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Off the record Oct 22. 2023

불면의 바다 위, 보름달이 내준 길

길이 아닌 건 맞는 데 그래도 길이 될 때





코로나 19 부작용을 겪으면서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한 여름에 두드러기가 났을 때였다.


두드러기는

나를

새벽 3시쯤 꼭 깨우곤 했다.


긁어도 답이 없고

가려움을 완화시켜 주는 약도

썩 효과가 좋지 않았다.


그래도 조금 잦아들었다 싶으면

잠이 안 왔다.




'젠장!'




도대체 이 백신 부작용은 언제쯤 끝나는 걸까?

그날이 오긴 올까?


이런 질문을 하며

멍하게 창문 밖 달을 바라보다가

어쩌면 내가

길이 아닌 길을 찾고 있는 건 아닌가 싶었다.


마치 뭉크가 그렸던

바다 위의 달길처럼 말이다.






https://www.nasjonalmuseet.no/en/collection/object/NG.M.02815





달빛이 바닷물에 비친 것을

길이라 생각하는 게

이상하지만


밤은 꼭 이상한 쪽으로 생각을 이끌고

또 기약 없는 가려움은

나를

이상한쪽으로 집중하게 만들었다.


뭉크가

이런 달 길이 난 그림을

몇 작품이나 더 그렸는지 연작 시리즈를 찾아보기 시작했다.







https://www.nasjonalmuseet.no/en/collection/object/NG.M.02815

https://useum.org/artwork/Summer-Night-s-Dream-The-Voice-Edvard-Munch-1893

달빛   MoonLight    

여름밤의 꿈. 그 목소리  Summer Night's Dream. The Voice





뭉크가

달빛과 함께 그린

인어 같은 작품은 무척 괴기스럽기까지 했다.

(그래서 이미지를 첨부하지 않았다)


어쩌면 뭉크도

나처럼 잠을 못 잔 예민한 상황에서

저렇게 달빛을 연작으로 삼진 않았나 싶었다.


그러다

실제

저렇게 보름달이 뜬

밤바다는 어떨지 궁금해졌다.


뭉크가 저렇게 연작에 넣을 만큼

달길은 매혹적일까?








https://en.wiktionary.org/wiki/m%C3%A5ngata#/media/File:Bj%C3%B8rnafjorden_in_moonlight.JPG





역시나

뭉크는 어딘가

이런

빛나는 이미지에서도

어둠과 미스터리함을 이끌어 내는 작가였다.


그래서

밤에 감상하기엔

적절하지 않은 작가이기도 했다.





https://www.nasjonalmuseet.no/en/collection/object/NG.M.02815



제목    :   여름밤의 해변

               Summer night by the beach

작가    :   에드바르트 뭉크

                Edvard Munch (1863-1944)

소장처 :   뭉크 미술관

                Munch Museet

                https://www.munchmuseet.no/en/

연도    :   1902-1903년

재료    :   오일 & 캔버스








나는 불면이 온 밤에

뭉크를

찾아보기를 그만뒀고


그렇게 얼마지 않아

거짓말처럼

두드러기도 가려움증도 사라졌다.





잠이 안 오는 밤에 그림을 찾아보다니

무척 고상한 행동인 것 같지만


당시 내가 느끼던 가려움은

드라마나 영화를 보는 것 정도로는 괜찮아지지 않았고

어딘가 집요할 만큼 집중하지 않으면

계속 가렵고 잠은 오지 않는 그런 악순환의 연속이었다.


그래서 약간은

지루하게 그렇게 그 새벽을 보냈었다.





뭉크는 그때

불면의 밤의 달길이였다.


아름답고 위로가 됐지만

아침이 오면 없어져 버리는 그런 달길.


허무해서 기댈 수는 없는데

그래도 보고싶은 그런...






https://www.nasjonalmuseet.no/en/collection/object/NG.M.02815


제목    :   여름밤의 해변

               Summer night by the beach

작가    :   에드바르트 뭉크

                Edvard Munch (1863-1944)

소장처 :   뭉크 미술관

                Munch Museet

                https://www.munchmuseet.no/en/

연도    :   1902-1903년

재료    :   오일 & 캔버스


이전 09화 의자야! 다리 꼬지 마.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