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가장 자신 있는 일

그게 사랑이라면

by 봄부신 날

[사랑, 가장 자신 있는 일]



사랑은 비추고 들추는 감정이었다. 내가 무시할 수도 있고, 외면할 수도 있는 것들에 나의 시선이 머물게 하는 빛. 어쩌면 내 이름으로 얼마든지 해낼 수 있는 가장 자신 있는 일이었다.

(너는 내 목소리를 닮았어 | 김서해)


가장 자신있는 일은 뭘까.

다시 허허벌판에 서서

눈물을 흘리며 나에게 묻는다.

사랑,이 내게 가장 자신 있는 것이라면

사랑으로 이 세상을 살아갈 수 있을까.

사랑만으로 이 험한 파도를 넘어갈 수 있을까.

회사를 그만 두겠다는 말을

아내에게 하는 순간, 얼마나 걱정할지 알기에

혼자 전전긍긍하며 하루하루 힘겨운 삶을 내딛는다.

몰래 넣은 이력서들은 답이 없고,

견디기 힘든 회사는 계속 내 영혼을 갉아 먹는다.

이제 지금까지 30년간 쌓아온 특허 업계에서는 은퇴를 해야 하나, 싶어

전혀 다른 직종에도 밤늦게 가족 몰래 이력서를 작성하고 넣어본다.

오직 신만 아는 내 기도에, 신만 눈물을 닦아준다


이력서를 적다보니, 실무역량, 스킬 적는 칸이 나타난다.

가장 자신 있는 게 뭐냐는 질문이다.

가만히 생각을 하는데, 떠오르는 게 없다.

나이가 들어서 다른 직종, 단순 반복 직무를 선택하려 하는데 무슨 실무역량이 있을까.

책을 읽다가 갑자기 떠오른다. 사랑?

작가도 사랑이 가장 자신 있다고 했는데, 나도 사랑은 자신이 있겠다 싶었다.

스킬에 ‘사랑’이라고 적으면. 어, 이 친구 봐라, 하면서 면접이라도 보게 해줄까?

용기가 없다. 대신 ‘사람을 사랑하는 사람입니다.’ 이력서 제목을 이렇게 바꿔 본다.

근데, 정말 내가 가장 잘 하는 일이 사랑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