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분동지의 신혼(그림) 일기
여행을 떠나면 이따금 아주 날 것의 자신을 만나게 됩니다. 때로 그 모습은 부끄러운 것이기도 씩씩한 모습이기도 또 한 편으로는 스스로가 인지하지 못했던 모습이기도 합니다. 저는 여행지에서 만나는 저의 모습을 꽤나 좋아하는 편인데 아무래도 낯선 환경에서야 비로소 스스로를 꺼내 보이는 것에 대해 용기를 가지게 되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문득 미국행 비행기 위에서 들었습니다. 14시간의 시차를 뒤로 하고 낯선 네슈빌의 거리를 걷는 일은 꽤나 괜찮았습니다. 인생에 있어 다시 가보지 못할 장소에서 좋아하는 장면 하나쯤 만들고 돌아오는 일은 꽤나 낭만적이거든요. (웃음)
그와 나는 완벽히 다른 여행 패턴을 가지고 있다. 그것은 해외에서도 자주 늦잠을 자는 그에 비해 나는 여행을 떠나면 그곳의 새로운 풍경이나 사람들의 모습이 궁금해 견딜 수 없어 끊임없이 밖으로 나가고 싶어 하는 습관이 있다는 것이다.
오랫동안 간절하게 그려왔던 디즈니월드에서 일을 했던 시간과 5년 동안 준비했던 산티아고 순례길은 특히나 나에게 세상에는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 다양한 풍경들이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해 준 운명 같은 경험이었다.
오랜 시간 미워하던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과 마음을 비로소 깨닫게 된 유코가 아버지의 뼛조각을 들고 아버지의 오랜 꿈이었던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으며 나를 만나게 된 일, 암 말기에 생을 정리하며 홀로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던 Tom아저씨와 그런 아저씨의 의견을 지지하며 샌프란시스코에서부터 산티아고 대성당까지 비행기를 타고 날아온 Tom의 가족들, 지구본을 돌려 손가락으로 찍은 곳에서 봉사를 하며 세계 여행을 하는 Peter를 비롯해 세상에는 엄청난 사람들이 너무나도 많았다.
매일 똑같은 등하교 시간, 학원 그리고 엇비슷한 삶을 사는 사람들 속에서 '다름'이라는 것이 어쩌면 '이상해 보일 수 있는' 시선을 벗어나는 데까지 그 경험과 사람들과의 만남들은 나를 단련시켜주는 가장 좋은 교과서가 되어주었다. 반대를 무릅쓰고 다녀온 산티아고에서 무엇을 느끼고 돌아왔냐는 엄마의 물음에 나는 "나는 틀린 것이 아니라 다른 것"이라고 대답을 하는 나를 보며 엄마는 눈물을 닦으셨지만 나는 엄마도 이미 알고 계셨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세상 밖에는 책에서 배운 것들 외에 더 놀랍고 아름다운 것들이 많았다. 이따금 더럽고 무서운 뉴스를 접하기도 했지만 조금만 조심하면 위험들에서 스스로를 충분히 지킬 수 있었다. 많은 풍경, 많은 사람들, 많은 경험들을 통해 내가 책이나 학교에서 배운 것들은 더 많은 것들을 보고 느끼기 위한 매개체가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특히 영어가 그러했다)
이런 이유들로, 나는 내가 살고 있는 세상 밖으로 향할 때면 언제나 눈이 반짝거리곤 한다. 더 많은 것들을 배우고 경험하며 내가 느끼고 있는 것들을 통해 더 성장하고 싶어서 쉬이 잠이 오지 않는다. 체력이 나보다 부족한 그를 위해 나는 조금 더 부지런히 아침을 움직이고 그 마음들을 담아 사진을 찍고 글을 쓴다. 그것이 내가 그를 위해 또 더 많은 사람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언제나 믿고 있기 때문이다.
가치 있는 일을 할 때 우리는 바뀐다. 그러면 가치 있는 일을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가능한 일'을 해야 한다. 우리는 곧 자기가 주변에서 가장 잘생긴 사람이 될 수 없다는 걸 깨닫게 된다. 가장 똑똑한 사람도 될 수 없고, 가장 교양 있거나 조예가 깊은 사람이 되는 것도 불가능하다. 그런 면에서는 남들과 경쟁할 수 없다. 하지만 언제나 경쟁이 가능한, 성공에 있어서 진정으로 평등한 측면이 하나 있다. 바로 '노력'이다. 옆에 있는 사람보다 더 열심히 노력하는 건 언제나 가능하기 때문이다.
/ 타이탄의 도구들 중에서
# Jessie
88년 천칭자리 / 서호주 사막 여행자로 살던 중 우연히 만난 남자와 지구별, 서울시에서 사는 중 / 회사와 맞지도 않으면서 회사원 코스프레하며 사는 중 / 외롭고 힘들 때 요가, 달리기, 글쓰기, 와인 마시기를 함
Instagram @jessie_evenfol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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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
86년 전갈자리 / 바리스타 8년의 경력을 살려 호주 카페에서 영어 한 문장 구사만으로 취업 / 어디서든 살아남을 자세가 되어있음 / 사회운동가이자 한때 가수 지망생(tm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