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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 인생의 일인자 Sep 12. 2023

기버

호구기버에서 최상층 기버로



  나는 어릴 때부터 사투리로 기마이가 좋은 아이였다. 용돈을 받으면 가난한 내가 친구들에게 백 원, 오백 원씩 나눠주기도 했는데, 왜 그랬을까? 어릴 때부터 누군가가 행복해하는 게 그렇게 좋아서 이것저것 퍼 주었던 것 같다.
  자라면서 초등학교 때는 일주일에 오백 원씩, 중학교 때는 천 원 정도 받으며 빠듯한 살림을 꾸리면서 저축을 시작한 이후로 돈은 나눠 줄 수 없어 지식과 정보를 나누기 시작했다. 공부를 한다거나 무엇을 알면 그것을 마음에 품지 못하고 이야기를 나눴던 것 같다. 오지랖과 수다의 컬래버레이션 정도로 보면 되려나?
  어른이 되고 나서는 사람들은 나에게 무언가를 많이 묻기 시작했다. 컴퓨터는 뭘 사면 되는지? mp3는 어떤 게 좋아? 카메라는 뭘 살까? 사실 내가 없는 형편에 필요한 물건을 사야 하기에 가성비가 좋고 기능이 좋은 것을 세심히 골랐기에 그러한 질문들을 받았던 것 같다.
  지금 나의 직업인 언어치료일을 시작하자 갑자기 나의 전공과 관련 없는 심리적인 질문들을 받기 시작했다. 일단은 진지하고 심각하게 고민을 들어주고 심혈을 기울인 조언을 해주는 것이 직업병이었기에 친구들은 내가 심리적인 전문성이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계속해서 상담을 원했던 것 같다.
  그렇게 나는 일상생활 상담 경력이 20년은 넘어가게 되면서 연애상담, 진로상담, 시댁 상담, 아이 상담, 병원 상담 등 정말 별의별 상담을 다 했다. 그때는 나의 인생에 나는 없고 다른 사람의 니즈를 채워주는 그런 삶을 살았고 그것이 나의 보람이 되고 뿌듯함으로 느껴졌다. 주로 우울하거나 무기력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많이 들어주었는데 참 많이 애가 닳아서 내가 더 힘들었던 것 같았지만 그래도 사람들이 행복한 것 하나로 버텼는데 이제는 좀 달라졌다.
  작년에 Give and Take라는 개념을 알게 되었고, 나는 그동안 최하층의 호구기버로 살았구나라는 것을 깨달았다. 주로 테이커들에게 나의 기를 빨렸는데 그들은 공감을 얻거나 루션을 받아서 사라지는 족속들이었고, 이제는 나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사람들 중 내가 조언을 하면 실행을 하거나 열심히 삶을 변화시키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을 도와주고 싶어졌다.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거나 답이 안 나오는 변하지 않는 상황 얘기로 같은 얘기를 계속하는 사람들은 이제는 가까이하는 것도 부담스럽다. 나의 시간과 에너지를 소중히 다뤄주고 나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서로 발전하는 사람들에게 나의 에너지를 쓰고 싶게 된 것이다.
  나는 사람들을 만나면 일단은 무조건 잘해주고, 먼저 밥을 사거나 선물을 한다. 그들이 필요한 것들을 계속 제공한다. 소외된 사람들에게 먼저 말을 건다. 그러다 보면 나와 결이 맞는 사람들이 생기는데 여기서 테이커들은 더 받으려고 하고 결이 맞는 사람은 더 나누려고 한다. 이제는 이렇게 보는 눈이 생겨 나의 소중한 에너지를 더 크고 선한 일에 쓰며 나의 나눔은 자원봉사나 단체에 기부하는 것으로 성격을 바꾸었다. 나는 지금 5개의 그룹을 운영하고 있다. 여성클럽, 자기 계발 모임, 스터디, 스터디 대형 그룹, 운동 챌린지 모임인데 한 달에 한 번씩 기부금을 얻어 기부를 하는데 적게는 몇십만 원에서 몇백만 원에 이르기까지 기부를 한다.
  시작은 미약했지만 지금은 꽤 큰 금액이 나오고 사람들과 함께 공부도 하고 좋은 일도 하면서 최상층 기버의 연습을 하고 있다. 예전에 답안 나오고 무기력한 에너지 뱀파이어들에게서 벗어나 이제는 정말 도움이 필요한 내가 모르는 곳에 기부를 하니 편안하다. 성공한 사람들의 공통점은 거절을 잘하는 것이라고 한다. 이제 나는 최상층 기버의 슈트를 입고 나의 핵심가치인 나눔을 더 효과적으로 꼭 필요한 곳에 나누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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