랜시간동안 내재화된 사회적 관념과 사고방식을 여전히 버려보려 애쓰고 있지만, 쉽지 않은 것만은 틀림없다.


실은 나에게 있어, 중국이라는 낯선 환경에서 새로운 사람들도 만나보고, 낯선 문화를 체험하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운 일은 아니였다. 오히려 그곳에서 한국으로 돌아오고 싶지 않은 마음이 컸을 정도로 그곳에서 적응을 잘했으니까. 하지만, 나머지 한 가지의 새로운 언어를 배우는 일은 지금도 안개속의 길을 걸어가고 있는 듯 하다. 내 인생의 주인공을 자처하려고 퇴사를 감행했으니, 모든 선택에 따를 수 밖에 없는 어려움과 두려움의 감정들과 맞서는 것도 감내해야만 하는 일이 되었다.


그렇게 직면한 두 가지의 새로운 언어를 배워야만 했던 일이 바로 퇴사 후에 내가 해야할 일이였다.





떠나보기로 했다


어렸을 때부터 '떠난다'는 것의 동경은 항상 마음속에 자리잡았던 것 같다. 그래서 회사생활에서 좋았던 일을 꼽으라고 한다면 해외출장을 갈 일이 비교적 빈번했다는 것이다. 홍콩이든, 미국이든 비행기를 타고 어디로 떠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아주 좋았다. 출장길의 고단함이 분명히 있었지만 그것을 감내할 수 있을 정도로 비행기를 타는 것이 좋았다. 야근이 오랫동안 이어진 생활에서도 다음번의 출장이 있어서, 힘든 시간을 버텼던 적도 있었으니 말이다.


퇴사를 했으니, 이번에는 아주 오랫동안 떠나보기로 했다. 처음에는 한 학기만 공부하는 것으로 계획해서 떠났지만, 한국으로는 그 보다 더 늦게 돌아왔다. 한 한기만 있기 아쉬어, 한 학기를 더 연장한 것이 그 이유였다. 중국으로 떠날 당시 어학연수를 가서 새로운 언어를 배운다는 것은 최우선의 목적은 아니였다.


새로운 환경에서 살아보는 실험을 해보는 것. 그것이 바로 나의 목적이였다. 결국 난 한국사람이지만, 다문화 의식을 키워서 좀 더 유연한 사람으로 살아보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물론 언어를 배우는 것 역시, 그 목적에 해당하는 일이긴 하지만 말이다.


떠나보기로 했으니 많이 설레였다. 대학교 다닐 때, 호주로 어학연수를 잠시 다녀온 적이 있지만, 그때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들뜬 마음이 컸다. 호주로 어학연수를 갔을 때에는 사실, 많은 친구들이 한번씩은 다녀오니 그런 분위기에 휩쓸렸던 것이 컸었고, 중국 어학연수는 오롯이 나의 결정이였으니 그 설레임의 진동이 전혀 다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잘해낼 수 있을까에 대한 두려움도 있었다. 반배정을 받고 들어간 교실에서는 모두 20대 초중반의 어린 친구들이였으니, 어떻게보면 이것부터 직면해야할 두려움이였을지 모른다.


떠나기 전의 설레임과 두려움, 그 상반의 감정을 모두 즐겨보는 것이 그 당시 내가 할 수있는 전부였다. 퇴사가 가져다 준 바로 직후의 감정이 그렇게 두 가지여서 좋았다. 중국으로 다녀와서 직면할 문제는 또 그때의 문제이니, 미리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그래야 더 신나는 마음으로 떠날 수 있었으니 말이다.



[매거진의 다른 글]

1화. 어느새 서른후반, 전환점이 필요했다

2화. 늦은 시작이란 있는것인가?

3화. 12년 회사생활, 나는 과장이였다

4화. 퇴사를 위한 단 한가지의 마음가짐

6화. 이웃나라에서 늦깍이 학생이 되다

7화. 인생의 고민은 나만 짊어진건 아니였다

8화. 퇴사 후 떠났던 어학연수에서 마주한 또다른 무게

9화. 퇴사를 했기에 얻을 수 있었던 것들


['오백일의 썸머' 인스타그램]

http://instagram.com/jihe.seoul


매거진의 이전글 '퇴사'를 위한 단 한가지의 마음가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