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는 새 구두가 너무 반짝이는 것이 창피했다고 하셨다. 말끔한 바지에 새 구두를 신고 걸으면 사람들이 쳐다볼까 신경이 쓰여 몰래 뒷골목으로 가 흙먼지를 그 위에 뿌렸었다고 하셨다.
내가 태어나던 날은 평범한 겨울의 저녁이었다. 어린 시절 위인전을 읽으면 어느 위인이나 폭풍우가 몰아치는 날 태어나거나 알을 깨고 세상에 나오거나, 뭐 그런 식이었다. 방 안에 누워 커다랗게 부푼 아빠의 다리를 보며, 내가 아빠의 다리에서 태어난 건 아닐까 생각했다. 아빠가 회사에서 늦게 돌아오거나 우리 가족이 멀리 여행을 갔다 오는 날이면 아빠의 다리는 늘 빨갛고 동그랗게 부어있었다.
나는 어느 날 눈이 커지는 병에 걸렸다. 의사는 병의 원인을 정확히 알 수 없다고 했지만 나는 내가 아빠의 다리에서 태어났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이불을 뒤집어쓰고 나와 나의 병에 대해 고민하던 어느 날, 나는 문득 아빠의 어느 쪽 다리가 부어있는지 모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다음 날 의사에게 말하자, 그는 내가 그 사실을 모르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대답했다.
봄이 왔는데도 내 병은 나아지지 않았다. 나는 어쩔 수 없이 눈이 커진 채로 취업을 할 수밖에 없었다. 회사 생활은 고되었다. 나는 책상 위에 얼굴만 올려놓은 채 일을 했고 가끔 밖에 나가 하늘을 보면 구름은 아무 일 없다는 듯이 무심했다.
사람들은 점점 커지는 내 눈 따위에는 관심이 없었다. 내가 아빠의 어느 쪽 다리가 부푸는지에 관심이 없던 것처럼 사람들은 남의 일은 알고도 모른 척을 했다. 어느 날 동그란 풍선처럼 부풀던 내 눈에서 눈물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물풍선에 작은 구멍이 생긴 듯 그 안에서 물이 줄줄 빠지기 시작했다. 나는 이 일이 난처하게 생각되어 두 손가락으로 눈을 꼬옥 막고 일을 계속하려 했지만 그럴 수 없었다.
나는 회사에서 쫓겨날까 걱정이 되었다. 업무 공백이 생기자 그 보고는 팀장에서 지점장에게 들어갔고, 다시 지점장에서 이사장에게 전달되었다. 사건을 조사하라는 지시가 이사장에서 지점장에게, 지점장에서 다시 팀장에게 내려왔다.
팀장은 나를 방으로 불러 무슨 일이냐고 물었다. 나는 나도 알 수 없는 이 병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군대를 갔다 왔는데, 이러쿵. 취업을 준비하다가, 저러쿵.
그게 무슨 말이냐는 듯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나를 쳐다보는 팀장과 눈이 마주치자 나는 갑자기 아빠의 동그랗고 빨갛게 부푼 다리가 떠올랐다. 아빠는 골목길에서 검은색 새 구두에 흙먼지를 뿌리고 있었다. 나는 갑자기 아빠가 가여워졌다.
내 눈알에서 눈물이. 민망하고 부끄러운데, 계속해서 자꾸만.
자꾸만, 흘러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