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기분의 나여도 괜찮을 거야.

115 번째 이야기

by 임수진

사람에게 기분은 얼마나 많은 영향을 미칠까? 나에게 있어서 기분은 여름철 날씨 같았다. 해가 아주 쨍쨍하다가도 먹구름이 몰려와 한껏 소나기를 내리기도, 그러다 며칠 내내 비만 내리기도 하는 그런 기분. 내 기분에 좌지우지 되며, 그런 나를 미워하기도 했다. 나는 참 기분 하나도 조절하지 못하는 구나. 하면서.


나이가 드는 일은 생각보다 멋진 일이다. 적어도 지금까지 나에게는 그렇다. 어릴 적 나는 어떤 일이 일어나면 도망가기 바쁘고, 숨기 바빴다. 왜 나에게 이런 일이 생긴 걸까? 왜 나만 이런 걸까? 하며 그저 한탄만 하며 자기 연민에 빠져있었다. 그 경험들 덕분에 지금의 내가 있겠지만, 적어도 지금은 조금 더 의연하게 많은 상황들을 이겨 낼 수 있는 힘이 길러진 것 같다. 여전히 힘겨운 날들도 있겠지만 그럼에도 꿋꿋하게 그 시간을 견뎌 낼 수 있음을 나는 안다.


완벽한 기분이란 어떤 걸까? 뭘 해도 잘할 것만 같은 느낌, 세상이 전부 내 마음과 같이 풀릴 것 같은 느낌, 내 자신이 완벽하게 마음에 드는 그런 느낌. 살면서 그런 날이 과연 얼마나 될까? 이제는 그런 날 보다 그렇지 않은 날과 친하게 지낼 수 있는 방법을 고안해 봐야겠다.


기분이 낮은 날에는 왠지 모르게 울적한 기분이 든다. 가끔은 그저 그 시간이 흘러가도록 있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그런 날 무리하면 오히려 울적한 친구들을 데려와 나를 삼켜버리기도 하니까 말이다.


내가 찾은 방법은 따뜻한 느낌의 책읽기, 잔잔한 영화보기, 밍기적 밍기적 무언가 적어보기. 그런 날에는 나의 마음을 위로하고 나의 마음드 이야기를 들어본다. 무언가 지친 마음이 드니? 오늘은 조금 쉬고 싶어? 꼭꼭 숨겨두고 잘할 수 있다고 말하는 마음도 가끔은 지치는 날이 있다.


마음과 함께 천천히 걸어보기도 하고, 뛰어보기도 하고, 어떤 날에는 빨리 걸어보기도 하면서 나에게 알맞는 속도로 나아가는 거야. 마음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면 어떤 기분의 나여도 괜찮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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