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화. 사랑을 단단하게 해주는 것

리분동지의 신혼(그림) 일기

by Jessie

연애 한지 얼마나 되셨어요? 사람들은 종종 나에게 묻곤 한다. 연애 한지 2년 반 만에 결혼을 했다. 이 사람이라는 확신이 있다면 일찍 결혼을 하는 것이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우리 둘은 정말 가진 것 없이, 부모님의 도움 없이 결혼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이었다. 우리가 처해있는 현실이 한국에선 분명 결혼을 하는 데 있어 결격사유가 될만한 것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와 나는 결혼을 감행했다.


그와 짧지 않은 시간을 함께 생활하면서 이따금 나는 산티아고를 걸으며 읽었던 심리치유 에세이를 떠올렸다. 그가 그리고 또 내가 서로에게 보이는 모습은 어린 시절 트라우마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것을 문득 깨달으면서 나는 자꾸만 그에게 결핍을 채워주고 싶어 지갑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남편은 유난히 장난감을 좋아했다. 연애를 시작할 때부터 결혼을 하면 장난감으로 가득 찬 방을 꾸밀 거라며 나에게 자주 이야기를 할 정도로 말이다. 로봇이나 레고 앞을 지날 때면 유독 느려지는 발걸음을 연애시절에는 단순한 취미 정도로만 여겨왔다.





문득 그의 그런 행동들을 들여다보며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으면서 읽었던 심리 에세이를 떠올렸다. 어른이 되어서도 우리가 자주 발견하는 집착 패턴은 결국 어린 시절 채워지지 않은 결핍, 애정 등에서 비롯되는 것임을 말이다. 그의 그런 시절들을 떠올리다 보면 나는 그에게 자꾸만 무언가를 주고 싶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매일 해질녘이되면 습관처럼 운동을 나가곤 하던 습관. 나 역시도 달리기에 오래 집착하게 된 이유가 있었다.






외롭고 배고프던 시절, 어딘가에 기대고 싶은 마음은 결국 신발끈을 묶고 해질녘 강가로 향하게 만들었다. 사람에 기대는 것조차도 위안이 되지 않던 시절, 변하지 않는 절대적인 존재인 자연을 마주하는 경험은 이따금 마주하는 밤하늘이었고 또 석양이었다.







언젠가 그가 친구에게 건네는 이야기를 엿들은 적이 있다. 잠든 나를 보며 '호주에 있어야 될 사람을 괜히 데리고 온 게 아닐까' 눈물을 흘렸다는 이야기를 말이다. 그 시절의 내가 마주했을 감정들을 생각하면 그는 눈물이 난다고 했다.






나 역시도 그를 보며 잠이 오지 않는 밤이 있었다. 그가 함께 일하는 사람들처럼 그 역시도 좋은 환경에서 자랐다면 지금의 결핍이나 어려움을 해결하는 노력으로 더 높은 곳까지 갈 수 있지 않았을까. 하고 말이다. 그는 분명 좋은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 씨앗이니까.






나는 누군가가 사랑에 가장 중요한 요소가 무엇이냐 물어볼 때면 언제나 측은지심을 이야기하곤 한다. 쉽게 얻어지는 것들은 언제나 쉽게 잃어버리기 마련인 것처럼 그것은 사랑에게도 똑같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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