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이 먼저 익숙해진 도시에서

아침 여섯 시, 같은 길을 달립니다

by Jessie


오래전에 놓아두었던 습관, 달리기를 여덟 해 만에 다시 시작했습니다. 그때보다 무거워진 몸과 유약해진 근육, 쉽게 흐트러지는 호흡까지. 아직은 예전만큼 가볍게 달리지는 못하지만, 매일 조금씩 나아가는 시간을 아끼며 몸을 움직입니다.


같은 시간에 운동화 끈을 매고 집을 나서면 변함없는 풍경 속에서 같은 얼굴로 인사를 건네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낯선 곳에서 익숙함을 만들어가는 일. 짧지 않은 해외 생활동안 제가 가장 먼저 붙잡게 된, 작고 단단한 루틴이기도 합니다.


아침 여섯 시, 매일처럼 마주치는 얼굴들. 혹여 하루라도 보이지 않는 날에근 괜히 안부를 걱정하게 되는 이웃들. 저 역시도, 누군가에게 그런 존재가 되기를 조심스레 바라보게 됩니다.


의지할 곳도, 가야 할 방향도 문득 까마득하게 느껴지는 타향의 삶 속에서 저를 가장 자주 위로해 주는 것은 말없이 이어지는 하루의 습관들입니다. 안개처럼 엉켜 있던 고민들이 달리고 나면 어느새 작아 보이는 것도 달리기를 계속 이어가는 이유일 테고요.


무엇보다 낯선 도시를 조금 더 좋아하게 된 건 머리보다 두 발이 이곳의 풍경들을 먼저 받아들였기 때문일 겁니다. 몸이 먼저 익숙해진 뒤에야, 마음도 비로소 이 도시를 따라 걷기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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