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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전문점 함부로 창업하지 마라 1.창업Talk(7화)

7. 또다른 난관을 부른 분점오픈

by 박주민 Jul 28. 2021

성공적인 오픈과 2년여의 시간이 흐르면서 나름대로의 입지를 다진 무렵이였다. 나는 사실  커피를 배우기 시작하면서 꿈꾸어 온 - 지금도 진행형이라 말할 수 있지만 - 스타벅스보다  더 큰 커피가치를 주는 사업에 대한 그림을 그려왔다. 아이디어와 열정만큼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을 자신이 있었지만, 그 외의 부족한 것들이 내겐 너무도 많았다. 특히, 커피시장 내에서 나의 브랜드는 이제 갓 알을 깨고 나온 병아리 수준이였고, 자본력은 고사하고 네트 웍도 부족해서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사업계획서 달랑 하나가지고 전국의 여기저기를 돌며  많은 커피인들을 만나보는 일이였다. 대한민국에서 커피 좀 한다고 알려 진 사람들을 찾아 가면 뭔가 새로운 일이 벌어질 수 있지 않을까 또 내 아이디어에 반해서 함께 협력을 할 수 는 있지 않을까를 기대하면서 말이다. 그러나, 기대했던 일들은 없었다. 그래도 그 과정에서  많은 걸 배우고 느낄 수 있었다. 한번은 호주의 멜버른으로 까페투어를 간 적이 있었는데  거기서 친구의 소개로 만난 여성실업가 한분과 몇날 몇일을 커피와 와인 그리고 까페에 관 한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그분은 커피에 대한 나의 열정에 반하셨고, 와인에 조예가 깊으 셨던 그분은 나와 함께 까페를 멋지게 만들어보자며 이듬해 나를 보러 한국까지 오셨다. 적 지않은 금액을 투자하시겠다며 부동산도 알아보시고 또 나의 까페를 보시고 싶어 오신 것이 다. 그러나, 안타깝께도 얼마후 그분은 과로로 쓰러지셨고 한동안 병상에 누워 있으셔야 했 다. 지금은 가끔 페북으로 소식을 전하는 정도가 되었지만, 나를 언제나 인정해주시는 감사 한 분이다. 그렇다고 나는 가만히 앉아서 감이 떨어지기를 기다리는 성격이 아니였다. 솔직히 나는 전 문 바리스타나 로스터처럼 커피장인의 모습보다는 스타벅스의 로버트 슐츠와 같은 일종의  코디네이터 CEO 가 되고 싶었다. 그래서 언제나 무엇인가 새로운 걸 시도하고 싶어했는데  그러다보니 가끔 손발이 피곤했다. 그래서 우리 까페에서 가까운 곳에 분점을 하나 열었다. 분점의 컨셉은 슬로우 커피 & 원두판매점이였다. 나는 용어 만드는 걸 좋아하는데 커피영 역을 페스트(Fast) 커피와 슬로우(Slow) 커피로 나누었다. 페스트 커피는 말 그대로 에스프 레소 영역이며 슬로우 커피는 에스프레소 이외의 것들을 의미했다. 슬로우 커피의 대명사는  핸드드립이다. 그러나 이곳에선 클레버라고 하는 기구를 이용하여 핸드드립 추출을 용이하 게 대신하였다. 일종의 클레버 드립 전문점 형태로 운영을 했는데 우선 이 분점엔 없는 게  많다. 기본적으로 하수도가 없다. 하수도는 큰 물받이 통으로 대신한다. 상수도만 끌어와 정 수기에 연결하여 핫 디스펜서로 뜨거운 물만 공급하게 만들었다. 당연히 에스프레소 머신도  없다. 그러다보니 메뉴는 10여종의 드립커피와 더치커피 그리고 몇몇 음료들로만 제공된다. 나머지는 다 원두다. 아마도 단일매장으로 이러한 형태의 까페는 세계최초가 아닐까 싶다. 클레버 세 개를 동시에 거치할 수 있는 철제거치대는 용두동에서 30만원을 주고 직접 설계 하여 제작하였다. 싱크대 구조로 만들어 커피추출이후 물세척시 클레버를 거치대에 올려놓 기만 하면 물이 자동으로 떨어지게끔 한 원리다. 내가 봐도 재밌었다. 분점을 만든 목적은 두가지였다. 첫째는, 고객편의성과 매출영역 확장이였다. 본점이 위치한  곳은 전체 아파트단지를 위에서 봤을 때 동쪽 가장자리에 해당됐다. 서울중심에 4천 세대에  달하는 단지는 그렇게 많지 않은데 이 대규모 단지에서 서쪽 가장자리에 사시는 손님들은  이곳까지 오는데 다소 거리가 있어 불편이 있었다. 마침 단지 정중앙쪽에 상가2개가 있었는데 그곳중 한곳에 거점을 마련하여 고객편의성과 매출 영역확장을 꾀한 것이다. 두 번째는  일종의 커피공방의 형태로 손님들과 소통하는 것이였다. 그래서 인테리어도 일본 선술집 로 바다야끼 형태와 비슷하게 하여 BAR없이 서로 마주보며 편안하게 이야기하고 때론 간단한  무료 커피교육도 하면서 본점에서는 할 수 없었던 교감을 나누고자 했던 것이다. 분점을 오픈 하는 과정에서도 역시 곤란한 상황이 발생했다. 