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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백일의 썸머 Jul 23. 2020

4.[충칭,重庆]가공되지 않은 삶을 볼 수 있는 도시

50일 중국여행의 기록_충칭


대륙의 객잔 e24

가공되지 않은 삶을 볼 수 있는 도시





중국땅 넓은 것 아니였나?


회사다닐 때, 해외출장이 다소 빈번하게 있었는데, 가장 많이 갔던 곳이 홍콩으로, 한달에 4번까지 갔던 적이 있다. 처음 출장으로 홍콩을 방문했을 때는, 비록 일을 하러 간 것이였지만 유명 여행지를 가볼 수 있다는 것이 설레여 기분이 좋기도 했으나, 자주 가다보니 홍콩의 단점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내게 있어서 불편했던 것은 모든 것이 밀집되어 있는 도시형태였다. 도시는 대체적으로 비좁고, 건물들은 틈도 없이 빼곡하게 들어서 있어, 출장이 끝난 후 인천국제공항에 당도했을 때는 가슴 탁트이는 숨을 내쉴 수 있어서 좋았다. 


갑자기 홍콩 이야기를 꺼낸 것은, 홍콩이 충칭의 도시형태와 닮아있는 부분이 있어서다. 홍콩의 경우, 작은 면적의 섬이다보니 도시의 기능을 소화할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빽빽한 도시밀집 구조는 피할 수 없는 것이였다 이해해도, 충칭은 중국대륙의 넒은 땅안에 있는 도시 아니였나?


충칭에 당도했을 때, 목격한 도시의 모습에서 제일 먼저 가졌던 의문점은 중국은 넓은 땅을 가진 나라인데, 중국 4대 직할시 중에 한 곳인 이 도시는, 이 나라가 과연 넓은 땅을 가진 나라인지 모를 정도로, 인구밀집도가 높은 도시형태를 갖출 수 밖에 없냐는 것이였다. 더군다나 충칭은 대지의 높낮음이 심한 곳이여서, 사람이 살기 편한 지리적 지역이 아니다. 


그래도 낮은 대지와 높은 대지사이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그들만의 여러가지 방법들을 고안해냈는데, 이런 점이 바로 충칭만의 독특한 도시미학의 결과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물론 이 독특한 도시미학을 만들어 낸 데에는, 문제해결의 접근방식이 우리와는 전혀 다른 사고방식에 있다고 본다. 중국 상하이에서 일년을 살면서, 그리고 이번 50일간 중국 도시 여행을 하면서, 어떻게 저런 생각을 해서 문제를 해결하지?라는 중국인들의 독특한 발상을 볼 수 있었는데, 충칭에서 역시 그 부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중국인이 아닌 입장에서 이런 것들을 해석하자면, 중국인에 대한 좋지 못한 시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을 잘 알지만, 난 이것을 좋게 말해서 중국인들의 독특한 '창의력'이라고 달리 표현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한다. 혹은 중국 공산당 정부에서 결정한 일에 대해서는 시비를 걸 수 없는 제한적 정치환경도 영향이 있다고 본다. 어쨌든 중국은 다른 세상에서 볼 수 없는 것들을 이곳에서만 볼 수 있는 체험을 할 수 있다. 





신기한 도시미학 


충칭은 3천여년의 오래된 도시역사를 지닌 곳이며, 3천만명이 넘게 살고 있는 중국에서 제일 많은 인구를 가진 도시이기도 하다. 거대한 인구가 살아야만 하는 이 곳은, 빼곡한 스카이라인을 필수적으로 가질 수 밖에 없는 것처럼 보인다. 불편한 지리적 환경에도 불구하고, 이 곳이 3천년의 역사를 가진 도시이자, 중국 제일의 도시인구를 가진 곳이 된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충칭을 가로질러 유유히 흐르고 있는 장강과 자링강이 그 이유의 한 몫을 하지 않았을까?


이쯔바 李子坝 전철역


충칭의 독특한 도시미학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은 바로 '이쯔바' 전철역이다. 이 곳은 외국인 여행자 입장에서도 신기하게 생각되어 지는 곳으로, 충칭을 여행하면서 방문해야할 리스트에 올려두었었다. 이곳을 방문하게 되면 막상 외국인 여행자보다도, 많은 중국 현지 관광객들로도 부산한 곳이다. 


내가 도착했을 때는, 이미 몇대의 관광버스가 줄 서 있었고, 관광버스에서 내린 현지 관광객들은 카메라를 들고 가이드의 설명을 들으면서 무엇인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나 역시 그 무언가를 보기 위해 이 곳을 방문한 것이였으니 말이다. 


