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화. 주말이 더 피곤한 이유

리분동지의 신혼(그림) 일기

by Jessie

이것은 물론 제 이야기는 아닙니다. 그의 이야기이죠.

그가 유독 피곤해하는 이유를 들여다보며 얻게 된 깨달음 같은 것이라고나 할까요?








나는 꽤나 부지런한 편이다. 해가 뜨면 활동을 시작하는 시골집의 생활습관을 고스란히 가지고 있는 것이 아마 부지런해진 이유일 것이다. 회사에 가지 않는 주말이라도 여덞시 언저리면 눈이 습관처럼 떠지곤 한다.








보이는 것들을 모르는 척하기 어려워하는 성격이라 일주일동안 미뤄져있던 빨래를 돌리고나면 엄마가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속옷을 대야에 담아 손빨래를 하기 시작한다. 어느 것 하나 아껴 쓰지 않은 적이 없던 엄마의 습관은 고스란히 나에게 물려져 내려왔다.








빨래를 하고 나면 주변 카페로 향하는데 스스로에게 했던 약속처럼 그림을 그리고 스토리를 구상하는 시간을 가진다. 그가 잠자는동안 편하게 쉬게 해주기 위함이기도 하거니와 집보다는 밖을 좋아하는 성격이 있어서 일지도 모르겠다. 카페에 앉아 목표로 했던 일을 마무리하고서야 집으로 돌아오는데 억지로 붙어 앉아 일을 끝내고 나면 늦은 점심 시간이 된다.








내가 채 치우지 못하고 간 것들은 화장실에 가기 위해 눈을 뜬 그의 레이더망에 포착되곤 한다. 채 개켜놓지 않은 빨래 라던지, 세탁기 속에 들어있는 빨래들 그리고 씽크대 개수대를 청소하는 일 등이 그것이다.








그는 언제나 내가 없는 사이를 골라 청소를 하곤 한다. (내가 있으면 청소에 큰 지장이 있다고 했다)








그렇게 비로소 시작된 그의 휴식시간은 언제나 내가 카페에 돌아오는 시간과 맞물리곤 한다. 나로써는 그 시간까지 누워 있는 그에게 섭섭할 수 밖에 없는 결과가 발생하게 되고 마는 것이었다.








그가 주말에 더 피로를 느끼는 이유를 깨달은 건 바로 얼마 전이다. 맨날 빨래도 하고 청소를 한 건 나라고 생각했는데 정작 그 모든 걸 해냈던 사람은 바로 그였다. (고마워 여보!) 집안일의 절대우위는 사실 모두 그에게 있는데 이 가정의 평화를 위해 그는 체력을 조금 더 키우고 나는 정리정돈 실력을 조금 더 키우기로 했다.








(feat. 그가 정리한 거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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