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간의 채식이야기
명상을 시작하면서 자연스레 채식주의자가 되었다. 명상을 하며 오감이 예민해졌고 '너가 나이고 내가 너'라는 생각에 동물의 아픔이 내 아픔처럼 느껴지는 듯했다. 특히 공장식 축산에 대해 꼬집는 책들을 읽으며 그 신념이 더욱 확고해져갔다. 사회생활을 하는 직장인이었기에 밖에서는 플렉시테리언(때때로비건)이었는데 고기국물이나 고기성분이 들어간 조미료까지 골라낼 수 없었기 때문이다. 집에서는 페스코베지테리언(어류까지 허용)이었다. 그래도 비건식(육류, 어류 모두 금지)을 할 때 가장 가볍고 좋은 기분이 들었다. 어느 생명도 해치지 않았다는 안도감과 함께 소화도 잘 되는 느낌이었다.
채식은 5년 동안 지속됐다. 그동안 가족이나 주변 사람들 혹은 남자친구는 나를 존중해주고 배려해주었다. 채식 관련 서적을 읽고 관련 강의도 들으며 충분히 공부를 하고 시작했는데도 언제부터인가 건강에 이상이 생겼다. 허약한 체질로 타고나긴 했지만 영양제를 챙겨먹어도 빈혈은 잘 나아지지 않았고 마른 몸이 더 볼품 없이 말라갔다. 어느날은 위장내시경을 하게 되었는데 연핑크빛 위를 보고 의사선생님이 빈혈 검사를 권했다.(위는 원래 붉은 색이다) 여러 건강 이상 징후로 나는 5년간의 채식을 그만 두고 고기를 먹기 시작했다. 처음엔 특유의 고기 냄새가 역하고 왠지 모를 죄책감이 들기도 했지만 지금은 가끔 삼겹살이 당기기도 하고 패티가 두터운 햄버거도 잘 먹는다.
고기를 먹으며 나는 더 건강해졌다. 살도 붙었고 몸에 힘도 생기고 가끔 있던 어지러움증도 사라졌다. 지나고 생각해보니 옳고 그른 것은 없다는 생각이 든다. 지구와 동물을 위해 채식을 하면 좋겠지만 나에게 맞지 않는다면 안 해도 된다. 고기를 매일 먹어야하는 사람이라면 그렇게 해도 좋고 고기를 조금 덜 먹어도 되는 사람이라면 줄이면 좋은 것이다. 다만 무엇이든 죄책감 대신 감사의 마음을 가지고 섭취하고 있다. 일반 고기보다는 동물복지육을 선택하고 일반 계란 보다는 마당에서 뛰어노는 닭이 낳은 달걀을 선택하고 있다. 내가 할 수 있는 작은 것들을 행하면 되는 것이다. 언제 또 다시 마음이 바뀌어 채식을 하게 될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좋고 안 그래도 좋다. 내가 무슨 선택을 하든 남이 무슨 선택을 하든 그만한 이유가 있는 거니까. 좁은 편견에 사로잡혀 판단하는 대신 그냥 모두다 옳다고 말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