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화 세상에 대한 경각심을 키우는 법

리분동지의 신혼(그림) 일기

by Jessie

종종 뉴스에 등장하는 무서운 일들이 결코 먼 곳에 있지 않음을 느낍니다. 그래도 이 무섭고 차가운 도시에서 내 편이 되어줄 사람, 집에 들어가면 반겨줄 사람이 있다는 것은 언제나 고맙도 또 소중한 일이겠지요. 오늘도 '결혼하길 잘했다'라고 생각하는 하루입니다







세상 돌아가는 모습에는 관심이 없던 나. 그도 그럴 법 했던 것이 태어나면서부터 개구리가 우는 논밭 주변에서 잠자리나 올챙이를 잡으며 성장과정을 거쳤고 어른이 되어서도 아름다운 한라산 중턱에서 대학생활을 했으며 조금 더 지나서는 미국과 호주의 대자연에서 지내왔으니 나에게는 사회나 정치적인 이슈가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세월호 사건을 제외하고는 말이다) 돌이켜보면 그것은 아주 부끄러운 일이고 또 한심한 일이었다.







나는 서울 살이를 시작하며 신대방역 한 켠에 자리 잡았다. 신림동보다 더 저렴한 집값이라는 말에 별 영문도 모른 채 당장의 주머니 사정을 고려하며 집을 구했지만 가까운 곳에서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는 중국어로 쓰인 가게들은 훗날, 내가 사는 터전 주변이 중국인들이나 화교분들이 많이 사는 도시이기 때문임을 깨닫게 해주었다. 이따금 "어디서 살아요?"라는 질문에 "신대방역"이라고 대답하면 서울에서 오래 살아온 사람들은 밤 길 조심하라는 말도 심심치 않게 들려주곤 했다. 실제로 내가 사는 곳 가까이에는 영화에 이따금 등장하곤 하던 금천 경찰서가 자리하고 있었다.


하루는 10시가 다 되어가는 시간, 경찰이라며 누군가가 노크를 해댔다. 그 노크는 내가 있는 층 전체를 돌며 진행되고 있었는데 문 밖을 내다볼 수 없는 구조의 낡은 원룸이었기에 나는 인기척도 내지 않은 채 문도 열어주지 않았다. 후에 집으로 온 DJ는 집 앞에서 몇몇 경찰관들이 누군가의 신고로 건물에 따라 들어온 사람을 검거하기 위해 문을 두드렸음을 알 수 있었다.








소름 끼치는 경험 후, DJ는 내가 알지 못한 무서운 세상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 이야기들은 네x트 판이나 유튜브에서 그가 보고 들었던 내용인데 "불이야"라며 누군가가 문을 급하게 두드렸는데 침착하게 문에 귀를 대어 보니 남자의 소근거리는 소리가 들려 소름끼치는 경험을 했다는 자취생의 이야기와 늦은 밤, 뒤를 따라온 남자가 집 앞에 오더니 공동 현관 비밀번호조차 누르지 못해 경찰에 신고를 했다는 경험담이 그것이었다.


세상 흘러가는 모습을 알지 못해 보이스피싱까지 당했던 나라는 여자를 보면 그는 언제나 걱정이 앞서는 것이 당연한 일이었을 것이다.







그는 무서운 이야기의 끝에 언제나 행동강령에 대한 조언도 잊지 않는다. 사람을 좋아하는 나도 이제 그런 DJ덕분에 새로운 사람에 대한 경계심이 생긴 것이다.







특히, 그가 자주 써먹는 교육법은 '그것이 알고싶다'를 보여주는 것인데 주말에 그것이 알고싶다를 놓치면 유료 결제까지 하면서 연속으로 방송을 보는 그의 옆에서 문득, 그는 나에게 경각심을 일깨워주겠다는 목적으로 혼자 보기 무서운 방송을 몇 편이나 보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그는 본인의 희망사항을 잘 포장할 줄 아는 아주 영리한 사람일지도 모르겠다.








GK-595.jpg Jessie & DJ

# Jessie

88년 천칭자리 / 서호주 사막 여행자로 살던 중 우연히 만난 남자와 지구별, 서울시에서 사는 중 / 회사와 맞지도 않으면서 회사원 코스프레하며 사는 중 / 외롭고 힘들 때 요가, 달리기, 글쓰기, 와인 마시기를 함

Instagram @jessie_evenfol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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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

86년 전갈자리 / 바리스타 8년의 경력을 살려 호주 카페에서 영어 한 문장 구사만으로 취업 / 어디서든 살아남을 자세가 되어있음 / 사회운동가이자 한때 가수 지망생(tm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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