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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록Joon Dec 06. 2020

지나간 사랑의 불가능

자니?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센티해지는 밤이면, 술 먹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면 남자들은 왜 그렇게 헤어진 여자 친구가 생각나는 걸까? (제 이야기가 아닙니다) 연락을 하고 싶지만 하고 나면 좋지 않을 것을 알기에 혼자서 수없이 고민을 한다. (제 이야기가 아닙니다) 그러다가 결국 용기를 내어 메시지를 보내본다. 사실은 어차피 하려고 했다. (제 이야기가 아닙니다) 그 첫마디는 바로 흔하디 흔한 그 뻔한 말이다. (제 이야기가 아닙니다)




자니?


‘자니?’... 보내 놓고 후회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이미 보냈기에 답장을 기다린다. 시간이 흐를수록 화면만 쳐다보고 있는 내가 한심해 보인다. 영어로 보내 볼걸 그랬나.


You still up?


‘아직 깨어있니?' 정도의 의미가 되겠다. 기다리면서 영어 공부도 하고 좋다. 앗! 답장이 왔다.




말 돌리지 마


다행히 씹히진 않았다. 그냥 오랜만의 안부를 나누었다. 고맙다. 이렇게 연락을 받아주어서.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사실 따로 있는데 쉽게 나오질 않는다. 괜히 시간만 끌며 빙빙 돌리게 된다. 차라리 다행인지 그녀가 한마디 해줬다.


Stop beating around the bush.


‘말 돌리지 말라’는 의미인데 사냥할 때 풀숲(bush) 주변을 치면서 사냥감을 몰던 모습에서 유래되었다. 기회를 준 셈이다. 말하자.




다시 시작하고 싶어


우리 다시 만나자. 그리고 이어지는 내 궁색한 사과와 다짐들. 차라리 영어로 멋지게라도 말해볼걸 그랬나? 


I want to start over.

I want to get back together.


고맙게도 끝까지 내 이야기를 들어주었다. 그리고 생각해보기로 했다. 연락이 안 와도 좋다. 원하지 않는 답을 받아도 좋다. 하고 싶은 말을 했고 목소리를 들었으니까. 정말 그거면 되었다.




근본 없는 영어 3가지 정리


You still up?


Stop beating around the bush.


I want to start over.






그녀에게 답이 왔다. 원래 답은 이미 정해져 있었다. 우린 다시 함께 할 수 없음을 이미 알고 있었다. 그래도 이렇게 듣고 나니 후련했다.




너와 함께한 모든 날이 좋았어


그녀에게 마지막 인사를 하고 싶었다. 다른 어떤 의도도 없이 순수하게 ‘인사’를 하고 싶었다. 수많은 말들을 적었다 지웠다 했다. 앞으로 잘 지내라는 내가 빠져있는 내일에 대한 안부는 전하고 싶지 않았다. 우리가 함께 했던 그 시간에 대한 고마움을 전하고 싶었다.


Any day spent with you was my favorite day.


정말 그랬다. 가장 좋았던 날들이었다. 이 인사말이 제일 어울렸다. 그렇게 마지막 인사를 했다.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이제 혼자 남았다. 아니 내 마음과 둘이 남았다. 이 녀석을 진정시켜야 했다. 나답게 뒤 돌아볼 필요 없다고 스스로에게 알려줘야 했다.


Let bygones be bygones.


지나간 일들은 지나간 일들로 남도록 타일렀다. 맞다. 누구도 과거는 어쩔 수 없다. 머리로는 이해가 갔다. 하지만 마음은 못 알아듣는 눈치였다.




가끔 슬퍼해도 괜찮아


못 알아듣는 내 마음을 달래줘야 했다. 다 끝났어. 괜찮아.라는 말은 소용이 없었다. 그래서 내 마음이 어떤 마음인지 들어보았다. 슬프다고 한다. 지금은 많이 슬프다고.


It’s okay to be sad sometimes.


그 슬픔이 괜찮다고 해줬다. 가끔 슬퍼해도 괜찮다고.




근본 없는 영어 3가지 정리


Any day spent with you was my favorite day.


Let bygones be bygones.


It’s okay to be sad sometimes.






<Prologue>

<Interlude>

<Epilog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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