정말 또 한숨이 나오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분점이 들어가기전 상가내에 이미 소문이 났다. 아랫 상가의 커피전문점에 서 이곳으로 분점을 낸다고 말이다. 그런데, 내가 들어갈 곳 옆에 계신 모 프렌차이즈 베이 커리 사장님이 상가협의회를 찾아가서 나의 입점을 반대한다며 강하게 어필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유인즉, 자기네 베이커리에서 커피를 팔고 있는데, 커피업체가 또 들어오면 어떡 하냐는 것이였다. 그렇다면 베이커리에서 파는 게 무엇이든 자기네가 파는 동일한 아이템만  들어오면 다 막을 태세인가. 참으로 어이가 없었다. 인간적으로는 어느정도 이해는 가지만  아무런 설득력도 없는데다 너무나 이기적이라는 생각에 기분이 안 좋았다. 나는 이미 상가 협의회를 통해 입점에 대한 아무런 문제없음을 확인받고 인테리어 진행을 준비중이였다. 결정적인 건 그 다음이였다. 본점으로 어느날 한통의 전화가 왔는데, 서울시 안전관리 담당이란다. 무슨 일이냐고 했더 니 우리 까페에서 설치한 프로판가스 적제함이 너무 튀어나와 행인의 안전이 우려된다는 민 원이 들어왔다는 것이다. 하도 기가막혀서 도대체 누가 그런 민원을 넣었냐고 말해도 민원 인 신분은 밝힐 수 없다고 하며 구청을 통해서 점검지시를 내렸다는 것이다. 곧 구청에서  전화가 왔고 사람이 나왔는데 별 문제가 없는 것으로 곧 결론이 났다. 당연했다. 지난 2년 동안 충실히 안전점검 받으면서 아무런 문제가 없었고 인근 상점보다도 훨씬 안전하게 - 이웃한 상점은 심지어 프로판가스통이 그대로 밖에 노출되었고 우리는 가스안전공사 지침에  의거 철제 적제함으로 감쌌다 - 관리되어왔기 때문이다. 참 사람의 촉은 무섭다. 나는 직감적으로 베이커리 사장이 떠올랐다. 며칠전 그분으로 추정 되는 분이 우리 까페 프로판가스 적제함 앞에서 배회하는 모습을 본 기억이 나서다. 만일, 그분이 민원을 넣었다면 참으로 유치하고 질이 상당히 안좋은 일이였다. 왜냐하면 우 리는 매장에서 직접 커피를 볶는 집인데 로스터기에 연결된 프로판가스를 문제 삼았다는 것 은 생명줄을 건드린 것이나 다름이 없기 때문이다. 내 감은 맞았다. 역시 나쁜 예감은 틀리는 법이 없다. 나는 이대로는 안되겠다싶어 그분을 만나기로 했고, 만나서 여쭈어보니 본인이 그랬단다. “괘씸했다고, 자기를 찾아와서 미리 인사를 안해서 그 랬단다” 아 정말이지 이게 말인가 밥인가 싶었다. 어련히 때가 되면 인사를 안하겠는가. 본 인이 상가입점허락위원회 회장이라도 된단 말인가. 결국, 자기밥그릇 챙기기 위해서라면 어 떠한 명분을 내세워서라도 물불을 가리지 않는다는 생각 아닌가. 처음엔 나도 실망스러움과  섭섭함을 연신 토해냈지만, 나중엔 서로간의 오해를 풀고 잘 지내기로 하였다. 특히, 내가  추진하는 슬로우 커피 계획을 듣고는 안심하는 모양새다.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아예 본점과  같은 정식 까페가 들어갔다면 아주 청와대에 민원이 들어갔겠다 싶었다. 분점 역시 오픈과 동시에 문전성시를 이루고 기대보다는 약간 못 미쳤지만 많은 분들의 성 원속에 서서히 자리를 잡아갔다. 조건은 보증금 천만원에 월세 50만원, 총 투자비는 인테리 어 집기포함 8백만원 가량이 들었다. 한마디로 미니까페다. 하루매상을 최소 10만원만 친다고 가정해도 한달이면 260만원(일요일 휴무)인데 월고정비를 100만원으로 잡을시 160만 원이 남는구조다. 8백만원을 투자해서 160만원이 남는 구조라면 결코 나쁜 수익률이 아니 다. 그런데 첫달 매출을 350만원 정도를 했으니 나쁘지 않은 성과였다. 참고로 이 상가역시  상권이 많이 죽어있는 상태였다. 이는 그동안 본점을 통해 꾸준히 쌓아 온 좋은 이미지 덕 분이였다. 그러나, 무슨 평행이론도 아니고 분점역시 본점과 마찬가지로 전혀 예상치 못한 일들로 난 관에 봉착하게 된다. 그건 바로 교육부 정책의 변화로 초등학교의 토요일 격주수업제가 전 면폐지가 된 것이다. 이 여파는 생각보다 컸다. 우선은 본점의 주말매출이 곤두박질 쳤다. 당연 분점도 기대했던 주말매출이 반토막이 나기 시작했고, 시간이 흐를수록 주말상권이 아 주 안좋은 흐름으로 변모 해 갔다. 자영업을 하는 사람들에겐 치명타였다. 특히, 우리처럼  학교를 끼고 있는 상권은 더욱 그랬다. 이렇게 되다보니 내가 유유자적하게 분점에만 있을  수가 없었다. 공교롭게 분점을 내는 시점에 이렇게되니 정말이지 당혹스럽기 짝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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