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바이 위에서 만난 베트남의 하루
베트남에 오기 전까지 오토바이는 제게 교통수단이라기보다 ‘멋’에 가까운 것이었습니다. 가죽 재킷을 입고 헬멧을 쓴 누군가의 뒷모습, 바람을 가르며 달리는 장면이 먼저 떠올랐으니까요. 하지만 삶의 터전을 베트남으로 옮긴 뒤, 오토바이는 전혀 다른 얼굴로 다가왔습니다.
이곳에서 오토바이는 선택이 아니라 생활에 가깝습니다. 살아가기 위해 꼭 필요한 물건이자, 하루를 이어가는 가장 기본적인 수단입니다. 길을 걷다 보면 오토바이에 앉아 밥을 먹고, 잠시 눈을 붙이고, 손님을 태워 생계를 이어가는 사람들을 어렵지 않게 마주칩니다. 의복을 제외한 거의 모든 것들을 해결해 주는 이동식 삶의 공간. 베트남에서 오토바이는 분명 ‘삶을 영위하는 방식, 그 자체에 가깝습니다.
오토바이 택시에 몸을 싣고 좁은 골목을 지날 때가 있습니다. 빽빽한 골목 위로 걸린 빨랫줄, 알록달록 널린 옷가지들. 그 아래로 흘러가는 사람들의 하루를 바라보고 있노라면, 이상하게도 마음이 조금 느슨해집니다. 부지런하고 묵묵한 삶의 흔적들이 작은 위로처럼 다가오기 때문입니다. 그 풍경을 눈에 담고 집으로 돌아오는 날이면, 어설프게 흘려보낸 하루를 다시 단정히 고쳐 앉게 됩니다.
누구나 이렇게 부지런히 하루를 건너고 있는데, 엄마로 살아가는 제가 마냥 느슨해질 수는 없겠다는 생각도 함께 따라오고 말입니다.
얼마 전, 친구가 잠시 고국으로 돌아가며 오토바이를 맡긴 적이 있습니다. 엔진이 멈추지 않도록 운전 연습을 핑계 삼아 동네를 조금씩 달렸습니다. 처음엔 막연하게 두려움이 앞섰지만, 익숙해질수록 오토바이는 ‘해볼 만한 것’의 영역으로 천천히 이동해 왔습니다.
베트남에서 오토바이는 제 좁은 세계를 가장 많이 넓혀준 매개체였습니다. 두려움을 넘기 위해 발을 딛게 해 준 작은 발돋움판이었고, 이제는 이곳의 삶에 조금씩 스며들게 해 준 고마운 존재이기도 합니다. 멋으로만 여겨졌던 오토바이는 그렇게, 제 하루를 움직이는 가장 현실적인 동반자가 되어가는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