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마 쫄았던 건 아니지? 빽 좀 썼지!
남의 떡이 커 보이기도 하지만 남의 일이 쉬워 보이기도 하다. 대충 옆에서 보면 별 거 아니어 보이는 일에 벌벌 떠는 모습에 안타까워 보인다. 이리저리 잴 거 없이 이렇게 저렇게 휙휙 해치우면 될 일로 보인다. 세상에서 제일 쉬운 일이 훈수 두는 것이라더니 정말 그렇다. 그럼 실제로 그 일을 하는 것도 진짜 그럴까?
이 녀석이 뭔가 해야 할 일을 앞두고 정신이 나가 있다. 그렇게 어렵거나 중요해 보이지 않는데 이해가 되질 않는다. 괜히 센 척하며 심드렁하게 뱉어본다.
‘Chicken’에는 겁먹다는 뜻이 있다. ‘나한테 너 겁먹었다고 말하지 마~’라는 의미다. 설마 설마 이런 일에 쫀 거 아니겠지 라며 남의 일이라고 막 뱉는 말이다.
평소의 이 녀석과 다르게 진지하다. 그렇게 장난할 게 아니란다. 내가 보기엔 정말 쉬워 보이는데 무슨 말 일까? 허튼소리 하는 녀석은 아닌데.
‘이게 보이는 거랑 같지 않아’라는 의미다. 내가 보는 거랑 다르다고 한다. 무슨 이야기일까? 어디 굉장한 그 생각 한번 들어보자.
'.........' 나는 말을 잃었다. 보통 일이 아니다. 이건 정말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누군가는 꼭 위험을 무릅써야 하는 일이다.
친구가 물었다. ‘그럼 네가 고양이에게 가서 종을 달고 올 거야?’라고. ‘고양이 목에 종을 다는 옛날이야기’는 모두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기발한 생각이지만 누군가 희생을 감당해야 한다. 지금 이 녀석의 일도 그러했다. 나도 그저 닭 중 한 마리가 될 뿐이었다. 남의 일이라고 쉽게 말하지 말자.
일이 꽉 막혔다. 더 이상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답답한 상황이 계속되고 그저 기다릴 뿐이다. 반대쪽에 잘 아는 사람이 있으면 어떻게 좀 물어보기라도 할 텐데. 이럴 때 마침 구원투수가 등장했다. 세상에 모르는 사람이 없다고 여겨지는 사람이 주변에 한 명씩은 있기 마련이다. 바로 그에게 부탁해본다.
내 눈앞에서 전화를 건다. 하하호호 웃으면서 오랜 친구와의 대화 같은 통화를 막 마쳤다. 해결되었다고 한다. 내 일을 가장 먼저 처리해주기로 했단다. 말도 안 된다. 도대체 어떻게 한 거냐고 물으니...
'줄을 좀 당겼어'라는 뜻인데 흔히 말하는 '연줄'을 이용했다는 말이다. 시쳇말로 '빽을 썼다' 정도 되겠다. 세상사 모두 인맥이라더니 참.
와! 넌 정말 세상 사람 모두를 알고 있구나. 맨날 사람들이랑 술 마시러 놀러 다니는 줄만 알았는데 다시 봤다 정말.
'잘 연결되어 있다'는 말이니 '연줄이 좋구나' 정도의 의미로 쓸 수 있겠다. 흔히 말하는 '마당발'을 표현할 때 딱인 표현. 넌 정말 마당발이야!
그가 살짝 으쓱해하며 말한다. '그냥 좀 여기저기 많이 둘러보고 들이댔지 뭐.' 그동안 괜히 싸돌아다닌다고만 구박해서 미안하다.
단순하게 '돌아다녔구나'라는 뜻이라기보다는 '세상 경험을 많이 해서 세상 물정을 잘 안다'는 말이 되겠다. 넌 정말 세상 물정에 밝은 친구야. 앞으로도 많이 많이 돌아다니렴. 항상 응원할게.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