이 곳이 유명한 이유는 사람들이 살고 있는 아파트 건물안으로 지하철이 지나 다닌다는 것이다. 이 것이 바로 앞서 얘기했던 중국인들의 독특한 '창의력'이 만들어낸 독특한 도시미학이다. 한국의 경우는, 미관을 훼손하고 큰 소음이 발생한다는 이유로 도시 중심에 만들어진 고가도로를 철폐하는 작업이 이뤄지는데, 이 건물에서는 전철이 지나다니는 밑층들은 전철역과 차로를 이어주는 친절한 계단이 존재하고, 이쯔바 전철역을 중심으로 한 지역의 역사를 한 눈에 볼 수 있도록 전시도 하고 있다. 더군다나 전철역 위로는 사람들의 주거로 사용되는 아파트가 존재한다니.


내가 살아온 곳의 정서로는 도서히 이해할 수 없는 정서의 결과가 만들어낸 것들이 이 곳에는 분명 존재하고 있었다. 좋게 말해서 표현한, 중국인들의 독특한 '창의력'이 발현된 결과로 말이다. 


사람들이 기다리던 것을 카메라에 담는 순간은 바로 건물안으로 지하철이 통과되는 때이다. 그 짧은 순간을 카메라에 담기 위해 노력했지만, 기다림이 아쉽게도 실패하는 사람들이 있었나보다. 중국인 가이드는, 금방 또 다음 지하철이 올테니 너무 조급해하지 말라며 아쉬운 사람들을 달래며 말했다.


皇冠扶梯 crown escalator


그리고 신기한 도시미학을 볼 수 있는 것 중에 하나는, 지하철역에 설치된 에스컬레이터이다. 무려 11.2m에 달하는 길이로, 앞서 얘기한 충칭 대지의 높낮이가 어느 정도인지를 가늠할 수 있는 곳으로 한번 탈 때마다 편도로 중국돈 2RMB을 냈던 것으로 기억한다. 굳이 돈을 내면서까지 탈 필요는 없었지만, 그래도 특이한 경험을 해보고 싶었다. 여기서, 특이한 것을 만들어내기를 좋아하고, 또 세계최고의 타이틀을 붙이는 것을 좋아하는 중국인의 특징을 또 다시 살펴볼 수 있었다. 이러한 특징은 충칭뿐 아니라, 중국 전역에서 언제든지 쉽게 목격할 수 있다. 물론 세계최고라는 타이틀을 경험하기 위해 비싼 입장료는 중국여행에서 꼭 고려해야 하는 요인이다.  


그 밖에도 지하철을 타고 빼곡히 들어선 건물들 사이로 건물 7~8층 높이의 교각위를 지날 때는, 꼭 놀이공원에 온 듯한 묘한 기분도 느낄 수 있으니, 충칭의 도시체험을 하기 위해서 지하철은 꼭 한번쯤 타보아야 하는 교통수단이다. 물론 지하철 타기 전에 짐검사는 필수다.




오래된 것과 새로운 것들


중국여행을 처음 한 때는 대략 15여년 전쯤이였다. 지금이야 베이징, 상하이와 같은 대도시에 가면 세계 어느 도시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만큼 많이 발전되었지만, 그 당시에는 중국인들의 삶의 모습을 좀 더 노골적으로 볼 수 있는 기회였다. 가공되지 않은 삶의 모습들 말이다. 


이번 여행에서 베이징을 시작으로, 시안, 청두를 지나오면서 충칭은 앞서 지나온 도시들보다 단연 가공되지 않은 중국인들의 삶의 모습을 볼 수 있는 곳이였다. 15년전쯤 처음 중국여행에서 보았던 비슷한 모습들을 여전히 충칭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 하루하루를 고단하게 살아가고 있는 평범한 사람들의 정제되지 않은 모습말이다. 


충칭은 중국의 4대 직할시 중의 한 곳으로 서부내륙의 중심도시인만큼 경제발전이 이루어진 곳이고, 여전히 도시 곳곳에서 토지공사들이 한창 진행중인 것을 목격할 수 있다. 여기서 한 가지 일화를 언급하자면, 충칭은 중일전쟁 시기에 중국 국민당의 임시정부였던 곳으로 추후 공산당이 집권하고서 마우쩌뚱의 미움을 사서 현으로 강등되었다가 중국 개혁개방을 이끈 덩샤오핑 집권기에 다시 대도시로의 위상을 되찾았다고 한다. 충칭은 덩샤오핑의 고향이다. 


오래된 삶의 모습들


충칭의 많은 현대적인 건물들 틈 사이에 볼 수 있었던 여전히 오래된 삶의 모습은 오래된 것과 새로운 것이 함께 공존하는 독특한 도시의 모습을 만들어냈다. 도시의 한쪽에서는 세계적 발전의 흐름과 궤를 같이 하는 모습이 보여지고 있고, 다른 한쪽에서는 15년전에 중국여행을 처음했을 때 목격했던 별반 다르지 않은 모습으로 오래된 삶의 방식을 이어나가고 있었다. 


중국인 친구가 말해줬던, 그녀가 충칭을 사랑하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였을까? 오래된 도시의 모습으로써의 충칭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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